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고양이(이름: 카탈로그, 3세, 여)와 함께 생활한 지 7개월차 여자 사람입니다.
시절이 하 수상한 가운데 크리스마스같은 소리가 나오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상은 흘러가는 것이라 사브작사브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식구들을 위해 만든 크리스마스 양말과 만드는 법을 써보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양말"이라고 하니까 저는 영어로 "Christmas Socks"라고 말하게 되는데
남편이 자꾸 "Christmas Stockings"라고 고쳐줍니다.
하지만 한글로 크리스마스 스타킹이라고 쓰면 어색해요... 뭔가... 그냥... 망사로 만들어야할 것 같고... ㅎㅎ
어쨌든 제가 만들고 이렇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시판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개성을 살려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시도해보셨으면 합니다.
일단 완성샷부터
왼쪽부터 남편, 저, 카탈로그의 양말입니다.
먼저 남편 것 부터 소개합니다.
위 쪽에는 크리스마스 리스 장식을 넣었고 아래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글자를 넣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철자 중 C자는 남편의 요청으로,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팀인 캘거리 플레임스 로고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참고로 캘거리 플레임스의 로고는 아래와 같습니다.
남편은 딱히 이 팀의 팬은 아니라는데, 그냥 로고만 멋있어서 좋아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제 크리스마스 양말입니다.
저는 소녀소녀하고 공듀공듀하기 때문에, 티아라를 메인 장식으로 넣었습니다.
영어로 쓰여있는 것은 "I Decree a Happy New Year"
"해피 뉴이어를 허하노라"같은 느낌입니다. 니깟것들에게 친히 새해맞이를 허락한다는 느낌... ㅎㅎ
위쪽에는 캔디 케인 모양도 넣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글자도 장식도 한땀한땀 정성을 다해 바느질해 붙였어요.
섬유용 접착제 같은 걸로 붙여버리면 훨씬 간단합니다.
저는 이번에 한 번 만들어서 평생쓰자 싶어서 모두 손바느질로 했습니다.
장식들 위치 맞추기 위해 바닥에 펼쳐놓으니 카탈로그가 레드카펫 삼아 누워계시는 모습입니다.
공주님 엉덩이에 살포시 왕관을 얹어보았습니다.
공주님이라고 하고보니 생각나서 인터뷰 자막도 넣어드렸습니다.
카탈로그 공주님을 위한 양말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한손으로 날려버리시는 카탈로그 공주님 발을 형상화 해보았습니다.
사진으로 잘 표가 날지 모르겠지만, 흰색 젤리 부분에는 솜을 넣어서 폭신폭신함을 표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은 제가 만든 세 개의 양말 중 가장 공을 들였어요.
카탈로그 공주님께 이정도는 해드려야죠.
중간 확인 작업 도중, 자신의 양말을 점검하고 계신 카탈로그 공주님.
흡족하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혹시 직접 만들어보실 분이 계실까 해서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도면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저도 대충 인터넷에서 양말 그림을 보고 그려봤습니다.
양말 윗부분을 접어서 모양을 내기 때문에 길이가 긴 형태가 나옵니다.
도면 모양에 맞춰 겉감(빨강색)과 안감(흰색)을 2장씩 자릅니다.
저는 일본 백엔샵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60*70cm짜리 펠트지를 사용했어요.
한장만 쓰면 좀 얇은데, 겉감 안감 들어가는 식이라 완성후에는 적당히 도톰합니다.
겉감과 안감 겉면에 장식을 합니다.
위에도 썼듯, 저는 모두 바느질로 고정을 해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어요.
섬유용 접착제를 꼼꼼하게 잘 발라서 만드시면 금방 만드실 것 같아요.
남편의 크리스마스 리스 장식은 초록색 펠트지를 작은 조각으로 자른 후 원형으로 하나씩 이어 붙여 만든겁니다.
그 위에 스팽글 장식도 바느질로 고정시켰구요.
글자를 만들어서 넣으실 때는 시트지 형태로 나온 A4용지에 출력을 해서 부직포에 붙인 후 자르시면 편합니다.
그냥 풀로 고정해도 되는데, 시트지가 좀 더 깔끔하게 떨어지더라구요.
흰색으로 자른 글자를 그대로 양말에 붙이려니 좀 심심해 보여서,
검정색 펠트지로 테두리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이럴 때는 위치를 확인한 후 흰색 펠트지 글자 뒷면에 접착제를 발라서 고정한 후 바느질 하면 편합니다.
물론, 접착제 만으로 고정하셔도 되구요.
안감 겉면에는 양말을 접어서 보이는 곳에 각자의 이름을 넣었습니다.
겉감을 한쪽만 장식했기 때문에 같은 쪽만 이름을 넣어도 되지만, 보관시 뒷면에도 이름이 있는 편이 편할 것 같아서 양쪽 모두 이름을 넣었습니다.
접었을 때 보이기 때문에 글자를 위아래 거꾸로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겉감과 안감 모두 장식이 끝나면, 양쪽 다 겉면이 서로 마주 보도록 겹쳐놓습니다.
요렇게욤...
겉면끼리 겹친 후, 겉감은 입구를 제외한 모든 곳, 안감은 입구와 창구멍을 제외한 모든 곳(노란색 선)을 바느질합니다.
저는 이부분부터 재봉틀을 썼어요.
가장자리에서 1cm정도 시접을 두는데, 안감(흰색)은 발가락과 발바닥 부분에 시접을 넉넉히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겉감과 안감을 바느질 한 후, 겉감만 뒤집어서 겉면이 나오게 합니다.
겉감은 이 단계에서 다립질로 모양을 한 번 잡아주세요.
겉면이 밖으로 나온 겉감을 안감 안으로 넣습니다. 발 방향 조심하세요. 발가락부분이 서로 닿는 방향으로 넣어야 합니다.
전부 다 넣은 후 위에서 보면 이렇게 됩니다.
겉감과 안감의 겉면이 서로 맞닿아있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시침핀으로 고정한 후, 전체를 재봉틀로 드르륵 박았습니다.
안감 발바닥 쪽에 창구멍으로, 겉감을 쑥 빼줍니다.
겉감이 완전히 빠져나온 상태입니다.
다음에 창구멍(노란색 동그라미)도 드르륵 박아서 막은 후, 안감을 겉감 속으로 집어넣으면 완성입니다.
안감을 모두 집어 넣은 상태의 양말입니다.
입구쪽을 접어서 이름이 나오게 하면 위에서 보셨던 완성 상태가 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양말 만들기에 관심이 생기셨을 것 같은데, 정말 강추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제가 참 없는 솜씨에 글자도 넣고 그랬습니다.
진짜 누구든 꼭 이 사진들을 보고 양말 만들기에 도전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요.
일본에서도 크리스마스 양말은 백엔샵에서도 팔고, 저렴한 생활용품점에 가면 꽤 괜찮은 디자인의 제품이 300엔~500엔 정도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족들만의 개성을 살린 양말을 걸어두는 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잖아요.
저희 친정 아부지 말씀처럼 "서양넘들 명절에 우리가 왜 난리냐, 우리 집은 기독교도 아닌데"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남의 나라 명절이면 어떤가요, 자기가 즐거우면 장땡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