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내내 별명이 책벌레였습니다.
학교 도서관의 책을 빌릴게 없을 때까지 빌려댔고 주말에는 헌책방 골목에서 책 사냥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책 좋아하는 애, 얌전한 애, 심지어 대한 애로 보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게임을 한다고 하면 종종 놀라더군요.
게임에 관해서는 저도 또래 친구들과 별다를바 없었습니다.
전직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리고, 부모님 몰래 캐시템을 지르고, 대전 승패에 목숨 걸고.
요즘 부모님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것중 하나가 자녀의 게임 중독입니다.
부모님들은 애가 타실 겁니다. 내 자식이 게임 때문에 폐인, 바보가 될까봐.
그래서 자식에게서 컴퓨터를 빼앗고 대신 책을 사주려 합니다.
이게 효과가 있던가요? 백중 구십구는 반항만 불러왔을 겁니다.
여기 A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새벽 5시까지 게임하다가 컴퓨터 책상 위에서 잠이 듭니다. 당연히 지각하고 학교에서도 온종일 좁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끼리 비속어를 섞어가며 게임 얘기만 합니다.
방과 후에는 학원도 빼먹고 pc방에 가 부모님의 재촉 전화가 올때까지 게임합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저녁도 안 먹은 채 게임만 해댑니다.
아마 이 학생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저을 겁니다.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요.
그러면 이번엔 여기 B라는 학생을 보겠습니다.
새벽 5시까지 책을 읽다가 책상 위에서 잠이 듭니다. 당연히 지각하고 학교에서도 온종일 좁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끼리 비속어를 섞어가며 책 얘기만 합니다.
방과 후에는 학원도 빼먹고 도서관에 가 부모님의 재촉 전화가 올때까지 책을 읽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저녁도 안 먹은 채 책만 읽습니다.
과연 이 B 학생은 부모님이 원하는 건전하고 착한 아이인가요? 아마 아닐겁니다.
초독서증. 미취학 정도의 어린 아이가 부모님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지나친 양의 책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한창 사회성을 배워야할 나이에 너무 일찍 자기 세계에 갇히는 일종의 자폐증입니다.
백면서생이란 말도 결코 칭찬은 아닙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사람에게 혀 차며 부르는 별명 아니던가요?
제가 이 글을 쓰는건 게임의 이로움이나 독서의 해로움을 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게임 중독에 대한 더 근본적인 사안을 꺼내기 위함입니다.
위의 예에서 보셨듯이 이롭든 해롭든 과하면 독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함, 즉 중독은 정신적 세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정신적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오랜 대화와 상호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자녀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려는 가정이 얼마나 있습니까?
게임 하는 자녀를 보면 얼굴을 찌푸린 채 당장 끄라고 소리 지르는게 가장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사춘기 자녀의 입장에선 반발심이 안 생기는게 이상한 상황이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그래도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미워할 수 없는 부모님은 게임으로 분노의 화살을 돌립니다.
이 싸움에서 남은 것은 '그깟' 게임에 대한 차가운 시선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님들이 간과하는 점. 자녀가 집에서 게임만 해대는 것은 결국 가족들과의 대화가 '그깟' 게임보다 재미없고 의미없는 행위로 비춰진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결론은 결국 이렇습니다.
살인자가 칼로 사람을 죽였다고 칼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듯 게임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를 악용하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고, 그 사람이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환경에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 중독에 대한 답은 게임을 막는 것도, 책도 아닙니다. 대화와 사랑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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