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친형이 트랜스젠더라는게 글 올리기에는 민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은 여기 오유 이전에도 다른 카페나 사이트들의 성격 비슷한 게시판에도 글 올리며
무언가 위안과 도움말 받기를 원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건 물론 조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친형이 예쁘냐니 성관계 해봤냐니 직접 만나자는 등
호기심이나 비아냥조 답변이 많았고 심지어는 주작이란 말까지 들었죠.
거기에 제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던건 성소수자 전용 게시판들도 있는데
거기라면 서로 동병상련이란 생각으로 도움되고 배려심 있는 반응들이 나올줄 알았는데
자기는 동성애자라서 트랜스젠더는 혐오한다는 등의 악플도 받는게
때로는 오히려 일반인 보다 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진지하고 진실된 말씀을 원하는 만큼
저의 글이 그렇게 가볍게 보이거나 할일 없이 시간들여 무슨 소설이라도 창작하는거로 보인다면
그냥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하시는게 보시는 분이나 저로서도
서로 시간과 수고를 낭비하지 않는거라 봅니다.
특히 여기 오유는 여러 게시판들을 봐도 다들 진지하고 배려심 있다는 인상을 받은 곳이라
여기서는 뭔가 하나라도 저로서는 귀중한 말씀을 받을 수있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올립니다.
저의 가족은 지방에 있으면서 친형 만은 대학교 다니느라 서울에 혼자 올라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우리 어머니께서 형한테 갔다 돌아와서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주셨지요
형이 여자가 되겠다고 정신과 진단서 받고는 호르몬 투약받고 있다면서 그게 이미 반년은 넘었다는 겁니다.
그 얘기를 섣불리 아버지에게 전하기에는 위험하니
우선은 동생인 저한테 먼저 알려주니까 마음의 준비하고 있으라는 거였죠.
저는 그 말 듣고는 형을 최근 볼때마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져가고
게다가 어릴적부터 뭔가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들었던거 그게 뭐였는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형은 분명히 어린시절부터 남들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남자면서도 여자를 찾는게 아니고 반반하게 생겼다는 남자 선후배들을 따라다니다
안좋은 소문이나 원성 들려서 우리 어머니가 그들 부모님 찾아가 사과에 수습하러 다시셨던 적도 있었고
형은 공부를 잘한건 몰론 운동도 구기, 수영에 무술단증도 따며 고루 다 잘했었지만
희한하게도 밴치프래스 같은 역기나 기계운동들 만은 질색을 했습니다.
이유가 그런 근력운동 하면 어깨 넓어지고 다리 짧아지는 등으로 몸매가 망가져서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단전호흡이나 필라테스 같은 체조는 자기가 찾아가면서 열심히도 하는거였죠
저는 그런 형한테 남자가 근육에 어깨가 넓은게 자연스러운거지
무슨 재수없게 여자나 하는 체조냐며 비아냥 거렸었죠
형은 무슨 생각에선지 얼굴에도 수염자국 남는게 싫다며 집게로 일일히 뽑아내고 다리털도 면도하며 다녔고
결국에는 대학교 가서는 자기 스스로 알바해가며 돈 마련해 피부과 레이저 영구제모까지 하던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로서는 이해가 안될 행동들이었죠
그 중에 가장 큰 사건은 형이 고등학생때 있었습니다.
형은 자기 컴퓨터에 은밀히 그런 사진들을 저장해 놓고 봐왔는데
문제는 그게 여자가 아니고 전부 남자누드 사진들이었습니다.
제가 어느날 발견하고는 우리 아버지한테 형 좀 이상하다고 일러 바쳤는데
그날 아버지는 이런 미친 자식은 아예 없는셈 치자면서 골프채로 형을 죽일듯이 때렸었죠.
그때 어머니는 이러다 정말 애 죽겠다며 울면서 말렸는데
맞은게 얼마나 심했는지 형은 일주일은 거의 누워 지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형한테 매질은 더 이상 두번 다시 하지 않습니다.
형이 여자가 되겠다는 말을 들으셔도 자포자기한듯
자기 근본이 애초에 그런거 맞는다고 고쳐졌냐며 그냥 덤덤하게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때 아버지께서는 형 본인은 물론 어머니와 저도 놀랄 말씀을 하셨는데
여자가 되기 위한 모든 수술비용은 다 대주겠다는 겁니다.
명색이 기업인 집안인데 그만한 재력이 없는것도 아니고
자식이 여태 이뤄놓은거 다 버리고는 어디 업소에 나가 몸 뒹구는건 더 싫다는 거였죠
아버지께서는 형보고 안심하고 그대로 진행하라시며
대학교도 한학년 남았으니 복학해 다 마치라는 겁니다.
어머니와 저에게는 형을 돌보라 하시고요
그 이후로 3개월은 지난 지금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봐도 우리 형은 상당한 미인입니다.
여자로서는 큰 키에 얼굴은 남자때부터 곱상했고 몸매는 모델같이 비율 좋고 늘씬한게
형이 어릴적부터 어깨 넓어지고 근육 생기는 운동은 유독나게 싫어하고 수염을 일일히 뽑아내는 등
왜 그리도 행동이 유별났는지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이제 형이 여자가 되면서 알거 같습니다.
