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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34303
    작성자 : bahh
    추천 : 19
    조회수 : 2841
    IP : 121.145.***.219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9/10/01 14:12:13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34303 모바일
    영업맨의 하루#15 제주의 독특한 문화
    제주에 거래처가 많아 자주 가는 편이야. 낯선 사람 가리는 섬지방 특유의 정서가 있지만 한번 연 맺으면 왠만해서는 바꾸지 않는, 오래가는 제주 사람들의 진득함이 좋았어. 또 솔직한 걸 좋아하는 그분들과 나 사이 궁합도 맞는 것 같았고.
     
    단가 싸게 제시한다고 단번에 거래선 바꾸거는 일도 드물어. 선을 넘지 않으면 그러니 폭리를 취한다거나 제품을 속이는 경우가 아니면 조금 비싸도, 부족해도 쉬 바꾸지는 않지. 오랜 시간 동안 쌓은 연을 중히 여기는 분들이지. 
     
     
    자주 가다 보니 뭐랄까? 제주에서 나고 살아가는 분들의 특별함이라고나 할까? 육지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지. 내밀한 속 사정까지 말이지. , 오해는 없었으면 해,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인지라 어쩌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거든. 그러니 제주 분이 이 글 읽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건 지극히 나 개인의 경험담이야. 
     
    내가 처음 놀랐던 건 제주에 백화점이 없다는 거였어. 대형마트 즐비하고, 공항, 심지어 면세점까지 있는데 백화점이 없다니 의아했지. 관계자들에 의하면 그 정도 인구가 안 된다네. 관광객들이 거기까지 가 백화점 갈 일도 드물고. 암튼, 제주에는 백화점이 없어.
     
    또 하나, 친구나 가족들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면 지역신문에 잔잔한 광고를 많이 낸다는 거야. ‘아버지 생일 축하해요, 가족일동’ ‘개똥아 취업 축하한다, 누나가’. 가끔은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광고도 실리곤 하지, ‘길동이 너 0000일까지 돈 갚아라, 아이 학원비 내야된다. 애월 친구가
     
    좁다면 좁은 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 집 건너면 가족의 지인이고, 친구의 친구로 연결되는관계. 꼭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라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이고 보니 다양한 사연들이 신문 한쪽 구석을 메우고 이를 통해 서로 소식을 전하고 또 듣는 거지.
     
    육지인들이 볼 때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장면들도 많지. 이혼하고 새 장가 든 거래처 사장님이 있었어. 그럼 끝이잖아. 서로 잘 살면 되는 거고. 하루는 갔더니 아 글쎄 이혼한 사모님이 사무실서 일하고 있는 거라. 묻지도 않았는데 니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는 듯, 집에 있으니 심심해서 나와 일한다 하셨지. 뭐 사장님도 그게 뭔 대수냐는 듯 놀라 눈짓하는 나를 무심히 바라봤고.
     
    나와 동갑인 또 다른 사장은 골프장 캐디분을 꼬셔 딴살림 차린 적이 있었지. 육지 사람 같으면 이혼 도장 찍거나 한바탕 큰 싸움이 벌어졌을 텐데, 아 글쎄 졸지에 이혼당할 처지에 놓인 아내 분은 남편 공장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 거라. 피켓 들고 말이야. 문구가 아직도 기억나. ‘가정 망친 난봉꾼 홍길동은 조속히 집으로 돌아오라나 같으면 그 상황이 부끄럽고 민망해서 뭐 어찌 설득하거나 다독여 돌려보낼 텐데, , 이 사장놈은 글쎄 태연히 일 보는 거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 집에 두 가족이 산다고 생각해봐, 그러니 안채에는 부모님이, 사랑채엔 아들 부부가. 육지 사람 같으면 매일 아침 같이 식사를 하거나 사정상 그러지 못하면 문안 인사라도 할 텐데, 일절 그런 거 없어. 한집에 살아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치 않는 게 불문율, 그러니 며느리가 시부모, 자식이라고 부모님 눈치 볼 필요 없는 완전한 독립 가구로 지낸다는 거지. 한집에 살아도 말이야.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오래된 계 모임에서 부부가 같이 바람 난 경우야. 오랜 친구 사이, 하여 아내들도 형님, 동생하는 사이. 서로 여행도 가고 골프도 하며 잘 지내다 A씨의 아내와 B씨의 남편이 끌린 거였어. 합의 이혼 후 재혼, 그럼 우리 상식으로는 이 계는 깨지는 거잖아. 쿨하게 잘 지내고들 있어. 여전히 같이 여행하고 골프 하면서 말이지.
     
    뭐 이런 경우를 놓고 모르는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더군. 섬이어서 그렇다. 남자가 귀해서다. 과연 그럴까? 그게 이유일까? 모르겠어, .
     
    어찌됐던 난 싫지 않았어. 한집에 살아도 부모 자식, 시부모 며느리 간 참견하지 하고, 어쩔 수 없이 갈라설 경우라면 이혼하고서도 서로 쿨하게 지내는 그런 관계 말이야. 솔직히 좀 부러웠어. 우리 세대는 외국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일들이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종종 벌어지곤 했으니까.
     
    오유 남정네들, 후방주위 이런 글 보며 홀로 딴 짓하고는 허탈한 마음에 신세한탄만 말고, 제주로 한 번 가봐.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은 드물고, 못생겨도 건실하면 의외의 기회가 생기는 곳이 바로 제주야. 혹시 알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기적을 경험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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