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전의 백미는 세 가지였다. 이승우의 폭발적인 30미터 드리블에 이은 칩슛으로 만든 선제골은 전율을 선사했다. 후반 아르헨티나가 6명의 공격수를 세워 펼치는 맹공을 막아낸 수비진과 골키퍼 송범근의 강철 방어는 쫄깃했다.
그리고 결승골을 만든 백승호의 세리머니가 있었다. 백승호는 이승우의 선제골로 한국이 1-0으로 앞서 있던 전반 42분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5분 토레스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더 이상 득점이 없었다. 대한민국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달리며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번째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골을 넣은 백승호는 광고판 뒤의 사진 기자들과 중계 카메라 쪽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양손으로 긴 네모 표시를 한 그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세리머니의 의미가 궁금했다. 지난 기니전에서 백승호는 자신이 예고했던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니폼 상의 팔 부위에 있는 태극기를 가리키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하지만 이번 세리머니는 예상 밖이었다. 백승호답지 않은 튀는 행동이었다. 때문에 그 뒤부터 세리머니의 의미에 대한 분석이 줄을 이었다.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됐다. 가장 유력한 것은 마라도나를 향한 메시지라는 의미였다. 지난 3월 있었던 U-20 월드컵 조 추첨 당시 개최국인 한국이 이미 들어가 있는 A조에 조국 아르헨티나가 들어가는 상황을 만든 이가 다름 아닌 마라도나였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가 적힌 종이를 확인한 뒤 함박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백승호가 그린 긴 네모 표시가 당시 종이 같아 추첨 상황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미 마라도나 희롱 세리머니로 명명했다.
다른 추리는 VAR이었다. 이번 대회에 적용 중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VAR을 확인할 때 심판들이 취하는 표시와 닮았다. 자신이 얻어 낸 페널티킥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항의한 만큼 이 득점은 정당하다는 뜻에서 나올 만 했다.
그러나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백승호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는 “친한 누나들이 오늘 경기를 보러 오기로 했는데 표를 잘못 예매했다고 한다. 오늘 경기에 못 왔다. 그래서 티켓 하나 제대로 못 사느냐는 의미로 놀린 거였다”라고 말했다. 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행동이었다.
백승호의 세리머니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했던 팬들은 허무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신태용호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