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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74101
    작성자 : 꾸에에엥
    추천 : 21
    조회수 : 878
    IP : 175.193.***.238
    댓글 : 43개
    등록시간 : 2017/01/07 23:47:24
    http://todayhumor.com/?animal_174101 모바일
    열흘간의 추격전 끝에 찾은 개냥이

    시도.jpg



    입양 보낸 고양이가 탈출하여 장장 열흘간 미친 듯이 찾아헤맨 끝에 극적으로 냥이와 재회하였습니다

    저처럼 어딘가에서 고양이를 찾고 있을 집사님을 위해 후기 남깁니다.

     



    <실종 1일째>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한 수컷 고양이 시도가 지인의 집 화장실 방충망을 뚫고 탈출하였음.

     


    <실종 2일째>

    저녁에 지인으로부터 고양이 탈출 소식을 듣게 됨. 한동안 멘붕상태에 빠짐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 찾는 법을 폭풍 검색하게 됨. 그리고 고양이 탐정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됨

    당시 해외에 잠깐 나가있었던 터라 같이 고양이를 돌보던 캣맘께 부탁해 고양이 탐정을 고용함.

     


    <실종 3일째>

    캣맘께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를 잃어버린 곳 일대를 수색함.

    고양이 탐정은 애가 이전에 살던 곳과 환경이 많이 달라 무서워서 아예 나오지 못하거나 아님 반경이 넓어졌을 거라고 유추함. 그리고 고양이 찾을 때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떠나셨다고 함. (주의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알 수 있음)

    그리고 나는 저녁 늦게 귀국하자마자 지인의 집으로 찾아감.

     


    <실종 4일째>

    낮 동안 지인의 집 근처 구조를 파악한 후 오후 4시 고양이 탐정을 만났음

    인터넷으로 이분에 대해 검색했을 때 욕을 엄청 한다고 들었었는데 말투가 거칠긴 하지만 욕을 하진 않았음

    오후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수색은 한 시간 정도 하고 설명을 6시간 정도 들었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미 알고 있던 사항과 다른 탐정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고양이를 찾은 사례 등을 번복해서 이야기 하는데 추운 날 바깥에 서서 6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음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할 시간에 고양이를 빨리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초조해졌지만 전문가니 다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믿고 기다렸음

    설명을 듣느라 기력을 소진한 나와 고양이 탐정은 이날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음.

     


    <실종 5일째>

    전날 지인의 집에 머물며 한 시간 간격으로 고양이를 찾으며 밤을 꼴딱 셌음

    새벽에 왠 검은 옷 입은 사람이 시도야~ 시도야~ 라고 속삭이며 온 거리를 쏘다니니 귀신인줄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음.

    그와중에 정말 이상하리만치 시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음.

    좀 더 먼 곳으로 간 게 아닐까. 애가 숲이 우거진 아파트 단지에 살았으니 아파트 단지 쪽에 가진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고양이 탐정이 화를 내며 그쪽까진 안 갔다니까! 내가 말한 구역까지 일단 찾으라고요!’ 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탐정이 말한 구역만 하염없이 맴돌았음.

    그러나 결국 이날도 시도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옴. 몸무게를 재보니 5kg가 빠져있었음.

     


    <실종 6일째>

    이날은 탈진해서 도저히 내가 찾으러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음

    탐정을 더 고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가 집에 있는 동안 낯선 곳에서 벌벌 떨고 있을 시도를 생각하니 하루를 그냥 보낼 순 없었음

    그래서 고양이 탐정을 한 번 더 고용하고 그 동안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시도를 찾는 글을 올렸음

    탐정이 자기가 시키지 않은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나는 인터넷을 믿었음

    댓글을 통해 말을 걸어주신 분들께 정말 큰 위로를 받았음. ㅜ


    저녁에 고양이 탐정과 통화를 하였는데 탐정은 이날도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고 주인이 같이 찾지 않은 탓이라며 내 탓을 하기 시작함. 그 말에 울컥해서 내가 여태 찾다 오늘 하루 탐정님께 맏긴건데 왜 내가 찾지 않은 것처럼 말하냐고 따졌음.

    결국 내가 찾을 수밖에 없구나 하고 더욱 결의를 다지게 되었음.

