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실종자가 3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사망자들의 ‘시체검안서’도 허술하게 작성해 유족들에게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사고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정부가 사망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마저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사후 처리도 엉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희생자들의 ‘시체검안서’를 보면, 지난 20일자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작성한 안산 단원고 여학생 김아무개(17)양의 발견시간은 ‘4월15~16경’으로 돼 있다. 또 사망 일시는 ‘4월16일 이후’라고 적혀 있다. 검안서 내용으로만 보면, 김양 주검은 지난 16일 오전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발견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직접 사인도 ‘익사(물에 빠져 숨지다) 추정’으로만 써 있고 부검은 필요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4월18일 전남지역 한 병원 의사가 쓴 같은 학교 또다른 김아무개(17)양의 시체검안서는 사망 일시를 ‘4월18일 04시28분’으로 적었다. 사고 종류 역시 ‘익사’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한 개업의사는 “시체검안에서 사망 날짜를 확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부검도 안 하고 확정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과수 법의관 작성
김아무개양 시체검안서
“4월16일 이후 사망
4월15~16경 발견”
주검발견뒤 사망했다 적어
전남지역 한 병원의사
부검없이 사망시간 확정
“사망일시 4월18일 04시28분”
배가 16일 침몰했으니
이틀이나 살아있었단 얘기
김양 유족은 “배가 16일 침몰했는데 사망 일시가 (검안서에 적힌 대로) 18일 04시28분이라면 아이가 이틀이나 에어포켓(공기가 남아 있는 선실 내 공간)에서 살아 있었단 얘기가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병원 쪽은 “주검 발견 시점을 사망 일시로 기재한 것이다. 해상 사고는 주검 발견 시점을 사망 일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유족은 “죽은 자식에 대해 국가가 발급한 증명서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 사망 원인과 일시·장소가 정확해야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의 한 지인은 “유족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수 시체검안서가 ‘익사’로만 돼 있다. 이럴 경우 희생자 대부분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익사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고, 이는 곧 당국의 구조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단원고 2학년 희생자 ㄱ양의 아버지는 지난 21일 “정부의 부실대응을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딸을 부검해 사인을 밝혀야 한다”며 경기도교육청에 부검을 요구하는 등 사인규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가족대표단은 지난 22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와 협의해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사망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원하는 사람에 한해 부검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