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직 약사입니다.
최근, 정부, 복지부에서 발의해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약사법 개정안(편의점의약품을 신설해서, 복지부장관 재량으로 20품목을 편의점으로 유통시킴)은 정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조종하고, 복지부가 그 틀을 짜고,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부추기고, 약사회에서는 전향적 합의..를 한 그 편의점 약 법. 그 의도가 정말 불순하게 생각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현직 약사로서,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약사만 약을 취급할 수 있었는데, 그 기득권을 갑자기 뺏겨 버린 , 울컥하는 단순한 심정에서 나온건 아닙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심야나 공휴일에 약을 구할 수 없다며, 국민편의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하나같이 뉴라이트 수꼴 단체거나, 의사가 수장인 단체(경실련)라는 것.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약사를 싫어하고, 특히 현 의협회장 경만호는 뉴라이트출신의 이명박 측근입니다.)
2. 초기 국민편의 문제가 나왔을 때, 약사회와 복지부는 특수장소확대(현행 약사법상, 약사없이 약을 판매할 수 있는 장소), 공공시설에서 심야투약(소방서, 경찰서 이용. 이번 약사법 통과시 국회의원들도 공공장소 투약이 맞다고 지적했슴), 등을 제안했으나, 기재부와 청와대에서 이를 모두 거부하고, 오직 일반 슈퍼, 마트, 편의점으로 약을 풀라고만 종용.
3. 이번에 약국외로 나가기로 선정된 20개 품목의 약들은, 복지부장관 재량으로 선정되었고, 앞으로도 장관재량으로 선정될 것으로 명시되었는데….기가막힌건, 그 기준이 ‘유명성’, ‘지명도’ 인 점. 약의 안전성도 아니고, 광고를 많이 해서 온 국민이 아는 게 기준이라니…앞으로 광고비 탑20에 들어야 편의점 약으로 된다는 말??? 언뜻 나온 약들의 성분을 보니, 도저히 편의점으로 풀 수 없는 위험한 성분들이 보임. 국민건강이 아니라 광고를 많이 하라는 뜻.----명백한 조중동등 종편 살리기입니다.
4. 국민편의 운운하며 편의점으로 제한한 점—이상득에 대한 보광의 로비설이 돌고 있슴. 농어촌 산간벽지등은 편의점 약이 신설되어도, 별 영향을 못받는 곳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편의점은 대도시주면에 인구밀집 지역에 모여있기 때문이죠. 법 개정 취지와는 앞뒤가 안 맞는 내용입니다.
5. 최근 수 년간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전문약 시장으로 만족 못 하고, 일반약 시장 점유율을 서서히 늘려가며,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 FTA나 쇠고기 문제처럼 일반약 시장확대도 미국의 압력에 따라 움직이는건 아닌지…
6. 현재 국회 파행으로, 여러 법안이 처리가 안 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한명숙 총리에게 연락하여 ‘약사법 개정’은 꼭 협조해 달라고 했슴.---지금 본인과 측근비리로 신경써야 할 분이, 국민편의 위해서 의약품 개정??
7. 이미 박카스 등 일부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며, 덩달아 그 동안 금지되었던,레드불 등 고카페인 음료를 대기업에서 수입해서 마구 팔고 있슴. 박카스를 외품으로 전환시킨게, 아무래도 대기업에게 판로는 열어준 것 같음. 실제 박카스가 외품이 되고, 가격은 많이 올랐으며(편의점700, 약국500), 구매계층은 PC방에서 오락하는 학생들입니다. 진정 피로회복 목적으로 복용하는 분들(택시기사분들)은 계속 약국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정부 통제 안되는 일반 소매점에서, 편의점에서, 학교 앞 가게에서 아무 약물이나 손쉽게 접하게 해 주는게 맞는 정책인가요?
8. 인터넷 댓글 알바를 고용하고 국회의원 낙선운동, 약사회 로비설을 퍼뜨렸습니다.. 일반인들은 실제로 별 관심이 없는 사안에, 이 뉴스만 인터넷에 나오면 순식간에 수 백개씩 악의적인 댓글이 붙고, 그것만 읽어보면, 마치 약국은 대한민국의 악의 축인 것 같더군요. 또, 약을 아무데서나 팔게 하지 않는다고, 국회의원 낙선운동?? 약사회에서 국회에 로비를 했다…이런 댓글도 많던데…진심으로 말하건대, 약사회에서는 국회의원 로비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오히려, 의료민영화 법안 발의한 손숙미 의원이, 약사법개정에 나서서 약국외로 약을 풀라고 수시로 발언한 게 로비받고 한 일 같죠...