     


    <실종 7일째 ~ 9일째>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모든 일을 미루고 시도를 찾아 해맸음

    집에서 좀 더 가까웠더라면 새벽에도 찾았을 텐데 내가 집에 가있는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아닐까

    어디 갇혀서 못나오는 게 아닐까. 별별 흉흉한 생각이 들기 시작함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멀리 떠났을 가능성이 높은데.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아닐까? 막막함이 밀려왔음

    더 이상 시도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며 죄책감에 심장이 조여왔음.

     


    <드디어 실종 열흘 째!!>

    낯 시간 동안 전단지를 붙였음


    범위.jpg

    (전단지를 붙인 범위



    이 범위를 넘어가면 찾기도 어렵거니와 시도와 비슷한 길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전단지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었음. 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음

    전단지를 전부 붙이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음

    시도를 봤다는 제보가 두 건이 왔음!



    첫 번째 제보

    시도를 잃어버린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목격


    두 번째 제보

    아파트 단지 내에 며칠 전부터 턱시도 고양이가 돌아다니는데 사람을 잘 따르고 털에 윤기가 돌아 주인 잃은 고양이라 생각한 아파트 주민이 지인을 통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음

    그 글과 나의 실종신고 글을 동시에 본 여성분이 내게 찾는 고양이가 이 고양이 아니냐고 제보를 주셨음.



    나는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지역으로 갔음.


    차 밑에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시도와 너무 닮았음

    이름을 불러도 반응 없고 캔으로 꼬셔도 나올 생각을 안 했음

    고양이가 긴장하면 주인도 몰라보고 대답도 안 한다고 하던데 이런 거였구나 라고 생각한 나는 

    장장 한 시간 반 동안 고양이와 대치하였음

    그러다 고양이가 훽 지나가며 울었는데. 이런. 시도 목소리가 아니었음.


    아. 큰일났다. 너무 닮은 이 고양이를 보고 사람들이 잘못 제보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오늘 하루 종일 발이 붓도록 전단지를 붙인 것이 무용지물이 된 순간이었음.



    저녁 12.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두 번째 지역을 찾았음.



    아파트 지역을 찾아가는 나는 점점 우울해졌음. 실종된 곳과 너무 동 떨어져있었고 이곳까지 오려면 무려 8차선 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도로는 새벽에도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은 곳이었음


    8차선도로.jpg

    (사람도 신호 잘 지켜 건너야 하는 무려 8차선 도로)


    약간의 언덕을 올라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아파트 주변을 휙 돌았음. 시도는 보이지 않음

    제보자가 경비아저씨께 여쭤보면 잘 아실 거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 경비아저씨께 여쭤봤음

    며칠 전부터 길 고양이 답지 않게 때깔 좋은 검은색 고양이가 마을 주민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다고 하셨음

    입구 쪽으로 가보라는 말씀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찰나


    우다다다다~ 냐아아아~ 검은색 물체가 나를 덮쳤음

    세상에

    시도가 나를 알아보고 품에 안긴 거였음


    시도2.jpg


    나는 침착하게 아이를 가방에 구겨 넣고 포대로 가방을 한 번 더 감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음

    택시에서 그렇게 울던 시도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와 두 여동생과 만나자 펄쩍 뛰며 기뻐했음

    이렇게 고양이 삼남매는 극적 재회를 하였고 나 또한 날아갈 듯 기뻤음

    긴장이 풀린 나는 그날 쓰러지듯 잠이 들었음.

     


    아침에 일어나 시도를 찾는데 도움을 주신 세 분께 다시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렸음

    세 분은 정말 본인 일처럼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셨음

    세분 모두 사례는 됐다고 고양이 사진으로 만족한다고 하셔서 와 천사가 있다면 이런 분들이구나! 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너무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음

    정말 인류애가 솟구치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20170107_132444.jpg


    시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매들과 잘 지내고 있음

    내가 놈을 찾느라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에 비해 녀석은 태연하게 자기에게 알맞은 환경으로 옮겨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음

    순해서 주변 일진냥들한테 맞고 다니진 않는지, 무서워서 구석에 숨어있진 않은지 걱정했건만. ㅡㅡ;

    그 동안 내가 녀석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음




    결론!

    결국 제가 고양이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평소 고양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던 커뮤니티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오유 여러분! 고다 여러분! 정말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올 한해 좋은 일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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