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데인 박사의 "구석기 다이어트(Paleo Diet : 팔레오 다이어트)" 가 드디어 국내에도 출간됐다. 영문 원서가 나온지 꼬박 10년만의 일이다. 사실 구석기 다이어트를 '어떻게' 하느냐를 설명하기 위해선 굳이 책 한권이 필요없다. 몇가지 대원칙과 주의사항, 먹을 음식과 가릴 음식 목록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구석기 다이어트를 '왜' 하느냐 까지 설명하기 위해선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보통사람에게 대뜸 구석기 다이어트를 권해봤다고 치자.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10만년전 원시인들이 현대인들보다 훨씬 건강했다. 원시인처럼 먹어라'.이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웃음거리나되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실제로 시대를 앞서 80년대에 이미 구석기 다이어트를 주장했던 선학들은 당시 조롱거리가 되었다.

선사시대의 가혹한 생활상을 담은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 

과연 이처럼 구석기인들은 헐벗고 굶주리기만 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구석기' 라는 말에서 헐벗고 굶주린 모습을 떠올리는 데에는 '신석기 혁명' 을 주장한 고든차일드(Gordon Childe)의 공이 크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국사시간 제일 첫장에 등장하는 이 신석기 혁명이론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 즈음 인류는 농경을 시작했다. 이로인해 정착생활이 시작되었고 잉여생산물이 발생했다. 삶은 풍족해졌고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계급의 분화가 발생했다. 특히 농경을 통한 생산력의 폭발적 증가를 신석기 혁명이라 부른다. 현대 고고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든차일드의 '신석기 혁명(농업혁명)' 이론은 20세기 초에 첫등장한 이래 줄곧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론이었다. 집도절도 없이 유리걸식 하던 원시인들이 농경을 통해 비로소 삼시세끼를 챙겨먹을 수 있게 됐다는 가설은 몹시 그럴듯 했다. 하지만 후대의 고고학적 탐사발굴이 이어지면서 거장의 이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굶주린 구석기와 배부른 신석기라는 구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제일먼저 눈에 띄는 사실은 체구의 변화다. 신석기 혁명에 따르면 농경을 통해 안정적인 영양공급이 가능해진 인류는 구석기에 비해 더욱 크고 건강해졌어야 한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 인골이 가장 많이 발굴되는 유럽을 놓고 봤을 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지중해 인근의 구석기 인골들은 남성기준 평균 신장 175cm에 육박한 반면 신석기 들어선 160cm 초반으로 오히려 키가 줄어들었다. 줄어든것은 신장뿐만이 아니다. 골밀도와 체적도 함께 감소했다. 명백히 영양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증거다. 이를 토대로 골다공증이나 구루병과 같은 질환역시 증가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강건한 근육질에 가까웠던 구석기 인류는 농업혁명을 겪으면서 되려 혁명적으로(?)왜소해졌다.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다. 구석기 이전과 이후의 인골들을 가르는 선명한 지표가 새로 나타났다. 바로 충치다.

국내 유일의 구석기 인골로 알려진 '흥수아이' 

그러나 충치가 심해 연대 측정 결과를 의문시 하는 이들도 있다1

농경과 함께 녹말(당분)을 섭취하게 된 인류는 충치라는 새로운 병을 얻었다. 오히려 칫솔도 치약도 없었을 구석기 인류 화석에선 충치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대 측정이 어려운 1지층에서 발견된 인골이 충치를 가지고 있다면 대개 신석기 이후의 것이로 본다. 고인이 된 고든차일드에겐 안된 일이겠지만 신석기 혁명론은 실상과 괴리가 컸다. 급기야 '마르크스 주의자인 차일드가 유물론의 역사발전 5단계설에 고고학을 무리하게 짜맞추려한 결과' 라며 신석기 혁명론을 공박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신석기 혁명은 가늘고 길게 살기위한 혁명이었지 배부르고 건강하게 살기위한 혁명이 결코 아니었다. 크고 건강했던 구석기의 수렵채집꾼들이 땅에 묶이자 작고 병든 농부들이 되었다. 구석기 인들은 현대인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당당한 체구에 충치나 골다공증 없는 튼튼한 근골을 갖추고 살았다. 문명의 질병이라 불리는 각종 성인병을 앓았을 가능성은 또 매우 희박했을 것이다. 구석기 인들은 건강한 정도가 아니라 강건했다. 

