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백만원 선의 자전거를 타야만 자전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비싼 장비들은 당연히 그 값어치를 합니다만, 자전거가 언제부터 이렇게 고급 스포츠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입문하시는 분들이나 이런 저런 분들의 경우를 보면 때때로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취미생활에 돈을 많이 쓰면서도 취미생활을 누리는 시간은 짧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초보자이면서 고급장비를 쓴다면 금새 전문가 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비를 떠나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결국 초보자 일 뿐입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영수증이 아니라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앞서 가는 라이더와 어깨를 견주고 싶다면 자전거의 상태, 본인의 엔진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정비하고 훈련해 볼 것이지 무턱대고
자전거를 바꾼다고 해결될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첫째로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고, 둘째로 당연히 원하는 수준에도 도달하기 힘들 것이며,
셋째로 원하는 수준에도 못미치고 자전거에 대한 애정도 없이 지내다가 결국 자전거는 중고로 되팔리는 것입니다.
물론 취미생활, 자전거 생활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자전거 생활이란 취미는 사람이 타고 다니는 행위에 있지 그 근본이
고급 부품과 용품의 수집이나 업그레이드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로 자전거 생활이란 전문 로드를 타고 시속 5-60km를 밟는 젊은이나
생활차 앞바구니에 두부를 싣고 귀가하는 어머니나 똑같이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므로 자전거에 입문할 때에는 입문자의 상황에
맞추어 무척이나 다양한 권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도 기백만원대의 자전거를 타면서 동시에
입문자들에게도 고가의 자전거를 서슴없이 권유합니다. 과연 그 사람은 올바른 전문가이며 그것은 좋은 권유인가? 저는 둘 다 아니라고 봅니다.
전문가는 사람의 엔진과 스킬이 어떤 수준이고 자전거 장비가 어떠한 수준이며 서로 간의 밸런스가 맞는 것인지, 고급 장비가 왜 필요하며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이점을 가져다 주는지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정답은 아닐지언정 다양한 시각에서 내린 이런 정보야말로
입문자,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가격대가 어느정도 있고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이것이 질적 만족도와 연관되지요 ㅎㅎ)
보편적으로 평가가 후하다는 이유로 권유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차는 벤츠 아우디가 좋고
컴퓨터는 삼성 애플이 좋다는 식의 권유는 삼척동자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전거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자전거란 똑같지 않다는 것은 압니다. 누군가에겐 105급 로드가, 누군가에겐 장거리용 므틉이,
누군가에겐 세월의 멋이 있는 구형 삼천리가 꼭 맞는 자전거일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라서 여러분도 알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분들은 오해를 하십니다. 위의 자전거들이 다른 것은 수준의 차이가 아닙니다. 만족의 차이 입니다. 고급 자전거를 훈장처럼 모시고 다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신 자전거는 당신 실력에 비해 과분하다고. 역으로 본인이 저가의 자전거를 탄다고 위축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남을 깔보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자전거 커뮤니티란 내가 무슨 자전거를 타든지간에, 자전거 좋다 사랑한다, 오늘은 어디를 다녀왔다, 뭐 이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백만원대의 자전거를 스스럼없이 권유하는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자전거 문화가 점점 고급, 전문화 되어가는 추세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두서 없는 뻘글을 쌌습니다. 어떤 게시물에 간단하게 답변으로 달려던 것이 길어졌습니다. 다만 특정 글쓴이나 특정 대상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고, 자전거 커뮤니티 전반에 대해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을 쓴 것입니다. 사실 트리거가 된 것은 얼마 전 동생이 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지나가던 동호인에게 야지먹은 사건입니다. 부디 값비싼 자전거를 타시고도 저렴한 인격을 뽐내시는 분들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