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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27987
    작성자 : bahh
    추천 : 40
    조회수 : 7097
    IP : 210.182.***.51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9/08/12 12:14:1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7987 모바일
    영업맨의 하루#3 어떤 보증인(전편)
    회사 관두고 독립한 지, 2년쯤 되었을까. 거래처 들렀다가 사무실 복귀하는 데 이전 회사 팀원이었던 이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어. 간단한 인사말도 할 법한데 바로 얘기하는 거라.
     

    팀장님, *산업 돈 다 들어왔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목소리였지.
     

    수고했다.”
     

    할 말이 많았지만, 나도 그땐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저녁에 선약 있나?”
     

    없습니다.”
     

    그러면 소주나 한잔할까.”
     

    그날 저녁, 이 과장과 난 단골 껍데기 집에서 소주를 들이부었어. 얼마나 마셨는지 둘이 나올 땐 거의 쓰레기 다 되어있었지.
     

     

    이 과장 신입 시절, 난 부장 직급으로 국내영업 팀장을 맡고 있었어. 애가 똘망똘망했고, 나름 배포가 컸어. 흠이라면 설거지가 잘 안된다고나 할까. 일은 잘 벌이는데 마무리가 조금 부족했어. 뭐 그거야 차차 가르치면 되니까. 문제 될 게 없었지.
     

    이 과장이 이년차를 지나 삼년차에 접어든 어느 날, 신규거래처를 하나 물고 왔어. 선입금에 마진도 괜찮았지. 다음 달도, 그 다음 달도 이천만원 선에서 물품거래가 계속되었어.
     

    지금처럼 찌는 여름이었어. 인도 출장, 이틀인가를 앞두고 이 과장이 그러는 거라. *산업에서 주문이 왔는데 양이 좀 많은데 어쩌면 좋겠냐는 거였지. 억 단위가 넘었어. 대금 지불 조건을 물었더니 월말 결제라는 거야. 단밖에 안 된다고 했지.
     

    갑자기 거래량이 다섯 배 이상 뛴 것도 수상했고 그기에 외상? 말이 안 되는 거였어. 더욱이 대표자 명의가 아내 이름, 이는 대체로 실질 사장이 전과(?)가 있었다는 걸 의미해. 그러니 자신의 이름으로 대표자가 될 수 없었던 거지. 출장 당일, 혹시나 싶어 공항가기 전 이 과장에게 재차 다짐을 받았어. 절대 돈 받기 전에 물건 주면 안 된다고.
     

    일주일간의 인도 출장을 마치고 복귀한 날 아침. 난리가 났지. 이 자식이 글쎄... 난 화가 나 다그쳤지. 정말 심하게 나무랬어.

    이 과장은 그러는 거라. *산업에서 일주일 후 결제하기로 했다. 팀장님 연락이 안 되어 상무님께 보고했고,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그 말 듣고 더 열이 받았어.
     

    야이 개*슥아, 상무가 언제 책임지는 거 봤나. 지가 저지른 일도 직원에게 미루는 사람인데 문제 생기면 상무가 책임지나? 니 돈이면 자식아 일억 넘는 물건을 아무런 대책 없이 퍼줬겠어?”
     

    일은 벌어졌고, 약속된 날 입금되기만 기다렸지. 염려한 대로 일주일 후가 월말로 미뤄졌고 다음 날 이 과장 데리고 찾아갔더니 사무실이며 공장은 싹~ 비워져 있었어.
     

    정말 옹팡지게 제대로 당한 거였어. 너무 허탈하니 말이야, 막상 일이 터지고 보니 말이지 문제 생기면 이넘 세워놓고 실컷 욕 퍼붓고 한 방 날려주려 했는데, 그냥 헛웃음만 나는 거야. 어쩌겠어, 일은 벌어졌고 어떡해서든 수습해야 했으니.
     

    최악의 경우는 아니었어. 회사가 법인이 아닌 개인이었고 무엇보다 이 건의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었거든. 이 과장에게 미*산업과 거래했던 곳을 찾아 이 회사에 결제할 금액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더불어 실질 대표자인 김*섭의 근황을 수소문해보라 했지. 그러면서 아침, 저녁으로 김*섭의 아파트를 찾아 뻗치기를 했었어.
     

    일주일간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고소장을 작성했어. 고소장 잘 만들어야 해, 경찰서 조사과 사람들은 말이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정말 많아. 때문에 그들의 수고를 덜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많아.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명징하게 기록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빙자료를 세세히 첨부하지 않으면 뻔한 사기도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거든.
     

    고소해놓고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는 건 금물,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시 나 역시 크고 작은 불법을 많이 저질렀어. 법은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해서 피해자가 합법적으로 대응할 길은 많지 않았거든. 가해자가 이과장과 나의 불법행위를 알았다면 둘은 지금쯤 호적에 빨간 줄 하나씩 생겼을 거야. 아무튼...
     

    보통 오후 네시쯤 되면 우편물이 각 가정으로 거의 다 배달돼. *섭 아파트를 찾아서는 우편물을 죄다 수거하는 거야. 그걸 예리한 칼로 봉투를 살짝 뜯어 내용물을 죄다 복사했지, 이후 표시 나지 않게 봉해 아파트 공동 우편함에 다시 갖다 놓는 건 물론이고.
     

    삼일간의 그 짓거리로 많은 정보가 쌓였어. 가해자의 딸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닌다는, *섭이 ** 김씨 종친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딸 명의로 된 김*섭의 카드 사용 내역, 보험 가입 등등...
     

    보통 고소장 접수하면 빠르면 보름, 늦어도 한 달 이내 고소인 조사란 걸 받게 되. 고소장 작성 못지않게 이 과정 역시 중요해. 고소장에 담지 못했던 의혹들, 추가로 밝혀낸 사실을 경찰 조사관에게 넌지시 얘기해주는 거야. 그러니 피고소인이 도박을 한다더라, 룸살롱에서 기백만원 씩 돈을 쓴다더라, 소규모 제조업 하는 사람이 일억원 치 원료를 받아 한 달 이내에 제품화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덤핑으로 날렸을 거다. 그걸 현금화해서 다른 곳에 사용했을 거란 의심이 든다. 이 부분을 집중 조사 해주시 길 바란다... 경찰 조소관이 고소인의 말을 듣고 야 이거 뭐 있네?’라는 정도의 호기심은 줘야 한다는 거야.
     

    일이 되려고 하니 엉뚱한 데서 우군이 나타났어. 고소장을 작성할 때 피고소인을 실질 대표인 김*섭과 명의 대표인 아내로 했는데, 아 글쎄 그녀가 김*섭에게 불리한 진술을 잔뜩 했던 거지.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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