2. 구석기 수렵채집꾼의 식탁

이렇듯 신석기 혁명을 둘러싼 진실을 알고나면 구석기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이제 새로운 의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구석기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방법은 있다. 고고학적 탐사와 인류학적 관찰을 통해 우리는 구석기 수렵채집꾼들의 식탄을 제법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다.

먼저 고고학의 차례다. 구석기 주거지 유적에선 특정 생물의 뼈가 일정한 방식으로 다량 출토된다. 일정한 방식이란 뼈가 절단된 형태나 나오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발견된  구석기 주거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충북 구낭굴을 놓고 보자. 구낭굴에선 특히 사슴뼈가 집중적으로 출토 되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패턴을 보인다. 뼈를 깨고 절단한 방식이 같은 사람의 솜씨처럼 일정하고 사냥하기 쉬운 어린 사슴뼈가 전체의 반이 넘는다. 구석기 인류는 선호하는 사냥감을 정해진 방식대로 잡아먹었다는 증거다. 뼈에 찍힌 긁힌자국(Cut Mark)의 단면은 이를 더욱 확실히 지지해준다. 짐승의 이빨자국 (U자)과 구분되는 석기자국(V자)은 사슴을 해체한 이들이 도구를 사용한 존재들이었음을 말해준다. 구석기 인들은 명백한 사냥꾼들이었다.2 유적과 동물뼈를 이용한 추론이외에 또 다른 방법도 있다. 특히 구석기 인골 화석이 풍부한 유럽에서 이용되는 방법이다. 육식을 하게되면 고기에서 얻은 단백질 때문에 체내에 질소(N)가 축적된다. 이 질소가운데 방사성을 가지는 동위원소 (15N)잔류량을 계측하면 살아생전의 식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통해 유럽의 구석기인들은 대략 늑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육식인' 이었음이 밝혀졌다.

고래 고기를 말리는 이누이트 ( by Edward S. Curtis. 1929)

다미엔 라이스가 부릅니다. 'So I look to my Eskimo friend'

이제 인류학의 몫이다. 인간을 마치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관찰해 문화적 패턴을 찾아내는걸 학문적 목표로 삼는 인류학자들에게 원시부족 참여관찰은 가장 대표적인 연구방법이다. 문명사회와 차단된 원시부족은 인류의 태초를 간직한 타임캡슐이며 살아있는 화석같은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들을 관찰하면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인간의 본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여 19세기부터 영미권의 인류학자들은 수많은 원시부족들의 찾아가 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쿵산족, 이누이트(에스키모), 마사이, 야노마모, 마우리, 각종 인디언과 같은 수렵채집민들의 삶을 인류학자들은 보고 듣고 기록했다.

이를 통해 모인 자료는 우리 구석기인들의 식탁을 가늠케 한다. 수렵채집민들의 식단은 적게는 55%(쿵산)부터 많게는 90%(이누이트)까지 동물성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은 우리가 육식하면 떠올리는 각종 성인병 - 암,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병 - 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방이 얼음으로 둘러싸여 어쩔 수 없이 수십세대를 해산물만 먹고 살아온 이누이트들은 심장질환으로 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3

구석기 다이어트는 이러한 고고학적 탐사와 인류학적 관찰을 토대로한다. 따라서 팔레오를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육식,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올바른 육식' 이다. 1975년 팔레오 다이어트 효시격인 소논문, "석기시대 식단 - 인간 생태와 식성에 대한 심층연구를 토대로하여(The Stone Age Diet: Based on in-depth Studies of Human Ecology and the Diet of Man)4 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인간은 본디 육식동물에 가까웠다. 따라서 우리는 원시인들처럼 육식을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LFHC식단(저지방 고탄수화물)' 을 건강식으로 권장해온 미국사회의 통념에 정면 거스르는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없는 의사의 자비출판 논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널리 알려지기엔 애시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5년, 이보다 진일보한 팔레오 다이어트 논문이 세상에 나왔다. 미국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 인류학 교수인 Melvin Conner와 의학박사인 Boyd Eaton 는 합심하여 "구석기시대의 영양-당시 자연환경과 오늘날의 의미를 고려해 봤을 때("Paleolithic Nutrition — A Consideration of Its Nature and Current Implica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코너교수와 이튼박사는 고고학적 관찰 결과를 토대로 앞서 우리가 이야기 했던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구석기 인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건강했으며 이들의 영양과 식사를 복원한다면 당뇨나 심장병 같은 '문명의 병' 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논문은 75년의 석기시대 다이어트에 비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단,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들 뿐이었다는게 문제였다. 학자들은 구석기 다이어트에 대해 맘모스 풀뜯어 먹는 소리라며 이들의 주장을 조롱했다.

