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께서 자꾸 음식을 동의나 미리 언질 없이 보내십니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시는 거니 처음엔 감사히 받았는데, 가면 갈 수록 다 먹지도 못 할 음식을 방치하다가 버려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저는 같은 음식을 두끼까지는 먹는데, 그 이상은 잘 안 먹어요. 금방 질리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래서 요리를 할 때 손이 작고, 보통 두끼 먹을 정도의 양만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음식을 자꾸 박스 분량으로 보내주세요. 홈쇼핑 보다가 맘에 드는 게 있으면 보내시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 많이 받아버리면 먹기도 전에 질려서 더 못 먹겠더라고요. 물론 저도 음식을 박스채로 사기도 해요. 근데 그건 제 필요에 의해 사용처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것이니 감당이 되는데, 생각에도 없던 음식을 박스채로 받으면 그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고 갑갑해져옵니다. 저희는 2인 가구고, 어머님과는 입맛도 취향도 매우 다른데 자꾸 어머님이 판단으로 식재료를 대용량으로 보내시니 매번 한가득 남아서 버리게 됩니다. 주시는 마음이야 감사하니 차라리 미리 저희한테 연락주시고 필요한지 안 한지 의사라고 묻고 보내셨으면 좋겠거든요. 매번 그냥 본인 판단으로 보내버리시고 택배가 도착할 즈음에야 연락하시는 바람에, 전에는 저희가 여행 가있는 동안 냉동식품을 보내셔서 어머님이 직접 오셔서 다시 가져가신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뒤로도 쭉 연락 없이 보내십니다. 남편에게도 말해보았고 어머님께 제발 보내시기 전에 뭘 보낼 건데 괜찮은지 미리 물어보기라도 해달라고 말씀드려달라 했는데 어머니는 내가 말해도 안 듣는다며... 굳이 불편한 소리를 하기 싫은 것 같아요. 이제는 어머님 이름으로 택배가 오면 저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내쉬고 미간이 절로 찌푸려져서 남편하고도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저희가 몇달을 먹어야 겨우 먹을 만한 생선, 며칠을 먹어도 못 먹을 꼬막 몇 키로를 보내오셔서 괴로웠는데, 오늘 또 고구마 두 박스를 보내신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울고 싶더라고요. 제가 사둔 고구마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걸 또 어떻게 처리하라는 건지 너무 갑갑하고 미쳐버릴 것 같고. 남들이 볼 때는 복에 겨웠네 아니면 시댁이 싫으니 별걸로 트집이다 하실 수도 있겠지만, 시댁하고 사이 좋고 고부갈등도 없는데 이 문제는 정말 괴로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울고 싶어요. 감당 못 할 양의 음식을 받는 게 이렇게 괴로운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처리하는 것도 힘들고 버리는 것도 힘들고 버리면서도 죄책감이 드니까 너무 괴로워요. 시댁에 갈 때도 자꾸 음식 바리바리 싸주시니까 우리는 이렇게 많이 못 먹는다. 못 먹으면 버려야 하는데 너무 아까우니 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만 주셔라 정중히 부탁드리는데, 제가 하는 말은 부드러운 말투라 그런지 아님 상투적인 거절이라 생각하시는지 매번 변화가 없어요. 그래서 남편이 정말 강하고 확고하게 말해줬으면 싶거든요. 나는 내 집에 싫으면 싫다고 이건 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왜 남편은 강하게 얘기 못 하는 건지 남편도 원망스러워지고, 왜 내가 매번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도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 건지 이해도 안 되고... 이런 걸로 괴로워하는 게 이상한 걸까요. 정말 울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