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역에서 택시를 타고 수유역 가자고 했습니다
만원 안팎의 거리, 장거리가 아닌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기사 표정이 안 좋네요
뭐라 투덜거리기도 한데 이어폰 꽂고 못 들은 척 했어요
그런데 아무말 없이 가다보니 방향이 이상...
지리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가정역에서 수유역이면 길이 대충 뻔함
동이로, 한천로, 매우 적은 확률로 동부간선도로
그런데 아예 길을 빙 둘러 가는 것도 모자라 종암동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귀에서 이어폰 뺐음
"아저씨 수유역 가달랬는데 지금 어디 갑니까?"
"이 길이 맞아."
여기서 제 목소리가 삐딱해졌음.
"아닌데요."
"당신이 택시 20년 운전한 나보다 길을 더 잘 알아?"
"아저씨가 그 동네에서 30년 넘게 산 나보다 우리집 가는 길을 더 잘 알아요?"
"아. 이 길이 맞다니까!"
"그래요? 함 가봐요."
수유역 도착하니 택시비 만9천원 찍힘
그 정도는 아니어야 하는데 종암사거리로 도니 미아사거리부터 마의 병목구간에 걸려 길바닥에 돈 뿌림
"요 아래 강북경찰서로 가주세요."
"수유역이라며?"
"아! 택시요금 안 낼 거라 신고하시라고요."
제가 경험치 많이 줄 인상 아니었으면 주먹이 날아왔을지도 모름.
내가 녹음 중이었는지 모르고 육두문자 참 화려하게 날리더니 결국 경찰서 감.
그런데 자초지정 들은 경찰아저씨
"요금 그냥 내세요."
"못 내겠는데요? 제가 말한 코스로 돌아가서 만9천원 나오면 다블로 내죠."
"아니. 그게 아니라요. 돈 달란대로 내주고 다산센터에 바로 민원 넣어요. 택시넘버랑 기사이름 대고 녹음한 내용도 첨부하고요."
와! 개통쾌!
택시기사 얼굴 썩어버리고 경찰아저씨 마무리
"기사님 돈 받아요."
택시기사 열 받았는지 돈 달란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림.
그때 경찰아저씨 그 뒤에 대고 한마디.
"끝까지 듣고 나가지. 요금 안 내도 민원은 넣을 수 있는데."
술 마실 때면 일부러 집에 와서 차 버리고 택시로 갔다 오는 사람이라 택시 진짜 자주 탑니다.
솔직히 진상 택시기사보단 평범한 분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소수를 보고 일반화는 하지 말자는 사람도 나오겠죠.
그런데 뭐랄까.
밥솥에 아무리 돌보단 쌀이 많아도
한숟가락 뜰 때마다 돌이 씹히면 밥솥째 버리게 되더라고요
사이다는 사이단데 뭔가 씁쓸해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