당시 공저자였던 이튼박사의 최근 모습. 시대를 너무 앞서간 선구자는 슬픈 법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02년. 이제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교수 로렌 코데인 박사가 다시 한 번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화두를 들고 나타났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로 그 책이다. 비만, 고혈압, 2형당뇨, 심장병은 농경과 함께 시작되었다, 따라서 살을빼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농경이전 원시 인류처럼 먹고 움직일 것.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식습관이 필요하다.

- 고기를 먹어라! 양껏 먹는다! 단 깨끗한 고기여야만 한다! 

팔레오에서 가장 핵심적인 영양소는 동물성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를 가려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명과 함께 자연에서 멀어진 것은 인류뿐만이 아니라서다. 비육을 목적으로 사육당한 가축들 역시 자연에서 멀어졌다. 오늘날 비육장(Feedlot)에 갇혀서 곡물사료를 받아먹는 소들의 고기는 구석기 인들이 사냥해 먹은 그 고기와 질적으로 다르다.5고기는 반드시 목초비육(Grassfed), 무항생제, 성장호르몬 미투여된 고기를 먹는다. 동물성 지방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산이니 살코기만 먹는다. 당연히 닭이나 칠면조 같은 가금류(일명 하얀고기)도 환영이다. 그러나 삼겹살이나 차돌박이는 안녕이다. 베이컨 햄 소세지 같은 가공육은 더더욱 안녕이다.

-탄수화물도 많이 먹는다, 단 녹말은 먹지 않는다.

팔레오를 처음 접한 이들이 하는 가장 잦은 오해가 '무수화물 다이어트' 라는 것이다. 팔레오를 앳킨스 다이어트같은 고단백 저탄수 다이어트와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대중들은 '탄수화물(Carbohydrate)'과 '녹말(Starch : 전분)'을 거의 구분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녹말은 식물이 만든 고분자 탄수화물만을 따로 부르는 이름이다. 팔레오에서는 신석기 이후 인류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 주범을 이 녹말로 보고 있다. 녹말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밀, 쌀, 보리등 곡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팔레오에선 퇴출이다. 하지만 이것이 저탄수 다이어트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하자. 구석기 인류는 밭을 경작하지 않았을 뿐이지 산과들에 널린 채소와 과일을 수시로 먹었다. 팔레오 다이어트를 위해선 녹말이 아니라 건강한 탄수화물 즉 '야채와 과일' 을 많이, 아주 많이 먹도록 권한다. 특히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단순히 탄수화물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안에 포함된 미네랄, 비타민, 각종 항산화 물질은 동물성 단백질을 처리하면서 쌓이는 노폐물과 독소를 처리해준다. 고기를 먹고 그보다 더 많은 야채와 과일을 먹도록 팔레오 다이어트는 말한다. 말린 과일도 나쁘진 않지만 포만감이 적어 당분을 필요이상을 많이 섭취하게 될 수 있으므로 말린 과일은 조금만 먹도록 한다. 팔레오는 무녹말 다이어트지 결코 저탄수 다이어트가 아니다.

붉은 고기에 싱싱한 샐러드를 곁들인 스테이크는 어찌보면 가장 팔레오다운 식단이다

- 동물의 내장과 부산물에 숨은 미량 영양소에 주목하라

곱창집에 가서 내장지방이 덕지덕지 낀 양이나 대창을 탐식하라는 뜻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창자가 아니라 간, 골수, 뇌 같은 고기의 부산물과 피를 함께 먹으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철분, 비타민, 칼륨, 칼슘과 같은 미량 영양소와 양질의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구석기의 인류는 연모로 사냥감의 뼈를 부수어 골수까지 깨끗이 먹어치웠고 이로인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 바다에서 나는 것 중에 나쁜 것은 없다!

고기보다 건강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은 어쩌면 생선일지도 모른다. 생선기름은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EPA, DHA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혈액순환 개선은 물론 심장병 예방에 좋다. 여기서도 붉은 고기와 마찬가지로 양식어류는 피해야한다. 맑고 깨끗한 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먹자. 당연히 생물이 좋고 냉동이라면 최대한 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선동(배에서 직접 설비를 갖춰 잡자마자 얼린 물건)을 이용한다. 단 수산물  섭취시에는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익히 악명높은 중금속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참치같은 대형 어종은 가급적 멀리한다.

