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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야근을 끝내고 밤 12시 넘어 퇴근하던 길.
늦은 시간이라 좀 무섭기도 했지만 가능한 큰길만 골라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횡단보도에서 잠시 서서 앞을 보는데 길 건너 수상한 아이들 발견.
사실 아이는 아니고 고등학생 나이 정도 돼 보이는 애들이었는데,
어느새 30대 후반으로 달려가는 제 눈엔 애기로 보이는.......... ㅠㅠ 정도였어요.
딱 봐도 어려보이는 여자아이 둘, 조금 떨어져 통화중인 남자아이 하나,
그리고 여자애들과 뭔가 얘기 중인 남자애 하나.
왠지 시선이 가서 계속 지켜보는데 대화 중이던 남자애가 편의점으로 가더니
역시나 담배를 뭉터기로 사오고... 여자애들에게 주다가 뭔가 잘 못 사왔는지 다시 편의점으로...
마침 횡단보도 색이 바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연스럽게 편의점에 따라 들어갔어요.
처음엔 나설 생각은 아니고 저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는데 들어가보니 계산대엔 호호할아버지...
고등학생? 기껏해야 스물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자기가 계산대까지 들어가서 담배 고르고 있는 상황.
저도 모르게 이어폰 빼고 "신분증 확인하셨어요?" 했어요.
그 순간 휙 뒤돌아서 저를 노려보는데 무섭 ㅋㅋㅋㅋㅋ
무서웠는데도 무슨 용기가 났는지 계속 얘기했어요. "신분증 확인하셨어요?"
편의점이긴 한데 메이커 편의점이 아니라 거의 구멍가게 수준의 가게였는데
일하던 할아버지는 당황하신데다 워낙 연세가 많아서 의사소통이 잘 안될 정도더라고요.
남자애는 역시나 신분증 안가져왔다 시전.
어르신한테 "신분증 없으면 파시면 안돼요" 하니
남자애가 아예 제 앞으로 다가오며 위협하더라고요.
어려보여도 덩치가 어마어마해서 사실 무서웠어요 ㅠㅠ
"나는 성인이다. 신분증 안가져온 거다"
"그럼 담배 못 사는거다. 성인이어도 신분증 있어야 살 수 있는 거다"
"니가 뭔 상관이냐"
"앞에서 어린 여학생들에게 담배 주는 거 봤다"
"니가 뭔데 나서냐"
"어른이다"
"나도 어른이다"
"어른인데 어린 학생들한테 담배 줘도 돼요?"
"니가 뭔데"...
이후 계속 같은 이야기 반복하다가 어느순간
"아줌마가 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위협하는데도 계속 싸우다가 이부분에서 흠칫 ㅋㅋㅋㅋㅋ
속으로 '그래 내 나이가 아줌마가 맞긴 맞지. 그래도 아줌마란 소리 처음 들어보는데 ㅠㅠ'
이후 계속 "아줌마가 뭔데!!"
나는 계속 속으로 '아줌마...ㅠㅠㅠㅠ 속상... ㅠㅠ'
그러다 나중에는
"나는 성인이고 밖에 애들은 미성년자지만 지인이고
내가 담배 사서 주겠다는데 그게 잘못된거냐"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다가와서 욕하고 위협하기에
"그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으면 경찰 불러서 얘기해볼래요?" 하니 쌍욕 시전 후 퇴장하더라고요.
그 후에 어르신이 놀라신건지 변명인지
계속 '어려보이지 않아서 팔았다' 하길래
'괜찮다. 다음부턴 신분증 확인 꼭 하셔야한다. 잘 못 팔면 큰일난다'며 조금 달래드리고 나왔어요.
사실 워낙 늦은 시간이었어서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까봐
쫄아서 슬그머니 나왔는데 없더라고요.
그리고 잠시 걷는데... 하... 아까 그 여자아이들 발견.
주변을 둘러보니 이번엔 여자애들 좀 멀리 두고
길 건너 또 다른 편의점에 그 남자아이가 들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렇게까지 담배가 필요한 것이냐 ㅠㅠㅠㅠㅠ
거기서 망설였어요. 또 따라들어갈까? 경찰에 신고를 할까?
직전에 막아설 땐 사실 저도 모르게 한 짓이었는데 이쯤되니 좀 겁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슬쩍 빠지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제발 그냥 집에 가라고 말리길래
'그래... 어차피 또 막아도 어디선가는 사겠지' 싶어서 돌아왔어요.
그러고 나서도 계속 후회가 되네요. 경찰에라도 말할 걸 그랬나 싶고.
반대로 그래 담배 피우는게 그렇게까지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지 싶기도 하고.
그보다 며칠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아줌마...
그래... 아줌마 나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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