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갑자기 생각남ㅎ
그를 추억하면서 시작하겠음
첫 인상은 사랑꾼이었다
전입 첫 날 관물대를 배정해주는데 그는 더블백도 안풀고 가장 먼저 자기 관물대에 A4로 출력해온 자기 여친 사진을 걸어놓았다
사이즈가 비정상적인 것만 빼면 여친 사진을 걸어놓는건 흔한 일이기에 그냥 하나의 토테미즘으로 이해하고 그러려니 했다
원래 전입 첫 날에는 아무것도 안시키고 돌봄당하는게 전통이라 PX가서 그 때 당시엔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입도 안대는 냉동들을 사주고
전화도 시켜줬는데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분명 이 놈은 전 날 수료식에서 여친을 만나고 왔을텐데 마치 UN 평화 유지군으로 분쟁 지역에 파견나갔다가 4개월만에 첫 통화하는 것마냥
코 끝과 눈가를 붉히며 전쟁이 갈라놓은 연인의 애틋한 사랑 실화 다큐를 찍고 앉았다.
곧 중식 시간이고 작업도 나가야 하기에 막내의 어깨를 두드리니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응, 사랑해, 내가 더 많이를 6번 정도 반복하더니 아멘 하고 전화를 끊는다
밥쳐먹기전에 아멘하는 놈은 봤어도 전화 끊으면서 아멘하는 놈은 처음봐서
교회다님?->아니요ㅎㅎ->,,,근데 왠 아멘?->여친이 좋아해서요ㅎㅎ->,,,그렇구나ㅎㅎㅎㅎ->예ㅎㅎ->헣헣헣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처음으로 선임으로써 후임에게 머릿속 순두부의 안위와 미래에 대한 비젼, 동방예의지국의 군인 정신을 설파하고보니 작업 나갈 시간이 되었다.
꿀빨이 계원 동기한테 얘를 인수인계하고 작업에 나갔는데 선임들이 새로 온 막내의 상태를 묻는다.
..사랑꾼입니다
그 날 저녁, 생활관에 복귀한 나를 꿀빨이가 조용히 부르더니 막내가 참 잘들어왔다며 줄담배를 태운다
무슨일인지 물어보니 너와 나는 이제 새 사람이 될것이니 마음을 비우라며 담배를 건낸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쉽사리 입을 열지않는 꿀빨이덕에 오늘 하루 나의 행적을 되짚어 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가는게 없음에 더욱 불안해진다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나 싶었지만 꼴초새키들 분명 5분 전에 왔던 놈들이 또 왔다.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곳. 병사 독서실에 들어가자마자 꿀빨이가 자살할까? 로 운을 뗀다
짱박혀있던 왕고가 일과를 재끼고 싶다며 막내를 붙여달라했던게 화근이었다.
왕고가 막내를 챙길리가 없으니 꿀빨이는 선심으로 잠깐 전화를 시켜줬다고 한다
여기서 끝났다면 꿀빨이의 센스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결말이었겠지만 때 마침 회의가 끝나고 똥때리러 온 소대장은 결말을 꿈도 희망도 없는 종말로 바꿔 버렸다
꿀빨이가 왕고 심부름으로 냉동을 데우고 있을 때 소대장이 막내에게 물었다
왜 혼자 있니?->혼자가 아니라 선임 한 분이 있습니다->허허 누구?->김일병님 입니다->그렇구나ㅎㅎ 김일병님은 어디갔니?->어떤 병장님이 냉동 데워오라해서 잠깐 갔습니다->그렇구나ㅎㅎ
왕고는 화장실에서 갓 나온 소대장의 허연 오른손에 목덜미를 잡혀 끌려갔다.
결국, 꿀빨이의 선심은 소대장의 버프를 얻어 신성불가침 노터치 전화 시간이 되었으며 그 날은 마침 행보관 주관 하 행정반 대청소가 있는 날이었다.
왕고가 행보관의 손,발 그 자체가 되던 시간 꿀빨이는 훈훈한 미소를 짓는 소대장에게 퇴근 선언을 받았고 중식 전 2시간 중식 후 2시간 벤치에서 멍하니 막내가 전화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가운데를 찢어 먹기 좋게 벌려놓은 샤넬 치킨을 안은 체..