-불포화 지방산, 특히 단일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먹는다

씨앗류(해바라기 씨)와 견과류 (호두, 아몬드, 캐슈넛 등등)를 먹는다. 생선기름과 마찬가지 이유로 이들은 건강에 좋다. 특히 오메가3의 비율이 높은 호두가 추천된다. 주의할 점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땅콩은 견과류로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땅콩은 어디까지 콩류로 분리되어 팔레오에서 먹지 말아야할 음식이다.

-식물성이라는 이름표에 속지마라

콩기름, 옥수수유와 같은 20세기 들어서 만들어진 식물성 지방 사용은 금한다. 마가린과 같은 트랜스 지방산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오메가3는 거의 없고 오메가6 로 들어차 건강에 좋지 않다. 심혈관 질환과 비만을 유발할 것이다. 식물성 기름중에 거의 유일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압착 방식으로 짜낸 엑스트라버진급 올리브유다. 고온에서는 변성되므로 샐러드처럼 불을 가하지 않는 요리에 살짝 뿌려 먹어 건강한 지방을 보충한다. 열을 가해야 하는 요리에 식용유가 필요할 때는 코코넛 버터나 아마씨유를 소량씩만 사용한다.

-계란은 오케이, 우유는 노케이

계란을 비롯한 알류는 오래전부터 수렵채집인들의 유용한 단백질 보충원 이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먹도록한다. 그래도 가급적 방목 유정란처럼 좋은 품질의 계란을 고른다. 버터나 생크림같은 포화지방으로 범벅시키지 말고 수란과 같이 담백한 방식으로 먹는다. 그러나 우유는 팔레오에서 열외다. 목축의 역사는 농경의 역사보다 더 짧다. 인류는 우유를 먹은지 고작 만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우리의 몸은 우유에 익숙해져 있지 않고 이를 보여주듯 아시아에선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다. 우유는 구석기인 식탁에 어울리지 않는다. 

-설탕 대신 꿀

옥수수 과당, 정제설탕과 같은 단맛을 버려라. 오늘날 현대인을 뚱보로 만들어버린 주범이다. 팔레오를 시작했다면 감미료와는 영원히 작별을 고할 각오가 필요하다. 억울하다고하지마라. 어차피 호모 사피엔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대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꿀, 신선한 과일의 맛과 향을 즐기도록 하자.

- 기본중의 기본

저염식을 실시한다. 나트륨은 혈압 뿐만 아니라 모든 성인병의 숨은 주범이기도하다. 구석기인들은 소금을 정제할 줄 몰랐지만 생선과 육류에 포함된 나트륨과 미네랄을 통해 충분히 건강을 유지하고 살았다. 아스파탐, 아질산염, 글루탐산과 같은 인공감미료와 방부제를 뚝 끊어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미 공장에서부터 첨가되어 나오는 것을 어떻게 하냐고 변명해선 안된다. 팔레오를 결심했다면 공장에서 나온 '식품의 탈을 쓴 공산품' 따위를 입에댈 생각따위는 말아야한다. 엄선된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삶의 자세는 팔레오 다이어트에 있어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햇볕을 쬐고 움직여라

그냥 구석기인들처럼 먹기만 한다고 팔레오 다이어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팔레오 다이어트의 완성은 총체적인 삶의 태도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석기인들처럼 먹는데서 멈추지말고 구석기인들처럼 움직여라.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비타민D를 확보하기 위해 하루에 15분 이상 햇볕을 쬐며 야외 활동을 한다. 운동법은 최대한 구석기인들의 삶의 방식에 맞춘다. (여기에 대해선 구석기적인 운동법에 대해 별도의 포스팅을 하겠다.)

-배부르게 먹는다

식사시간을 정해서 일정량을 꼬박꼬박 먹는 식사는 문명시대의 일이다. 선사시대엔 일단 눈에 띄는대로 먹고 배부르면 그만뒀다. 엄격한 식사시간과 식사량에 구애받지말고 배고플 때 양껏 먹는다.

3. 반론들

이러한 팔레오 다이어트의 구체적인 방침을 알게되면 열에아홉 경악하게 되어있다. 이전까지의 건강 상식을 뒤집어 놓는 통에 함부로 따라할 결심이 서질 않는다. 더욱이 식탁에서 녹말(쌀, 밀가루)과 나트륨(김치, 젓갈, 조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반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팔레오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기도 전에 팔레오에 대한 비판에 마음이 가는 웃지못할 일들도 벌어진다.

