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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icycle2_17736
    작성자 : Moby
    추천 : 33
    조회수 : 1407
    IP : 125.180.***.29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4/02/21 02:25:49
    http://todayhumor.com/?bicycle2_17736 모바일
    Moby의 자전거 세계여행_몽골4

    ㅁ 몽골 4일째(6월 27일),  고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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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들어 온지 4일째.  제법 큰 마을이라는 샤인샨트에 오늘 도착할 예정이다.  가서 맛있는 것 좀 먹고 싶었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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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버려져 있는 소 대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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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지도 않은 표지판인데 뭐라고 써 있는지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저건 러시아 글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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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구절초 꽃 비슷하게 생겼다.  대충 막 피어 있어도 이런 사막에서는 그래도 귀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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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옆 배수로 물 고여 있는 곳에 모여 있던 말들이 내가 지나 가자 일제히 크게 굽신 굽신하며 인사를 했다. 
    '아이고 형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하는 것처럼.  왜 그러나 했더니 들러 붙는 날파리를 쫓기 위해서 그러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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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옆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게르 근처에서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길래 사진 찍으려고 멈줘 섰더니 아이들이 나를 보고 뛰어 왔다.
    말은 안통하고 사진 찍자고 해서 사진 몇장 찍고 유목민에게 신세지게 되면 줄려고 중국에서 샀던 사탕하고 젤리를 몇봉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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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헤어지고 조금 가고 있는데 게르로 돌아 갔던 아이들이 나를 큰 소리로 불러 세우더니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들이 게르로 돌아가 내 이야기를 했나보다.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도 나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생각지 않던 갑자스런 초대라 긴장이 좀 되기도 했지만 유목민들이 진짜 살고 있는 게르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기대도 됐다.

    게르 안은 보통 아파트 거실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의 크기고 지붕은 생각보다 낮았다.  작은 가구 몇개, 냄비들.. 살림살이는 단촐했다.
    바닥은 땅위에 바로 장판을 깐것 같았는데 나에게는 작은 의자를 내어 주었다.  어른은 할아버지, 엄마, 아빠 세명이었고 아이들은 6남매 였다.

    할아버지는 골격이 크고 오랜 초원 생활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 몽골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나가서 주먹으로
    소 한마리는 때려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카리스마를 풍겼다. 할아버지는 만두를 드시고 계셨는데 나에게도 먹으라고 만두 담긴 냄비를 밀어 주셨다.
    만두는 밀가루 피가 두껍고 안에는 양인지 염소인지 고기가 들었는데 누린내가 나는 노란 기름덩어리도 많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최근 내 영양상태가 워낙 부실해서 그런지 먹을만 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눈치 보일것 같아서 5개만 먹었다.

    맏이인 여자 아이가 금방 끓인 주전자를 들고 와 블랙티라며 따라 주었다.  여자 아이는 영어를 단어 몇개 말하는 정도로 아주 조금 알았는데 
    나보고 몇살이냐고 물어봐서 손가락을 펴 보이며 39살이라고 하니 옆에 있던 아이들 엄마, 아빠가 약간 놀라며 나를 쳐다 보았다.
    자기는 13살이라고 했다.  내가 차를 다 마시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컵에 차를 다시 몇번 채워 주었는데 
    손님을 대하는 것이 초등학생이 아니라 의젖한 고등학생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떠나기전 사진을 찍고 싶어서 물어 보니 어른들은 웃으면서 손사레를 쳐서 아이들하고만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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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 있던 젤리며 과자를 아이들에게 다 나눠 주고 다시 출발했다.  
    몇백미터 가다가 뒤 돌아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처음 방문해본 게르..  저런 곳에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도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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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데 횡단 보도가 있어서 좀 웃겼다. 뭐지? 도로 라인 그리다가 페인트가 좀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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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목적지 샤인샨트가 멀지 않아서 인지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기차가 다시 보였다.  기차가 정말 장난감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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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다른 이유 없고 단지 저 뒤에 초록 풀밭이 보인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었다.  간만의 진한 초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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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대가리만 있다고 무시하냐?'
    길을 가다 보면 저렇게 가져다 버린 먹지 못하는 가축의 대가리나 다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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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멀리 샤인샨트가 보였다.  빨리 가서 시원하게 맥주부터 한병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저 정도 거리는 한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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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 돌아본 전봇대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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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간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두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착시 현상때문이었다.  
    티벳 같은 지역에서도 저 멀리 몇시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산도 실제로는 삼 사일씩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의 지형과 대기가 한국하고 많이 틀린 것이다.

