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회를 좋아하는지라 그날도 맛있는 숭어회를 챱챱챱하러 집 뒤쪽 길을 건너 빌라촌을 향하는데 잘생긴 고양이 등장하여
야옹 야옹.
오다가다 마주치는 길야옹이가 하도 많아서 평소에 야옹이 밥을 가지고 다니는지라 익숙하게 바지춤 뒤적거려 야옹이 밥 상납.
(우리동네 야옹이들은 간식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나가다가도 부르면 멈춰서고 봉지흔들거리면 다가옴.)
왠 일로 발아래까지 다가와 얌전히 기다리길래 밥주면서 고놈 참 잘생겼네 감상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뻗으니 도망을 안가네.
이거 참 경사구나하며 손호강을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먹다말고 건물 뒤쪽으로 돌아갑니다.
왠만하면 잘가하고 가던길 갔을텐데 그놈 뒷태가 하도 고와 홀린 듯 따라가니 버려진 듯한 헌옷 수거함에 쏙 들어가 앉았는데
너 거기 사니 따뜻은 해보이는데 인테리어는 별로구나하며 혀를 쯧쯔 차는데 혀차는 소리가 쯧쯔하고 안나고 야옹하고 나는 겁니다.
내소리는 아닌데 쟤소리도 아닌 거 같아 안을 들여다보니
아기 고양이가 뭔데?하고 나를 훍어보는 그것이었음.
어 그거참 너무하네 적당히 귀여워야지 이러며 신호흡 가다듬는데 한마리가 더 있는게지.
어미가 사람손을 많이 탔던데 너도 그러냐하며 손내미니 이것이 손에 착 붙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널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
널 어쩌면 널 어쩌면 좋니
그렇게 오다가다 수거함에 들려 아침저녁 밥을 주니 이것들이 알아보고 마중까지 나오기 시작합니다.
내 집은 방이 한칸이라 너는 올 수 없구나 한탄하며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마음도 주었는데
이것이 자꾸 귀를 탈탈탈 터는 것이 영 못마땅하여 병원에 데려갑니다.
혹시나하면 역시나 귀에는 살아있는 벌레들이 잔치상을 벌여놓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염증도 심해 의사가 경악을 하며 병원에선 늘 들을 수 있는 단골멘트 날려 줍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네요"
안들으면 섭섭했을 그 한마디에 미련없이 9만원 결재하고 나오는데 약봉지를 쥐어주니 이거 어떻게 먹여야하나 고민됩니다.
치료해봤자 환경이 이모양이라 소용이 없겠구나 싶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결단을 내립니다.
몇날을 고민했고 수십번을 갈등했고 수천번을 각오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탈탈 털어본 헌옷 수거함 안에는
눌러붙은 똥과 가죽만 남은 쥐와 알수 없는 여러 벌레들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되어 결과는 이렇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 씻기지도 못하는데 냄새 풀풀 풍기며 제 침대를 차지했습니다.
일주일 지났고 이불 빨래 8번 했습니다.
그래도 안면을 텄다고 제법 사람을 잘 따릅니다.
문제는 엄마 고양이.
밖에서는 그래도 우리 좋았었잖아.
안에서는 서먹서먹해서 둘만 남으면 어색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아기 고양이는 분양합니다.
서울 강남 쪽 / 문의 카톡은 rnim으로 부탁드립니다.
문의 톡이 벌써 와서 우선 보류 하겠습니다. 이 분 고민 끝나시면 다시 톡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기 거실분 톡 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