가장먼저 팔레오에 반발하는 이들은 채식주의자, 그 가운데서도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들이다. 채식을 실천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다. 동물권 보호, 생태주의, 건강과 장수. 이가운데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을 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거 '인간은 해부학적으로 채식 동물에 가깝다' 는 동물성 단백질 중심의 팔레오 다이어트와 완전히 상치된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비건들은 팔레오에 대해서 난색을 표한다.

50년 가까이 LFHC(저지방고탄수)식단을 건강식단으로 고수해온 미국의 주류 영양학계도 당연히 팔레오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팔레오 다이어트의 원칙들은 하나같이 LFHC식단과 엇박자를 이룬다.

팔레오 다이어트와 똑같은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팔레오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팔레오 다이어트의  이론적 배경 가운데는 진화론이 담당하는 몫도 크다. 인류는 20만년 가까이 사실상 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팔레오 다이어트는 큰 힘을 얻는다. 먼저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것은 20만년전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한 이래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20만년 전의 구석기 인류와 현생 인류는 체질적으로 완전히 똑같다. DNA분석과 유골의 해부학적 구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우리가 석기 시대에 대해서 막연히 언어도 없어 '우가우가' 소리를 내던 유인원들의 시기로만 생각한다면 사실 크나큰 착각이다. 불의 발견은 대략 100만년 전에 끝났고 언어 사용을 가늠케 해주는 설골의 발달 역시 20만년 이전에 완료됐다. 구석기 당시의 원시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에 온다면 몇 달 이내에 아이폰 사용법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는게 오늘날 학계의 중론이다.

진화에 대해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는 참고서적 '양복을 입은 원시인'.

그래서 팔레오 다이어트는 호모 사피엔스가 19만년동안 습관으로 삼아온 식단이 문명의 영양학보다 훨씬 우리 몸에 알맞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섭취하기 시작한 뒤 고작 1만년 정도 된 곡물, 7천년 정도 된 유제품, 50년 정도 된 화학 조미료를 처리하도록 우리몸이 진화하지 못한 탓에 '문명의 질병' 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관점이다. 이런 진화론을 그대로 받아치는 비판이 존재한다. 스티브 J.굴드와 같은 진화 생물학자들이 누차 말했듯이 진화는 선형적이거나 일정한 틀을 따르지 않는다. 수만년간 요지부동이던 형질이 어느날 돌연변이와 함께 도약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래된 식단이 무조건 현생 인류의 몸에 더 적합하다는 보장이 없단다.  1만년 정도면 유제품과 곡물에 적응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팔레오 다이어트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여기에는 언론매체도 가세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 NEWS & WORLD REPORT지에선 지난해 여름 미국내에서 유행하는 24개 다이어트들을 감량효과, 비용, 편리함, 안전성등의 항목을 나눠 순위를 평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팔레오 다이어트가 그만 뒤에서 1등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4.재반박

이들 반론에 대한 재반론이 가능하다. 먼저 팔레오와 가장 크게 충돌하는 채식주의 관점을 보자.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과연 인간은 초식동물인가 육식동물인가 하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한다. 대부분의 채식주의자 (특히 열성적인 비건)들은 이 질문에 이분법적으로 답하려든다. 육식동물은 어금니보다 송곳니가 발달해야 하는데 인간은 반대다, 소장의 길이가 길어 육류를 섭취하기 불리하다, 따라서 인간은 채식을 해야한다, 이것이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대표적인 논리다. 하나 덧붙여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인원 3총사 -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들이 모두 초식성이라는 점도 근거로 애용된다.  

이와같은 '채식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데 팔레오는 육식을 하니 틀렸다' 는 비판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답은 이거다. 팔레오는 인간을 육식동물로 보지 않는다. 단지 '고기를 좋아하도록 진화한 원숭이' 로 여긴다.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가 육식동물의 그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초식동물의 그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소 처럼 셀룰로오스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4,5개나 되는 위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초식동물 치고는 또 장이 지나치게 짧은 편이다. 특히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들의 장길이가 평균 2m 가까이 짧은 점에 주목하자. 육류 섭취로 인한 진화의 결과다. 고고학적 발굴에서 입증됐듯이 우리는 최소 20만년 이상 성공적으로 잡식을 해왔다. 인간은 본디 다른 영장류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초식을 했지만 고기를 사랑해 수십만년전부터 점차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게 가장 합리적인 추정이다. 따라서 야채, 과일, 고기를 골고루 먹는 팔레오가 오히려 '잡식동물' 인간의 본성에 더욱 적합한 자연스러운 방법일 것이다.

