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 패딩입니다 ㅎ
4년전 겨울 군대 제대하자마자
군대에서 모은 코묻은 군인월급으로 샀던.. 십 몇만원인가? 암튼 그랬던
나아이-키 패딩 되시겠습니다 ㅋ
보시다 시피 옷에 뭐가 얼룩 덜룩 묻었죠?
네... 떼국물 아니라 디테일 되시겠습니다 ㅎㅎㅎ
뭐 저런 옷을 거금 주고 샀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래 보여도 안감이 부들부들 패딩이 빵빵하여 편하고 따뜻하며
적당한 기장감과 기능적임에도 불구하고 핏이 좋아서
한번 입자마자 그냥 두번 안물어보고 나라사랑 카드 긁어버렸던
그런 패딩이었답니다...
그때... 조금 더 생각하고 구매할걸.....
저 빌어먹을 디테일이 불러올 참사를 그땐 알지 못했던거죠
저 옷을 입을때마다 벌어졌던 사태를 간략히 말하자면
일단 저 옷을 입으면 기본적으로 주위에서
"엄머, 비오나봐"
"미친 밖에 비오나보다..."
"눈오나봐..."
이런... 눈온다...비온다...
봄에는 황사 진짜 쩌는구나.. 라는 소리를
정말 뻥안치고 하루에 10번 가까이 듣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제 옷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눈 안옵니다, 비 안옵니다"
라고 일단 먼저 말해주는 센스까지 겸비하게 되었드랬죠
지하철을 탈 때
역이 지상에 있어서 밖의 기상을 확인할수 있는 지상역이 아니라
지하에 있어서 밖의 기상을 확인할 수 없는 곳에 있을 때
이 옷을 입으면 정말 가관입니다.
제가 역사를 지나가면
그곳에 있는 모든 가판대의 상인분들이 갑자기 우산을 꺼내시구요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 잠시라도 자리를 잡고 줄을 서고 있으면
2줄로 나란히 서 있는 모든 이들이 갑자기 가방을 열게 됩니다.
우산 찾느라...
처음엔 막 미안하고 쪽도 팔리고 해서 실내에선 벗고 다니고 그랬었는데
나중에 되선 뭔가...
나라는 하찮은 존재가 이 많은 군중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다는게
뭔가 내가 막
눈과 비를 몰고오는 정령이 된 기분이고...
막 신기하더라구요...
엑스맨의 스톰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하고
이 옷에 관련되서 오유인들이 좋아하실 만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그 날도 이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탔었죠
그날도 역시나 사람들에게
비 안옵니다, 눈 안옵니다 연신 설파해가며
그렇게 가고 있었는데
웬 커플이 그 지하철을 타더니 제 앞에 자리를 잡고 가더라구요..
역시나,
커플 여자가 제 옷을 뚫어지고 보더라구요..
저는 뭐, 지겹지만
비 안옵니다, 눈 안옵니다 말해주려고 했는데...
이것들의 대화가...
"오빠, 밖에 눈오나봐 !"
"오, 첫눈이야?"
"ㅇㅇ, 우리 몇정거장 일찍 내려서 우산 사서 첫눈 보면서 걸어가자~"
"와 ~ 좋다 ㅎㅎ"
괘씸한거였습니다...
뭔가... 이러는거 치졸하지만 빡쳐서
저는 그냥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네, 그 커플들은
별 쓸모도 없는 우산값만 낭비하고
오질라게 추웠던
그 12월의 종로를 걸어갔을 테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
ㅋ......
암튼 뭐...
이런 귀찮은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고
이거 입고 고기집을 갔었는데요
실외에서 먹어서 옷을 비닐에 안 넣었거든요...
그리고 고기 와서 고기 굽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달려오시더니
"아이고.. 옷에 기름이 다 튀었네요.. 애들 시켜서 고기 굽게 해드릴게요 ㅜㅜ"
................
맨날
비 안옵니다, 눈 안옵니다
라고만 했지
이런경우에는 뭐라고 설명을 해드려야 하나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다가
그냥 종업원이 구워주는 고기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고기도 배운사람이 잘 굽더라구요...
뭔가... 그 가게에 미안해서 박하사탕은 안먹고 나왔습니다만...
암튼 거의 유일하게 이 옷 입고 덕 본 일은
이거 하나밖에 없는 거 같네요 ㅇㅇ
암튼 겨울에 입을만한 유일한 외투가
이놈밖에 없던 시절에는 그냥 참고 다니다가
나중에 돈 좀 벌고 좋은 잠바 몇벌 더 사서
이제 이 옷은 눈올때나 비올때만 가끔 꺼내 입고 그렇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