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란 길가에 가다 치여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전단지와 비슷할때가 많다. 대충
전단지가 날아가다 누구의 안면에 씨게 부딫히지만
않는다면 누구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 쓸모가 없는건 아니다.
전단지의 내용에 누군가는 관심을 갖듯,
내 삶에 관심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냥 그정도인 전단지인간.
그 소수의 사람만큼도 없는 기회가 어느날 나에게
찾아왔다. 저번주였을 것이다. 나는 3주전 아는누나를 통해
소개팅 제의를 받고
"음? 그래. 한번 만나볼게. 고마워."
시크하게 제의를 받았으나 속마음은,
'아이고 누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능가 미모가 출중하신게
소인 이제서야 알아본 점이 그저 황망하기 그지없나이다
잘되면 제가 진심담은 소 한마리를 내가 손수 각을 떠서라도
대접할테니 그저 기다리소서'
난 아닌척 했지만 머리를 하고 옷을 사고 만남코스를 정했다.
겉으로는 "음, 여기가 예전에 어디서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실은 일주일전부터 예약한
식당이다.
첫만남은 글쎄 보자마자 일단 손주 셋은 본 상상을 했다.
솔로생활이 길어지면 이게 좋지 않다. 성욕과 이성에 의한
판단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청 긴장한 상태였고 결과는 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결과로 끝났다.
선톡할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는데 어쩐지 만나자마자
시큰둥해진 상대방을 봤을 때 아차, 조졌구나. 싶었지만 어쨌든
할수있는건 다 해봤건만, 결국 상대방과 나는 저녁한끼
차한잔만 먹은 채 헤어졌다.
'제가 일이 바쁘고 연애할 정신이 없어서요.'
왜아니겠어.
동네형누나들로부터 어떻게 됐냐는 물음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카톡창 닫고 조용히 모텔로 향했다.
'자고갈거에요.'
모텔 체크인을 하고 나와서 소주 두 병 테라 한병 사서
네네치킨 반반을 시켰다. Tv에 뭐 좀 재미있는거 안하나
어린이 채널을 무심코 틀었는데 기동전사 건담을 해주길래
저 세상쓸모없는 샤아새끼는 퍼펙트지옹 타고도 쳐발리는
주제에 뭐가 붉은혜성이냐며 낄낄대는데,
소주 한 반병쯤 들어가니 세상 이게 내가 뭐하는 개짓거린가
싶었다. 담배를 물고 소주를 마시고 치킨 한조각을 뜯고.
그래 뭐. 집에 안들어간건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냥...
소개팅 한다고 나갔는데 일찍도 아니고 늦은밤까지 안들어오던
애가 터벅터벅 얼굴에 '나 씨게 차였소' 하는 모습 보여주면
별로 좋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다 그냥 뒤지는건 아닌가 싶었지만 한편으로 나에게는
아직 수백번 고양이카페에 갈 기회가 있고 때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보전했다는데에 만족하기로 했다.
좀 데미지 입은거야 기스난 수준이니까 그냥 넘어간다 치고.
그래도 소주 두 병 맥주 한병은 다 비웠다.
슬퍼서 비운게 아니야 아빠가 술병에 술 남기는거 아니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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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06/06 22:20:57 39.7.***.242 빨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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