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6평의 복층 오피스텔이다.
혼자 지내기에 큰 공간은 아니고 혼자 사는 것에 적합한 성격을 가진 나는 지금의 환경을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 이사를 한 후 약 1년을 혼자 보냈고, 아는 분에게 고양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 고양이를 만난 건 분양 해 준 분의 제안으로 만나게 되었다.
온통 새하얀 털에 검은 눈은 누구나 이쁨을 줄 수 있는 그런 고양이이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이쁜 고양이는 아니지만 분양해 준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이 보기엔 참으로 이쁜 고양이라고 한다.
내가 이 고양이를 처음 분양 받을 땐 고양이를 분양 받기 보단 내가 외롭고 쓸쓸했기에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자 했었다.
(사실 고양이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난 이 고양이를 맞이 하기 위해 복층이었던 나의 오피스텔의 환경을 조금 바꾸었다.
나의 환경을 조금이나마 깔끔하게 바꾸었고, 고양이를 맞이하기 위하여, 2층엔 고양이 집을 만들어서 잘 놔두었다.
(그래봤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박스에 입구만 뚫어놨을 뿐이지만 말이다.)
고양이 집 옆에는 투명한 유리그릇에 밥을 퍼놨다.
고양이를 입양 받은 첫날, 고양이는 낯선 이에겐 너무나 낯설게 대하고 친한 이에겐 계속 친하게 대해준 고양이이다.(아마도)
이미 2살~3살정도 먹은 고양이에게 이름을 바꿔서 부르는 건 고양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미 한번(혹은 그 이상) 버림 받았던 아이의 이름을 바꿀 순 없기에 그대로 불렀다.
물론 내가 귀찮은 것도 있었지만.
이 녀석은 처음 온 날은 나를 경계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경계하였다.(물론 내가 고양이의 마음을 알 순 없기에 이렇게 믿었을 뿐이다.)
가장 익숙한 곳인 《고양이 이동장》에서 나오질 않았었다만, 곧 1층에 둔 이동장에서 나와(아니면 나를 피해서) 2층으로 도망을 갔다.
난 이 녀석을 위한답시고 1층에 뒀던 고양이 화장실과 물통을 2층으로 옮겨줬다.
하지만 고양이는 물도 안 먹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나의 얕은 지식과 구글링으로 보자면 고양이는 화장실 주변에선 먹이도 안 먹고 물도 안 먹는다고 한다.
거기에 집 주변에 화장실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건 고양이를 분양 받고 따로 검색한 결과이다.)
2층으로 옮겼던 화장실과 물통을 다시 1층으로 옮기고 난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기뻤던 것 하나는 물통의 물과 밥그릇의 사료가 줄어들어 있는것을 보고 조금 기뻐했지만 어차피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먹을 것을 먹고,
부출할 것은 배출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아 그렇게 기뻐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다음날부턴 행동이 달랐다.
어디서 보던 무릎에 올라오거나 노트북의 자판을 점령하는 그런 고양이는 아니었지만, 2층에서 머물던 녀석이 1층에서도 영역을 넓힌 것이다.
사실 내가 이때부터 했던 일은 따로 없고 만지고자 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마냥 속으로만 기뻐할 뿐었다.
이 날 내가 잠에 들 때 가장 큰 변경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의 인터넷에서 고양이가 침대의 한복판을 차지하여, 사람은 구석에서 잔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 집의 고양이는 달랐다.
조명을 끄고 내가 침대에 누으니 내 옆에 와서 누웠다.
(이게 내가 고양이를 들인 후 처음 기뻐한 점이다.)
아니 정확히 처음엔 내가 누웠던게 신기한건지, 아니면 내가 누웠던 반대편이 궁금했던 건지 나의 몸을 가로질러 왔다갔다 하였다.
그러다가 지칠 때쯤엔 내 오른편의 엉덩이 쪽에 누워서 나와 같이 잠을 청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은 날이다.
평소에 가위눌림이나, 잠자리에 공포를 느끼던 나는 이사 한 후 처음으로 편하게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고양이는 활동 중인 건지 이미 2층에 올라가 있었다.
난 출근을 해야했기에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내가 할 일은 언제나 비슷했고, 그냥, 그저 그 일을 하였다.
두번째 기쁜 점은 내가 퇴근 하고 집에 들어 갈 때이다.
난 평소처럼 아무 느낌과 생각 없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었다.
고양이는 나를 반기는 건진 몰라도 현관 앞에 나와있었다.
난 내 맘대로 고양이가 반겨준 것이라 믿게 되었다.
(고양이가 현관 앞에 나온 건 이 후로도 계속되었다.)
고양이는 환경이 조금 편해진 것인지 2층에만 있진 않고 1층에서도 돌아다니게 되었다.
협소하지만 복층인 나의 공간은 고양이에게 커다란 정글이 되었는지 1층과 2층을 오르락 내리락 거렸고, 내가 잠 잘 때가 되었을 땐 나의 옆에서 같이 잠을 잤다.
그렇게 정말 별일 없이 2년이 지났다.
난 고양이와 조금 더 친해졌지만(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 도도한 녀석은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오는 일은 없었다.
난 의무적으로 고양이가 먹는 물을 매일(혹은 이틀에 한번) 갈아 줬고, 화장실을 깔끔하게 만들어 주면서 하루 하루 날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고양이를 분양 받은 지 약 2년하고 6개월이 지났을 때이다.
내가 분양받은 고양이는 갑자기 내가 그전에 봤던 것과는 다른 이상현상을 보였다.
헛구역질을 계속하기에 당황한 나는 분양해준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양해준 분은 날 도와주었고,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머물게 되었다.
고양이가 나의 집을 떠난지 첫째날, 난 이전과 다른 쓸쓸함을 느꼈다.
고양이가 나의 집을 떠난지 둘째날, 나와 분양해준 분은 동물병원을 찾았다.
고양이는 산소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폐에 염증인지 뭔지가 까맣게 찼다.
난 내가 고양이를 직접 만지면 더 아플 것 같아 함부러 만질 수가 없었다.
고양이가 나의 집을 떠난지 셋째날, 산소방에 있는 고양이의 털은 윤기도 없었고, 눈에 힘도 없었고, 몸에 힘도 없는게 보였다.
고양이가 나의 집을 떠난지 넷째날, 고양이는 나의 집을 떠났고, 세상도 떠나게 되었다.
조용히 울던 나의 고양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계단에서 내가 컴퓨터 하던 것을 지켜보던 나의 고양이는 울지 않는다.
나의 고양이는 더이상 야옹하고 울 수 없게 되었다.
/// 술 먹고 고양이가 그리워서 쓴 글 입니다.
/// 두서가 안 맞더라도 그냥 잘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