LFHC에 의거해 팔레오를 반박하는 이들은 LFHC에 의거해 식생화해온 미국이 왜 50년사이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가 되었는지 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결코 건강하지 않은 식단 LFHC에 의거해 팔레오 다이어트를 비판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이들은 팔레오 뿐만아니라 앳킨스, 존, 사우스비치와 같은 LFHC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다이어트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LFHC는 이제 다이어트계의 앙시앙레짐일 뿐이다.

우유에 대해서는 팔레오 다이어터들도 저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엄격한 원칙주의자들은 우유와 유제품을 식탁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온건주의자들은 이를 팔레오 다이어트와 절충하고 있다. 특히 팔레오 다이어트를 하는 운동선수들의 근육량을 키워야 할 때 일시적으로 우유를 섭취해 상승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팔레오 다이어터 가운데 일부는 우유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호의적이다. 그러나 녹말에 대해서는 일절의 타협이 없다. 특히 '이미 인류가 녹말에도 잘 적응했기 때문에 빵, 국수, 밥을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 는 논리를 증명하려면  몇만년의 진화 실험이 더 필요하다.

자 그렇다면 US뉴스의 순위조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US뉴스의 평가 방식과 기준을 살펴보자. 크게 체중감량 효과, 편리성(얼마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가), 당뇨예방효과, 심장병 예방효과, 비용등이 평가 기준이었다. 여기에 따르면 팔레오는 체중감량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실천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순위에서 크게 밀렸다. 또 팔레오 다이어트의 근거가 된 연구 논문들이 적은 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단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공신력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다이어트를 경험하지 않고 연구만 해온 대학교수 20인을 섭외해 서류상의 데이터만 가지고 평가한 순위는 제대로 된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체중 감량이 아닌 체지방량 감량효과를 놓고 순위를 결정했다면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연구 집단의 표본이 부족하다지만 이는 전형적인 책상물림의 한계로 보인다. 사실 팔레오 다이어트는 수만명의 사람들을 통해 수년간 방대한 임상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다. 크로스핏터들이다.

"휘트니스는 스포츠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기능성 운동 크로스핏

운동수행능력 증진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크로스핏터들은 섭생에 있어서도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운다. 회복과 휴식에 있어서 영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핏터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스포츠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어 기존의 스포츠 영양학이나 건강식단을 실시해본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은 초기에 존다이어트를 많이 따랐으나 몇 년전부터 점차 팔레오 다이어트로 이동해 지금은 수만명의 핏터들이 세계 각지에서 팔레오 다이어트를 실천 중이다.  (팔레오 다이어트와 존다이어트와의 관계는 다음글에서 이야기하겠다.) 하루 이틀이나 몇주도 아닌 3,4년씩 팔레오를 실천중인 핏터들의 수가 세계 각지에서 만명단위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과 다른 회복력과 운동수행능력 증진에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건강함은 기본이고 강건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핏터들 사이에서 팔레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알지도 못한 채로 논문만 들여다본 소위 '전문가 집단' 들의 평가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미지수다. 안타까운 일이다.

5. 팔레오 다이어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구석기 다이어트의 저자 로렌 코데인 박사

팔레오 다이어트는 결코 최신이론이 아니다. 코데인 박사가 영문 원서를 처음 출간했을 때가 어언 10년전의 일이다. 국내에 소개된게 근래의 일일뿐 이미 해외에선 알려진지 10년이 다 된 식이요법이다. 게다가 코데인 박사보다 앞서 간 선구자들까지 염두에 둔다면 팔레오 다이어트는 이미 수 십년전부터 준비되어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데인 박사는 '나는 구석기 다이어트를 발명한게 아니라 발견했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팔레오 다이어트는 하루아침에 신비의 명약을 발견했다는 한두명의 연구자 (혹은 사업가)가 들고나온 아이템이 아니다.  20만년 전부터 인류가 주욱 존재해왔던 방식 그 자체를 20여년 전에 다시 재발견했을 뿐이다. 이런 팔레오를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유행이란 늘상 변하듯 팔레오도 잠시 지나가는 유행 가운데 하나라고 말이다. 맞다. 팔레오 역시 유행이다. 인류가 19만년을 이어온 가장 자연스러운 유행이다. 최근 1만년 사이 조금 주춤했지만 앞으로 다시 이어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변하지 않을 유행, 그것이 바로 팔레오 다이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