    마을 초입에 울타리들이 쭉 쳐져 있어서 뭔가 했더니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아마도 가축들로 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여기는 나무가 귀한 사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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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고 생각 했던것 보다 동네는 더 시골틱했다.  이곳은 약간 외곽인데 집들 사이 사이 게르들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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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중심가로 좀 들어오니 큰 건물에 상가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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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겨울의 심한 추위 때문인지 창문을 크지 않게 건물을 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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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서 가장 세련된 건물이었다.  아마 우리나라 군청 정도 되는 건물이 아닐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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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을 건너며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맥주..  맥주를 홀짝이며 바람부는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니 몸과 마음이 릴렉스 되는 기분이었다.
    고생하며 사막을 지나 여기까지 온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하고...  맥주 1,200투그릭(1,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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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자마자 달달한게 급 땡겨서 산 과자. 너 오레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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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 1,000투그릭(8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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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오기는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차를 알아 보기로 했다.  
    몽골 넘어오기 전에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이 여기서 기차를 타고 울란바트로까지 갔다는 내용을 봤었다.

    아직 울란바트로 까지는 700km정도 남았는데 지난 며칠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앞으로 10일을 넘게 또 그런 고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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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란바트로 가는 기차가 며칠에 한번씩이나 있는지 몰라 걱정하면서 기차역을 찾아 갔는데 운이 좋은지 밤 9시에 울란바트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며칠씩 기다려서 기차를 타게 되면 이 마을에서 묵으며 기다려야 되나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자전거로 가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오늘 기차타고 가면서 잠을 자면 되니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이 되었다.

    말이 안통해 좀 버벅대기는 했지만 여권 보여주고 기차표를 끊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저렴한 7,400투그릭(6,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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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우선 자전거와 짐들을 기차역 본건물 옆에 있는 수화물 처리해 주는데 가서 무게 달아 화물처리하고
    주변 구경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건지 많은 목재들이 기차에 실려 중국쪽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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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수화물 처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준 아저씨에게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흔쾌히 응해 주었다.  
    아저씨는 160이 안되는 나보다도 키는 더 작아 보였지만 이곳에서 무거운 짐들을 나르는 육체 노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몸은 엄청 다부졌다.  

    근데 뒤에 있던 저 아저씨가 내가 한국사람인걸 알고는 이 사진을 찍어준 아가씨를 가르키며 계속 어떻냐고 장난을 쳤다.
    아가씨도 막 웃으면서 아저씨 한테 왜 그러냐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 하고...
    나도 그냥 웃으면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는데 쫌 있으니 이번에가 아가씨가 쑥스러워 하면서도 나한테 자기 어때요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표정을 보니 그냥 장난은 아닌거 같았다.   헐.. 뭐지? 한국에서 못간 장가를 여기서 가야하나?  하지만 난 앞으로 갈길이 먼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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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사용료 300투그릭(200원 정도) 내고 들어가서 간만에 머리도 감고 수염도 깍고 위에 옷도 갈아 입고..

    8시 좀 넘어서 기차가 들어 오자 어디 짱박혀 있었는지 보이지도 않던 많은 사람들이 기차역으로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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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차 한량에 2명씩 스튜어디스처럼 옷을 입은 여승무원들이 있었는데 검표부터 객차 청소, 커피 판매 같은 일들을 다 하고 있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로 가는 기차여서 그런지 외국인 들도 몇명 눈에 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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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나 사발면 먹을 수 있는 뜨거운 물통이 있었다.  얘기는 들었지만 처음 보니 역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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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은 사진의 2명이 앉을 수 있는 짧은 좌석과 내가 앉은 쪽의 3명 좌석이 마주보고 있게 되어있고 머리 위쪽에 누워서 갈 수 있는 좌석(?)이 있었다.

    기차 안은 앉아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 우는 아기,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다. 
    몽골 전통의상에 긴 가죽장화, 중절모를 쓴, 금방 말타고 다니다가 기차를 탄것 같은 아저씨들도 보이고
    수수한 옷차림에 순박한 얼굴을 한 몽골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으니 몽골속으로 더 깊이 들어온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이동거리는 6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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