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꼭대기 층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잠귀가 밝아 소음이 나면 한번씩 깨는데 평소에 갑자기 오토모드인 공기청정기가 빨리 돌 때가 있어요.
그럼 미세먼지 한번 확인하고 다시 자고 이러는데...
어제 새벽에는 공기청정기가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풀파워로 계속 도는거에요.
창문도 다 닫혀있고 미세먼지도 특별히 심하지 않은데... 평소에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깨서 집안 곳곳을 확인하는데 약간 불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창문도 다 열고 주변에 불난곳 있나
살펴도 보고 하는데 화장실에서 연탄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화장실 환풍기로 가끔 담배 냄새도 올라오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일단 기전실에 전화해서 상황 말해주고
아무리 생각해도 연탄 냄새가 확실해서 안 좋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0층부터 6층까지 내려가면서 같은 라인 집마다 벨을 눌렀는데
9층에 사시는 분은 깨서 환기하고 계셨고, 8층 7층 6층은 집에 아무도 없더라구요.
근데 5층에 들어가는 순간 복도에서부터 타는 냄새가... ㄷㄷㄷ
5층 같은 라인 초인종을 누르자 개 두 마리가 짖는 소리만 나고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탄 냄새라고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바로 119에 신고했어요.
1층에서 기다리다가 구조대 와서 벨 누르고 문 두들기고 하다가
도어락 부수고 문열었더니 연기가 가득나고 있고...(연기가 복도로 나오자마자 화재경보기가 건물에 울려서 사람들도 많이 나왔네요)
바로 여성분 한 분이 구조 되서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방과 화장실에 연탄을 피워서 자살시도 하셨다고 하고, 의식은 있는 상태였는데 말은 또박또박 잘 못하던 상태였어요)
소방관 아저씨도 신고 빨리해서 살았다고 잘했다고 하시고 가셨고,
이미 경찰분들하고 다 와계셔서 상황 정리하고 저도 돌아왔습니다.
집에 왔더니 우리 집도 연기가 가득하네요. 연탄 냄새 엄청나고....
아침에 한 5시간 동안 선풍기 틀어놓고 창문 현관 다 열고 환기해놓고,
그 상태로 일 다녀왔는데도 지금까지 냄새가 안 빠졌어요 ㅠ_ㅠ
연기 많이 맡아서 그런지 종일 컨디션도 안 좋고 어지럽네요.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사람도 살리고 개도 살렸다면서 잘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힘들어서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생각해보니 공기청정기 없었으면 저도 안 일어났을 것 같고...
그랬으면 저도 큰일 날 뻔한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싱숭생숭합니다.
기승전공기청정기 광고 같네요ㅋㅋ 저는 일어났을 때 바로 상황이 인지가 안 됐는데
공기청정기는 이미 일산화탄소? 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안 좋은 공기가 올라올 때부터 바로 인지하고
쌩쌩 돌았나 봐요.
앞으로는 극단적인 생각 안 하시고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분들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