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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90304
    작성자 : 파랑방울
    추천 : 13
    조회수 : 877
    IP : 119.67.***.195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21/08/12 03:31:18
    http://todayhumor.com/?gomin_1790304 모바일
    당신은 살아있습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 여섯살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의 딸입니다

    저의 가족은 아빠와 저, 강아지 두마리가 있습니다

    제 가정사를 아는 친구들은 이 아이는 조금 힘든 부모 밑에서 자란 친구이고 저에게 가족은 가족이었습니다

    표현이 과격하고,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술을 먹으면 큰 실수를 많이 했던 아버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사랑하는 마음은 숨기지 못하는 그런 투박한 사람

    저번주 월요일 오전에 같이 계곡을 가기로했는데 새벽에 아버지가 뇌출혈이 발생하였습니다 의식이 있는상태로 저랑 같이 병원을 갔고
    코로나로 저는 아버지의 응급실 상황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수술은 오전에 진행되었고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의식은 없고 저번주와는 다른 점은 자극에 대해 눈을 어렵게 뜨기 시작했다는 점

    저는 11월에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입니다
    집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과 오후는 늘 고요했지만 저녁은 제가 아빠 밥을 차려주고 아빠에게 하루 일과를 듣고 말하며 조잘조잘 시끄러웠습니다 

    지금은 계속 고요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고요합니다

    엄마라도 있었으면, 형제자매라도 있었으면, 코로나라도 아니었으면, 아빠 면회라도 한번이라도 됐었으면, 시험이 이렇게 조금만 남지 않았으면

    모든 현실과 다른 상황을 원하며 저는 계속 앓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 빨래통에 있던 아빠 옷을 꺼내어 품에 꼭 안아보았습니다 강아지들이 내가 없을때 왜 내 옷에 잠들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표현이 많고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더운 날에 아빠 일하는게 힘들까봐 매 시간 카톡하고 연락하며 아이스팩에 물통과 과일 쪽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매일 

    아빠가 기뻐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이제는 의식 없이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게 마음이 미어집니다

    아빠가 너무 미워서 서로 대판 싸운 날에도 허리 약을 본 날은 씩씩대며 파스를 사다주고 짜증나게 신경쓰이지나 말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잠든 아빠를 깨워 마트에 가자고 졸라 장을 보러가는데 저를 따라나온 아빠가 마치 아이같았습니다 툴툴대며 옆에 따라오는 아빠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 길거리에 핀 꽃은 나중에 알고보니 벌개미취꽃이였습니다

    아빠랑 병원 가는 날에 택시안에서 아빠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잡을걸 그랬습니다 그게 그렇게 여한이 남습니다 보고싶습니다..

    13-14년전 초등학생때는 아빠가 뇌출혈이 있어도 엄마가 있었고 금방 화복이 됐었는데 이제는 가장역할까지 제가 되다니 너무 무섭습니다

    영상면담을 신청해서 아빠를 보는데 준비한 말을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오래 힘들게 달려와서 힘들었구나 나 걱정말고 푹 쉬고 와’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빠의 모습을 보니 입에서 새오나온 말은 “한번만 다시 살아달라, 아빠 나때문이라도 살아달라 아빠” 이말 뿐이었습니다  

    아버지 인생의 반 이상을 자식인 나로 인해, 나때문에 고생한 아버지에게 전 또 이기적인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빠에게 아빠의 인생을 살으라고 말했지만, 결국 제 욕심을 위해 꿈을 위해 시험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꼭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했던 사업이 잘 되지않아 개인회생으로 6년간 150만원을 국가에 완납한지 2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소박한 당신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왜 당신은 그리 곤히 누워있습니까

    너무 너무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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