모든 것을 파악한 나는 왜 아직 살아있냐며 늦지않았음을 어필했고 그런 와중에도 또 꿀을 빤 꿀빨이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 그럴거면 너도 여친이랑 통화나 하지라고 말했던건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내 잘못이 확실하다
원망담긴 눈, 앙다문 입술, 작게 떨리는 그의 주먹과 온 몸에서 퍼져나오는 숯총각의 향취는 그 말의 무게를 책임지듯 아직까지도 내 뇌에 각인되어있다
이 시점에서 막내는 사랑꾼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칭호가 변경되었고 꿀빨이의 짬을 그대로 맞아버린 왕고는 역시나 니밑내위를 시전을 했다
머릿속 순두부의 안위와 미래에 대한 비젼, 동방예의지국의 군인 정신을11명에게 설파당한 나와 꿀빨이는 저녁 점호 이후 곧바로 기상이라는 시간의 뒤틀림을 경험했다
사전에 교육이 부족했던 것을 통감한 우리는 막내를 탓하지않았고 일주일차로 새롭게 전입 온 막내들의 교육에 더욱 힘썻다
시간이 흘러 2주 대기가 풀리면서 돌봄당하는 입장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우리의 막내들
지금 생각해보면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미연시로 장르가 바뀐 듯 하다
강아지 타입의 막내1
우리를 좋아함. 계속 따라다님. 살가움. 축빠. 끄뉵몬
토끼 타입의 막내2
조용함. 맥심 애독자. 니혼진. 쫄보(친해요). 새벽에 화장실로 사라짐(친합니다).
고양이 타입의 막내3
양아치. 눈치 빠름. 지 필요할 때만 찾음. 눈에 뵈는게 없음
NEW 타입의 막내4
신성불가침.
개성 넘치는 히로인들을 모쏠 두 명이서 공략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얌전한(Feat.줄로만 알고있던)녀석들이기에 큰 문제가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후임이 4명이라는 평화가 우리의 감을 녹슬게 한 것 일까, 결국 우리가 이상을 알아챈 것은 막내들끼리 욕설을 하며 싸우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였다
막내1,2,3연합과 막내4의 다툼. 갓 수료한 이등병 나부랭이들의 전투력은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육군의 실질적인 전투력엔 영향이 없었지만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주창하던 우리에겐 강호의 도리를 벗어난 있을 수 없는 일이자 혹시라도 선임들이 본다면 머릿속 순두부~군인 정신 루트 확정이었기에 삼자대면을 하였다
우리는 지성인이기에 대화로 풀수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앞뒤가 꽉 막힌 중대장마냥 답이 없었고
여친을 만날 수 없는 고립 된 상황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짬타이거도 하악질을 해대는 우리 부대표 짬밥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은 것인지 알수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의 순두부는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장난으로 만들었던 막내4의 칭호 신성불가침.. 그는 그것을 뛰어 넘어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친이었으며 여친은 절실한 신자였기에 모든 사고 회로는 예수+여친홀릭이 되었다
훈련병때 주말에 가던 기독교에서 여친과 전화를 했던 것이 계기였고 여친과 유일하게 연결 될 수 있는 통로였던 것이 화근이다
처음엔 여친이 군교회다니는걸 좋아한다고 생각없이 다니다보니 여친이 점점 교회에 다닐 것을 권유하고
첫 휴가에 여친 교회에 가서 목사를 만나고 오더니 아예 성경을 몸에 붙이고 살기 시작했으며
얼마 안되는 월급까지 성금으로 기부했고 싸지방에서 그 목사의 설교를 찾아보곤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막내4는 기독교 신자로써 자신을 이끌어준 여친의 말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버렸고 여친과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군생활에 적응을 못하게 되었고 일도 안하면서 막내들끼리 불만이 쌓인 것이다
일도 안하고 통화만 해대고 막내4가 실수하면 같이 혼나버리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새벽마다 사라져서 안오길래 찾아보니 여친이랑 전화하려고 전화부스에 있던 걸 확인, 폭발해버린 것이다
같은 생활관을 썻다면 모를까, 일과가 끝나면 후임 생활관에 접근도 하지말라던 대대장의 엄포 때문에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새 사람을 만들기 위해 머릿속 순두부~군인 정신을 설파하고 싶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분대장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당연히 나와 꿀빨이는 머릿속 순두부~ 군인 정신을 설파당했고 막내4는 관심병사가 되었다
신성불가침은 더욱 기고만장해져서 아침 저녁으로 하나님께서 살펴주신다며 자신의 상황을 즐기게 되었고
더욱 우리를 빡치게 했던 건 자신이 무언가 고행을 견디는 순례자마냥 행동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새벽에는 전화하지마라, 걸리면 우리 싹 다 털린다라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제가 혼자 감당하겠습니다 였다
결국, 새벽에 전화를 하다가 당직사관에게 걸려 선임들이 하니까 후임이 따라한다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다
내가 군생활을 했던 곳은 훈련소였으며 보직은 조교였다
당연히 난리가 났으며 우리의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했다. 얼마 없는 개인 정비도 사라지고 1시간 조기 기상 후 다짐 제창, 일과 중 흡연 금지같은
별 같잖은 똥군기가 대대장의 주관 하에 생겨났다.