어머니는 형이 혼자 있는 서울에 수시로 올라가며 봐주시는데
가만 보면 어머니는 형이 여자가 된거를 은근히 좋아하십니다.
우리 집안은 저와 형 포함한 사촌들이 모두 9명이지만 전부 남자라서
동생인 저는 딸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는데 정작 제가 아닌 형이 여자가 된다는게 아이러니라면서요
저도 서울에 올라갈때면 형과 함께 나들이도 나가며
우리 형이 여자 모습으로 혼자 당당히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는 있죠
형은 키가 본인 주장으로는 179센티로 커서
어설프게 하고 나갔다가는 사람들 주목 받을게 마음에 걸렸고
목소리는 노력하고는 있다지만 완벽하지는 않아 혼자서 외출이 쉽지 않았답니다.
저는 우리 형과 같이 외출할 때면 남친 행세하며 같이 다니고
실제로 형과 저는 전혀 닮지 않아 누구도 먼저 밝히지 않고는 남매로 보지 않습니다.
형은 아직 목소리에는 자신이 없어 가게서 물건 살때 처럼
무슨 말을 해야할 경우에는 제가 대신 말해줍니다.
그렇게 형은 이제 우리 집안서 여자로 무난히 받아들여지는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저는 제 자신이 한참 모자라다고 느끼면서 자괴감까지 듭니다.
이게 여기 게시판에다 호소하며 뭔가 위로나 도움말씀 부탁 드리게된 이유고요
이건 애초에 해서도 안될 못된 생각이었지만
처음 형이 여자가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때 떠오른 생각이
그럼 형은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 처럼 가족과 연이 끊어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버지, 어머니와의 사이는 멀어질 것이고
그러면 집안재산 물려받는데 제가 주도권을 잡을 수있겠구나 였습니다.
이건 정말 생각조차 해서는 안될거였죠.
나중에 아버지께서는 형이 여자가 된다고 해서
집안재산 물려 받는데는 저나 형이나 아무 차별이 없다고 못박는 걸로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뒤에 알게된게 형은 아예 가족과 연끊을 각오하고는
집안재산 그런거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맨몸으로 시작하겠다면서 업소 나갈 준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버지께서는 형이 업소에 나가 몸 버리는게 더 싫어서 수술비용 다 대주신다고 하시는게
겉으로는 엄하고 냉철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형을 믿고 사랑한다는 거였죠
그걸 알았을때 서글퍼서 눈물났습니다.
슬프기도 했지만 제가 생각을 그렇게 밖에 못하는가 자괴감 들어서도 였습니다.
저의 조심성 없는 행동이 형에게는 상처가 된적도 많았습니다.
한 번은 호기심에 형 몸매가 얼마나 예쁜가 보자며
형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완력까지 쓰며 그야말로 19금 장난을 하니까 울기 시작하던데
형이 남자였을 때는 그냥 장난으로 끝났을 일이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름을 생각도 못했던 겁니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두고두고 형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는건
바로 앞서 말한 형이 남자누드 사진들만 모아 본다고 아버지에게 일러 바쳤던 일입니다.
아버지가 골프채로 형을 죽일듯이 때릴때
어머니는 울면서 말렸어도 저는 그냥 형 맞는거 보기만 했었죠
제가 속이 깊었다면 일러 바치지 않고는 형에게 조용히 말하면서 우리 선에서 덮자고 했을 겁니다.
그 얘기를 형에게 하며 저는 한참 모자란다고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 했지만
형은 저에게 전혀 원망이 없고 오히려 그게 나았다고 합니다.
본인의 남다른 행동이 계속 덮혀서 쉬쉬하고 내려오다 한번에 터졌다면 그게 더 문제였다는 거죠
어릴적에 한번 그렇게 터지고 나니까
그 계기로 가족 모두 본인이 남과 다르다는거 확실히 인식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놔서
여자가 되겠다고 하니까 충격이 그나마 덜했고 또 받아들여지는 것도 빨랐던 거라고요
이런거 보면 형은 생각하는 면에서도 저보다 월등했던 겁니다.
그걸 한참 따라가지 못하는 이 동생을 둔 형이 오히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요
요새 저와 형은 매일같이 전화를 하는 등 사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해져 있는데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형이 여자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또한 그 계기로 제가 이런 수준밖에 안됐던가 깨닫고 그 자괴감도 어느 때보다 높고 심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이토록 괴롭고 슬퍼진건 예전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형에게는 일관성 없이 형, 누나 라고 섞어서 말하는 등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우리 형은 이번 해 말에 태국에 가서 SRS를 하고나서
목소리 교정 수술 등을 하고는 최종적으로는 성별정정까지 마칠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외모변화는 물론 무슨 말을 하다가도 눈물 흘리는 등 성격도 변해가는 형을 보면
어릴시절 기억하던 형은 이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심란하며 괴롭고 슬프고 마음이 여러가지로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때에 누구라도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말씀 주시기를 원합니다.
이 때문에 이렇게도 장황하고 두서없게 긴글을 남기게 된거고요.
이런 긴글 읽어주신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