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츤데레 아내란 글을 써서 베오베에도 갔었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저는 주식과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50줄이 다되서 하루 14시간을 일하고 있는 트럭 운전사입니다.
그런 아저씨가 당치도 않게 드라마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처음엔 뜨악하게 생각하고 말도 못 붙이게 하던 아내가 이젠 조금씩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전 밥을 먹으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 뜯고 있으니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생활에서 찾아, 생활에서"
나도 그러고 싶지. 몰라서 못 찾나..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자기 회사 얘기를 합니다.
아내는 반도체 회사 용역업체에서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 제가 재산을 날려먹고 빚을 안겨준 결과지요..)
원래 회사 얘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물어봐도 "알면 왜? 그만두게 해줄거야? "하던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내가 회사 얘기를 합니다.
"우리 회사에 40대 중반 아줌마가.. 방탄을 그렇게나 좋아하네..."
그게 뭐? 하며 쳐다보는데....
"생각해봐. 애들도 아니고 40대 중반인데.. 아이돌 좋아하는 아미야.. 게다가 생산직 비정규직 아줌마가 말이야.."
방탄이 그렇게 인기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럴 정도였나??
그런데.. 아내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 아줌마가 방탄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대.... 그런 얘기를 써보라고..."
그래서.. 아내의 회사 동료를 소재로.. 드라마 대본을 하나 썼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팟캐스트를 하던 분을 만나..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다가..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 팟캐스트에서 한번
다뤄보겠다고 합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연출한 정윤수 감독님이 지문을 읽고 , KBS 성우 분들이 대사를 읽어주는 팟캐스트라고 합니다.
기쁜 마음에 대본을 드렸더니.. 녹음을 마치고 오늘 새벽에 팟캐스트가 올라왔네요..
제가 자랑삼아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이렇게 얘기합니다.
"돈도 안되는 걸 갖고.. 무슨...." , "그래도 뭐.. 썩 나쁘진 않네.."
진짜 츤데레 아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