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 수리를 요청 했던 택배가 왔는데 열어 보니 안에서 다 깨져서 왔다.
내용물은 아래 부분의 베이스가 돌덩이인 부러진 석고상.
포장 상태가 어땠냐면
안쪽에서 따로 따로 뽁뽁이에 싸긴 했지만 무거운 돌덩이 베이스와 속이 빈 석고상을 저 얇은 박스에 같이 넣었고
박스 윗부분의 공간이 남아서 그랬는지 박스를 찢어서 안쪽으로 접어 테이프로 둘둘 말아 놨다.
배송 할 택배 박스가 이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닐 테니 배송 중에 안 깨지고 멀쩡히 오면 그게 더 신기할 지경.
결국 박스 안에서 개작살이 나서 왔지만 그나마 제품의 모양이 단순해서 어떻게든 복구해 보겠다 하고 추가금을 불렀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우체국 택배 기사님을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배송 중에 물건을 험하게 다뤄서 다 깨진 거니까 수리비는 택배 기사님이 지불하라는...
아니 개판으로 포장해 놓고 왜 택배 기사님에게 수리비를 내놓으라 하는 건데...
이 짓 하면서 이런 사람 처음 봤다.
깨지기 쉬운 건 직접 가지고 오든지 시간 안되면 퀵으로 보내거나 해야지 이건 뭔
결국 다음날 택배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고
난 당연히 택배 기사님 편.
그래서 택배 보낸 사람에게 아래와 같은 카톡을 보냈다.
이 이후로 별 연락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택배 받은 지 10일 정도 지난 3월 30일에 또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그 사이 이 사람이 우체국에 맨날 전화해서 난리를 쳤나 보다. 하...
너무나 시달려서 어쩔 수 없이 수리비를 지급해주기로 했는데
수리비를 좀 깎아 주실 수 있겠느냐는 내용의 우체국에서 온 전화...
난 이 사람이 나와 수리비 딜을 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우체국 직원들을 붙잡고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택배 문제로 돈 물어내게 되면 그 기사님은 전말서라도 써야 할 테고...
결국 내가 똥 밟은 셈 치고 추가 수리비 없이 작업해주기로 했다.
우체국 직원 분이 정말 고맙다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시겠다 하셔서 괜찮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뭔가 속 안에서 부글부글! 정의구현 실패!
들어 보니 어느 대학의 교수라고 하던데 뇌까지 근육으로 돼있는 건지...
자신 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이라 판단되면 무시하고 큰 소리 내고 보는 부류겠지 뭐, 안 봐도 뻔하다.
우체국 직원 분과의 통화가 끝나고 나니 아래와 같은 카톡이 왔다 ㅋㅋㅋ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 분도 중간에 껴서 난처한 상황인 듯
어차피 밀린 작업이 많아 제일 후 순위로 밀려서 며칠 잊고 있었는데
어제 4월 2일 커다랗고 묵직한 택배가 작업실에 도착했다!
보내신 분은 우체국장님!?
박스를 열어 보니 이런 것들이 한가득 ^^
뭔가 손에 닿는 대로 넣어 보낸 듯한 느낌이지만 ^^
정말 고마워서 이것 저것 보내주신 느낌도 든다.
왠지 착한 일을 한 것 같아 괜히 뿌듯해지네 ^^
우체국에서 작은 선물을 보내준다 해서
우체국 로고가 새겨진 기념품이나 달력 같은 게 오겠거니 했는데 뜻밖이라서 더 기분 좋은 선물 ^^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려 했지만 일반 전화 번호 밖에 없어서 못했다.
우체국에 전화 하기엔 부끄럽고 ^^;
잘 먹고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