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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72410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1
    조회수 : 1501
    IP : 125.177.***.10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20/07/31 04:47:47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72410 모바일
    새벽나절에 지마음대로 쓴 글은 근본이 없다.ssul
     
     
     
     
    최근에 아주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단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팔짱을 한 네번쯤 낄 예정이고
    또한 의자를 뒤로 세번 쯤 제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 나는 지금 이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
     
     
    그게, 열심히 일하면 해뜰날이 올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인간스트레스에 짓눌려 망가져가는
    모든걸 부여잡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한 삼십분쯤 원청으로부터 늘상듣던 욕x200쯤 들으니
     
     
    '아 내가 그동안 병신같이 이걸 다 받아주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일을 거의 안한다.
     
     
     
    뭐 부가세 시즌이고, 대충 해결해야 할 돈이 굉장히 많긴 한데 어떻게든 되겠지.
    빛더미에 오르면 또 일을 해서 갚으면 되고 뭐 안되면 다음생을 기약해볼까.
     
     
     
    그동안 원청으로부터 전화가 몇 번 오고 몇개의 쌍욕을 억누르는 문자가 오긴 했는데 뭐 계약상으로
    문제될 것도 없고, 일을 안주겠다는 말에 '옙 ㅇㅋ' 하고 말았다. 그리고 3주가 지났다. 그시점에 나는
    그냥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튜브를 탄 채
    이리저리 흘러가며 정신나간 인간처럼 꺅꺅거렸는데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원래 그시간이라면
    미친듯이 운전을 하고 있거나 까대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논다는게 참 즐거웠다.
     
     
    운동도 다니고, 저녁도 제시간에 먹고, 흠. 편한데 이거?
     
     
    한날은 비가 엄청 왔는데 식당에 앉아 순대국 먹고 옆집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빗소리를 귀로 맞았다.
    잠깐 졸았는데 아무래도 그 빗소리가 내 귀를 두드린건 엄마가 아이를 잠재우는 두드림과 비슷한 성질의
    것이였나보다.
     
     
    세상은 그래, 그렇게 평화롭고 간결한 곳이였다.
    협박이든 뭐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쳐봐야 결국 돈없는건 똑같고 그럴거면 그냥 몸이라도 편해야지.
     
     
    트레이너가 그랬다. "요새 일 별로 안바빠요? 잘나오시는데?" 그래서 그랬다. "라면쳐먹은거 안들키려고 더 열심히
    하는척 하는거에요." 트레이너가 따스하게 웃으며 하체 한세트를 더 추가했다. 그렇지만 트레이너는 모른다.
    사실 전날 육전에 소주마셨는데 낄낄. 알게된다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정도의 일상인데, 나는 그냥 그동안 너무 혼자 세상 바쁨 다 짊어지고 살았던 것 같다.
    다 짊어지고 살면 뭐하나. 의미조차 모르는데 그러니까 그냥 나는 그동안 개삽질 한거다.
    남은건 다만 당분간 썩지 않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도 모르는 장비들과 자재같은것들인데 그것도 그냥
    누가 가져간다는 사람 있으면 어이차 하고 줘버릴 심산이다. 어차피 일도 예전만큼 안할거고.
     
     
    다만 실체없는 것들에 목매 일했던 것 같다. 내가 먹는 욕도 밤새서 일하고 비척대며 집에가던 나날들도
    그땐 다 보람차고 아름답게 보였는데 지나고나니 돌은놈이 한시간도 안자고 운전을 하고 까대기를 해댔던
    지옥같은 날들이였다. 이건 추억보정으로도 어떻게 안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그때 뭔 미친짓을 하고 살았나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다.
     
     
    그렇게 일했는데 결국 남은것도 없고. 흠.
     
     
     
     
     
     
    이런저런 이야기지만 사실은 그냥 쓰고싶은 말 쓰는 것 뿐이다.
    어디서도 말 못하는 이야기들인데. 님들은 그래도 가끔 내 이야길 들어줬으니
    사람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하게도 그때도 들어줬으니 이번에도 들어주면 안되심? 하는 마음으로
    수줍고 비열하게 다시 여기에 익명의 그대들과 마주했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다. 세시간 전 쯤에 꺼낸 씨그램은 김이 약간 빠진 것 같다. 당연히 덜 차갑고.
    난 새벽 네시 삼십칠분의 이 시간이 좀 고요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나온지 칠일만에 섹스하고 죽어야
    하는 저 매미놈들때문에 이 밤의 고요함이 전부 깨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자연도 가끔은 마음에 안든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다. 뭔가를 먹고싶은데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가족들이 깰 생각을 하니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먹자니 돈도 아깝고 나가기도 귀찮고. 그런데 이것들이 모두다 낯설게 다가온다.
     
    지나온 시간 오늘 낮에 메밀막국수를 먹던 그 순간마저 먼 과거의 꿈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참으로 이상한 밤이다. 어쩌면 낮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 밤이다.
     
    그래서 유서를 좀 써보려고 했다. 헌데,
    유서란 모름지기 내 마지막 삶의 벼랑끝에 선 진실들을 까발리는 것이기에
    첨삭같은것이 없어야 하고 일필휘지 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유서를 쓰려다 보니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수정하고 고뇌할 생각을 하니 아직은 유서를 쓸 때가 아니구나 싶어 종이와 펜을 다시 집어넣었다.
     
    내 자살의 기준은 유서를 일필휘지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참으로 괴랄한 기준이다.F
     
     
     
    모르겠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단락도 이어지지 않고 그냥 진짜 하고싶은말 죄다 써놓은것에 불과하다.
    이게 그 조현병인가 뭔가 그건가 싶기도 하고. 만약 그런거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병원에 가봐야 할텐데.
    돈이 없어서 큰일이다. 아 일없는건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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