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의 입양을 위해 매일 관찰일지를 올리려 하였으나
피곤해서 그만 이제야 세번째 글을 올립니다.
사진은 댓글로 갑니다
* 지난 이야기
6월 5일 밤에 <노무현입니다> 영화를 보고 오는 길에 얼굴이 덕지덕지 딱정이 진 아깽이 발견. 비쩍 마른 2개월령 여자애. 허피스 같아 고민되었으나 그냥 둘 수가 없어 데려옴. 다행히 버둥대지 않음. 목욕시킬 때도 얌전하게 잘 했음. 닦아주며 보니 눈곱, 콧물 심한 게 허피스 맞는 듯. 30분만 지나도 눈곱이 누렇게 맺히더라는.
담날 병원 데려가니 허피스 맞다, 560g, 4일치 약과 안약 두 개. 베란다에 격리한 후 아침 저녁 약 먹이고 안약 수시로 넣어 줌. 약 효과가 있는지 콧물은 바로 그치고 눈곱도 몇 시간이 지나야 겨우 쌀알 반톨도 채 안 되게 맺힘. 약이 독한지 계속 설사. 그래도 다행히 캔이랑 츄르 따 주니 잘 먹음.
* 그리고 3일이 지난 후~
아깽이는 아주 잘 지냅니다. 허피스의 '스', <노무현입니다> 영화 보고 오는 길이라 '현', 수현이라 이름 붙여 줬어요.
날이 좋아져서 동향인 베란다에 두니 안 춥게 잘 지내는 듯해요. 아침 저녁으로 안약 넣어주고 밥그릇 새로 갈아주며 살펴보는 중입니다. 눈곱도 토욜로 뚝 그친 거 같아요. 그래도 안약은 계속 넣어 줍니다. 콧물도 안 나고, 엘라이신 영양제를 사서 그것도 좀 주고 있어요.
밥을 아주 잘 먹습니다. 몸무게는 못 재었는데, 지금 700g은 훨씬 넘을 거에요. 잘 먹으니 쑥쑥 자랍니다. 그래도 배만 볼록하고 살은 아직 안 붙었어요. 등이며 허벅지며 뼈에 가죽만 올린 것 같습니다. 살부터 좀 찌지, 키만 커서 안 쓰럽네요. 츄르도 잘 먹지만 이젠 물에 불린 사료도 잘 먹어요. 그릇에 사료 담고 물 부은 다음 전자렌지 20초쯤 돌려 주고 있어요. 사료를 먹으니 좀 살 거 같아요. 마침 캔도 다 떨어졌거든요. 데려오고 이틀간은 사료를 물에 불려도 못 먹고 캔과 츄르만 먹었어요. 슬슬 몸이 크니까 불리지 않은 사료도 먹을 수 있게 될 거 같아요.
상태는 확실히 좋아져서요. 처음 데려왔을 때 허피스로 결막염이 와서 눈이 새빨갰는데 지금은 정상적이에요. 눈곱도 안 낍니다. 토욜에 눈곱이 쌀알의 반에 반에 반 정도 맺혀 있던게 거의 눈에 안 뜰 지경이었어요. 월요일인 오늘 밤에는 아예 없네요. 그래도 이번 주엔 안약을 더 넣어 주려고요.
응아도 쉬야도 잘 합니다. 베란다에 안 쓰는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다 펠렛모래 깔아 줬는데요. 펠렛은 알갱이가 크니까 응아 보고 나면 박박박 긁는 소리가 잘 들려요. 고양이답게 볼 일은 꼭 화장실에서 잘 보니까 기특합니다. 지난 주엔 내내 약을 먹었는데 그래선지 응아 치울 때 보니 다 설사더라구요.
참, 여러분 펠렛 쓰세요... 짱 좋음... ㅋ 비용도 벤토보다 훨씬 적게 들고, 먼지도 적어요. 애가 펠렛을 영 못 쓰면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오려 했어요. 근데 결막염으로 눈물, 콧물 다 나는데 먼지 많고 물기 닿으면 녹아서 굳는 벤토 쓰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눈곱에 벤토 엉겨 붙을 거 생각하니 찜찜. 다행히 제 딸고양이가 쓰는 펠렛을 잘 써서요. 덕분에 눈곱도 빨리 떨어진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ㅎㅎ
회사 다니느라 놀아줄 수 없기에 스크레처 한 장 줬는데요. 걍 거기서 뒹굴거리기만 하네요. 전에도 글에 썼는데 수현이의 장점 중 하나가 손가락을 안 문다는 거에요. 제가 손가락으로 놀아주지 않기도 하지만요. 스크레처에 애를 뉘여놓고 몸을 문질문질 쓰다듬어 주는데요. 첨엔 버둥거리며 제 손을 잡으려고 하더니, 쓰다듬어 주는 게 좋은지 그 뒤론 얌전히 몸을 맡깁니다.
구석구석 만져 줘요. 귀며 볼, 머리, 콧등, 목이며 등에 배, 허벅지, 앞발 겨드랑이 구석구석. 사람 손 닿는 거 무서워하지 않으면 어느 집에 입양을 가도 잘 지낼 거 같아요. 얘는 지금 손을 봐도 깨물려고 덤비지 않고요. 제가 좀 뒷목덜미 잡고 슬쩍 밀면 만져주는 줄 알고 그대로 누워서 배를 드러내요.
어느 집에 가서 살아도 이쁨 받으라고, 사람이 다정하게 대해주는 게 어떤 건지, 수현이한테 알려 주고 있어요. 얼굴 마주하고 다정하게 불러주고 볼 쓰다듬어 주고 있어요.
까만색 베이스가 군데 군데 귤색털을 장식하고 배가 하얀색은 수현이는 이제 2개월을 넘긴 여자애입니다. 밥 잘 먹고 사람 좋아하여 잘 따르는 아깽이에요. 허피스도 이번 주 중에 다 떨어질 거 같아요. 목욕 시켜도 얌전하고요.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같이 살 수 있는 아이에요. 몸이 건강해지니 발랄하게 뛰어다니지만 순둥이에 개냥이랍니다. 지금이 한참 자라는 모습 보며 즐거워하고 흐뭇해할 수 있는 시기에요.
6월 말이면 물에 불리지 않은 사료도 암팡지게 잘 깨물어 먹을 수 있을 듯해요. 데려왔을 땐 이빨이 생선가시처럼 가늘어서 딱딱한 사료를 쪼개 먹지 못하더라구요. 근데 이빨도 쑥쑥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먹은만큼 쑥쑥 잘 크는, 건강해지는 때에요.
수현이와 함께 살고 싶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인천 부평에서 부천, 그리고 지하철 연결된다면 서울 시내도 가능합니다.
데려가시면 수현이 쓰던 고양이 화장실이랑 츄르, 사료 약간, 안약, 엘라이신 영양제랑 드릴 수 있습니다.
고양이 처음인 분이라도 힘들지 않게, 즐겁고 행복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는, 참 사랑받기 좋은 고양이 수현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