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방에서 내과 수련 중인 전공의입니다.
중위 군의관으로 군대를 다녀와서 5월에 병원에 들어갔으니, 전공의 생활은 이제 만 3년을 막 넘어서 4년째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응급실에서 토혈로 온 환자가 오면 벌벌 떨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고, 사전에 알아낼 수 있도록 내시경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문가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걸음마에도 못 미치는 정도겠지만요.
의대 들어올 당시부터 내과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워낙에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보다는 혼자서 무얼 하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의대생 시절에는 직접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닌 비임상의 길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만, 실습 기간과 인턴 시절, 그리고 군의관으로 생활했던 시간 동안에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결국에는 내과 전공의로 모교에 지원을 했었고, 인턴에 비하여 군의관이 가지는 많은 여유 시간과, 제가 인턴하던 때와 달리 대폭 낮아진 경쟁률로 합격해서 지금까지 수련 중입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다 죽음을 맞습니다. 의학적으로 아무런 질병이 없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을 맞게 되고 이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지요. 다만 의사들이 하는 일은 이러한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다른 질병으로 죽음이 당겨지는 것을 최대한 막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환자분들에게 잔소리처럼 금연에 대해서 이야기드리는 것이고, B형 간염을 가진 환자분들에게 금주하시고 검사 빼먹지 말고 챙기시라고 잔소리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다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도중에도 시간이라는 녀석은 매정하게도 흘러가고 있고, 또한 질병이라는 것이 항상 의사나 환자가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크고작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간염으로 간경변이 진행된 환자분들은 가끔씩 토혈로 응급실을 오시고, 결핵으로 폐가 이미 망가져 버린 분들은 객혈을 하면서 응급실로 오시기도 하구요.
흔히 말하는 응급 상황에서는, 그 상황을 그대로 두면 환자분들의 수명은 급속도로 짧아집니다. 그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약물을 투여하고 내시경이나 색전술, 또는 그런 상황이 오면 안되지만 필요하다면 기관삽관이나 인공호흡기, 투석 등의 치료를 병행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검사, 시술, 치료의 과정은 어디까지나 나빠지는 속도를 늦춰서 이번 상황이 발생하기 전의 속도로 만드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지요. 판타지나 게임 등에서 얼마를 뚜드려맞던 '힐' 한방에 100% 회복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합병증의 위험을 가지게 되구요. 아마 이 부분에서 의료진과,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작은 법안이 하나 통과되었습니다. 법안의 이름이 왜 그분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다른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법안으로 많은 바이탈을 다루는 의사들은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작은 바람은, 시술 또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사망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강제 조정 시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분노하시겠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개정을 통해서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형사책임 '감면'이라는 애매한 문구로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정말 생명이 달린 치료에서는 이러한 애매한 문구가 아닌 안전장치가 생겼으면 합니다.
잡설이지만, 2009년도에는 모교병원에 내과 전공의 경쟁률이 2:1 정도였는데, 2013년도에는 정원보다 2명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1:1 아니면 살짝 모자라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모교병원은 선방하고 있는 편이고 서울을 제외한 지방은 이미 미달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전문의는 아니지만(이 글도 논문 revision하다가 삼천포로 새서 쓰고 있지요...) 내과 의사들이 줄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에 밤늦게 긁적여 보았습니다.
두서도 없고, 맞춤법도 안맞는 이런 망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