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혼자서 일을 벌려놓고 수습이 안되니 저에게 해결하라 던져준 일들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떻게든 해결해왔구요.
본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나 저의 교육을 위해 일을 맡겨둔 것이라며 잘못했을 땐 쌍욕을하고 잘했을 땐 자기가 했으면 이렇게 했을텐데라며 제 판단과 행동이 잘못된 것인양 얘기를 합니다.
제가 올해 서른입니다.
이제는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일처리 방법자체가 잘못되었고 여태껏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요.
제 돈 3천만원 날려먹었고 형 명의로는 빚이 1억입니다.
저 혼자서 살면서 하나둘씩 모아둔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도 그동안 가져다 쓴 대출과 보증금이 많아 다 메꿀 수도 없습니다.
현재도 벌려놓은 것이 많아 달달이 고정지출비용이 사업체에서만 2500만원이 나갑니다.
매출에 허덕이며 적자가 나는 달이 많아지고 더이상 메꿔넣을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고나니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무능력한데 부지런하고 무모하게 일을 진행한다는 것을요.
일례로, 자신이 모든 것을 할테니 신경쓰지마라고 사업을 하나 시작했습니다.
잔잔하게 돈이 부족하니 지속적으로 소모품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이번달에만 소모품으로 100만원은 사준 것 같아요.
신경쓰지말라고 했던 사업은 온갖 핑계를 대며 제가 해결해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몇번 해주고나니 이제는 제가 자기 사업의 담당자랍니다.
저도 이제는 머리가 컸고 신경쓰고 싶지 않아 바쁘다했더니 도리어 서운하다는 식으로 화를 냅니다.
매번 이런 패턴입니다.
결국엔 제 잘못이 되고, 결국엔 제가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계속 옵니다.
몇년을 스트레스에 죽고싶었고 아버지가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과 아들로써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허덕였습니다.
이제는 해탈하여 시벌거 될대로대라 라는 생각인데, 문득 지나온 세월이 아깝고 현재가 비참합니다.
저 혼자서 잘 진행하던 사업을 접고 자신을 도와달라기에 1년째 무보수로 일을 해주고 있습니다.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달달이 500만원씩을 받아갑니다. 형도 800씩 가져가구요.
저는 하루에 10시간넘게 개같이 일하며 인력 빵꾸난거 다 매꾸는데도 제 통장에 있는 돈을 써가며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제 모아놓은 돈 다 쓰고 통장에 40만원 남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모든것을 멈추면 아버지와 형의 수입이 없어집니다.
저는 지금 무엇인가 하고싶어도 사실상 손을 벌리지 않으면 시작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하는 것을 멈추면 당장 엄마와 형수 조카가 굶어야합니다.
제가 살아왔던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저희 형제의 후세에 남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메꿔야하고 얼마나 더 뒤치다꺼리를 해야할까요..
남탓하며 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는게 남탓밖에 없습니다.
이른 나이에 법인실장이었다가 카페사장이었다가 식품개발자였다가 oem총책임자였다가 휴대폰판매점사장이었다가 개업공인중개사였다가 법무대리였다가 광고회사사장이었었습니다.
저는 할 줄 아는게 많고 똑똑합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있고 제가 다룰 수 없는 정보는 없다 생각하고 삽니다.
근데 너무 많은 생각과 일에 치여 저를 돌볼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만 내버려두면 사막에서 꽃을 피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아깝지만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만 끝나면... 상황이 좋아지면... 그렇게 20대 전부를 날렸습니다.
앞으로의 30대 40대가 지나온 세월과 같이 무의미할까봐 두렵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할지 감이 안옵니다.
각자가 나름의 고민과 치열한 인생을 살고 있겠지만 희망이 없이 살진 않는 것 같습니다.
분명 저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뭔지몰라 치료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가진 것에 비에 너무 초라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는데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요..
그냥 익명에 기대어 푸념해보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