여기에 군대가 참 ㅈ같은게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려는게 아니라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막내4가 사고를 칠까 두려운 대대장은 아예 군종목사한테 군종으로 쓰라고 파견식으로 보내버렸다 일명 폭탄넘기기
여기서 막내4가 일을 하나 더 내는데 교회에 오는 훈련병들에게 자신의 신성불가침을 뽐낸 것이다
조교의 현 상황, 트와이스에 미치고 맥심의 노예라는 것, 조교는 얼차려를 줄수없다는 것을 까발리면서 우리의 권위는 바닥으로 내리쳤고 훈련소가 아닌 유치원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입소한지 일주일 갓 넘긴 훈련병이 나에게 조교님.. 사나가 좋아요, 쯔위가 좋아요 라고 물어본걸 잊지 못한다 물론 사나지만
어쨋든 이 암흑기에 보람을 잃고 전출을 희망하는 조교들이 넘쳐나자 대대장은 처음엔 가는 사람 안붙잡는다로 일관했고
남은 사람들은 그래도 씨X씨X하며 버텼지만 애초에 한 개 중대 20명 안팎인 조교들이 12~14명이 되어버리자 업무는 불가능
하루 8시간이라는 군법에도 어긋나는 살인적 근무와 신병 교육까지 해야했다
그래도 인원이 부족해서 행보관이랑 갓 전입온 소대장이 같이 탄약고로 올라갔고 병사들에게는 누가 사수였을까라는게 핫한 토픽이었다
심지어 나와 막내2는 3일간 서로 못본적도 있다. 내가 근무 나갓다 돌아오면 얘가 근무 나가있고 내가 당직스면 다음날은 얘가 당직이고.. 오랜만에 보니 뭔가 짠해서 담배 한 갑 사줬다
다들 죽어가는 와중에도 막내4는 편안했으며 이제는 일과 시간에도 통화를 하는게 당연해졌고 TV까지 보게 되었다
참다 못 한 내 맞선임이 막내4를 좋아하는 예수님 곁에 보내주고 자기도 따라간다 했지만
내 맞선임의 인성을 봤을 때 지옥행 확정이기에 손해니까 어떻게든 말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다들 지치고 자살ㄱ? 가 인사말이 되었을 때 쯤..
막내4가 여친한테 차이면서 스스로 사단장한테 편지를 보내어 힐링캠프로 가버렸다
소리소문없이 갑자기 관물대가 비워져있었고 그가 남기고 간 과자봉투 및 군교회에서 주는 성경 몇 권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대대내 신성불가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우리는 그가 썼던 관물대를 불교 법당으로 옮겨 정화를 꿰했다
이를 알리없는 법사님이 단체로 귀의했냐며 기뻐했고 이는 갑작스런 수계식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짬이 없는 나와 꿀빨이 그리고 막내1,2,3 가 대표로 향빵을 쳐맞고 햄버거를 받았으며 아직도 내 왼쪽 팔에는 향빵 자국이 남아있다
그 때부터, 우리 대대는 우스겟소리로 신병을 뽑을 때 하나의 룰이 생겼다
기독교신자면서 여친이 있다? 거른다
실제로 우리 중대에서는 그랬다 행보관이랑 중대장이 앞장서서 걸렀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정확하진 않지만 막내4와 담배를 태우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제 여친이 교회에 너무 빠져있는거 같습니다. 왜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씨X새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