9. 의료보험민영화에 항상 삼성생명 배후 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도 삼성의 의약사업진출설이 있습니다. IT에서 실패한 삼성이 제약, 의약산업에 진출했고, 이미 의약사업부도 있으며, 이번 의약품 시장 확대 배후 설에도 삼성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현 정부가 의약품을 약국외판매 하겠다고 약사법을 개정한 것은, 많은 문제와 투명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로 인해 정작 피해를 입고, 손해를 보는 건 누구일까요?
1. 약국외에서 의약품이 유통되면, 사회적 의료비용이 증가됩니다. 전문가의 조언과 지도없이, 광고로 의약품을 선택하는 나라는, 총체적인 의료비용(특히, 간과 신장질환)의 증가로 의료비 상승과 국민건강의 위해가 나타납니다. 지금도 의약품 광고만 보고,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먹고 싶어하는 환자들은 많습니다.
2. 편의점이나 기타 24시간 매장에서 약을 판매하면, 분명히 의약품 시장은 넓어집니다. 일단 초도물량 때문에 각 편의점마다 약을 일정량 구비해야 되겠죠. 제약회사로서는 매출이 올라갑니다. 편의점약은 광고에 의해 선정되므로, 광고를 먹고 사는 언론사들에게도 호재입니다. 그럼, 광고도 못하는, 영세한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될까요? 약국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데, 그들은 어떻게 살아 남을까요?
또, 동네 약국들은 어떻게 될까요? 국회 법안소위 통과시, 대한약사회 간부가 복지부와 협의했다며, 통과에 동의한다고 하자 추미애 의원은 ‘정말 괜찮겠느냐?’고 약사회 간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대형재벌 편의점체인에 사라지는 약국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동네 약국이 몰락하면, 약국 접근성은 더욱 떨어지고, 대기업체인편의점에서는 더 많은 약을 취급하게 될 것입니다.
3. 정부에서 약, 의약제도의 통제가 안 될 것입니다. 약은 이제 곳곳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작년 여름, 정부에서 의약품 약국외판매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일부러 동네 슈퍼나, 마트, 찜질방, PC방에서 아무나 약을 팔아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약은 이제 아무데서나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주려고, 불법적으로 약을 팔고 있는 것을 신고해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복지부는 약에 대한 통제나, 감시, 감독…도저히 못 할 것입니다. 아니, 일부러 안하고 국민들이 그저 약 많이 먹기를 바랄 것입니다. 약사가 복약지도를 안한다…약국 독점이 심하다…약국이나 가게에서 사는것과 차이가 없다…여러 비판도 있지만, 일단 약국이라는 장소로 제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약물 접근을 좀 어렵게 하고, 정부의 의약제도(복지부등의 지침) 틀을 유지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유사시에 국가에서 약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일반 식품이나 공산품과는 분명히 다르게,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게 약이니까요. 또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언제든지 약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볼 수 있습니다. 약값도 더 저렴하고, 약사에게 질문도 할 수 있는데, 동네영세약국을 없에는게 옳은 일일까요?
4. 개개인의 경제적인 면에서도 손해입니다. 경실련에서는 편의점, 마트와 경쟁하면 약값이 싸질 것이다…라고 하지만, 절대로, 틀린 말입니다. 약국외로 빠져나간 품목들을 보면, 약국보다 훨씬 비싸졌습니다. 약국은 약국끼리의 자체 가격 경쟁으로, 정말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이번 약국외 판매가 작은 물꼬가 되어, 점차적으로 약국밖으로 약이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맞는 정책인가요?? 광고비가 첨가되어, 약국밖으로 나가면 약값은 더욱 올라가게 되고, 국민들은 약을 많이 먹어야 되는게 맞는 겁니까??
약사회 간부들이 복지부에 합의해 준 속사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힘없는 일반 약사들 대다수는, 복지부의 협박이거나, 로비를 받았거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탄압은 정말 치졸했습니다. (조제료를 삭감했다가, 약사회가 굴복하자 다시 올려주기도 하고, 약값결제한 카드포인트에도 세금을 매겨서 지난 몇 년치를 추징하기도 함)
분명히, 이번 약사법 개정안 뒤에는, 국민건강, 국민편의, 국민경제를 내세우지만, 실제 잇속을 챙기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인구대비 약사수가 1위인 나라에서 약국외로 약을 푼다는 건, 세계에서 유래없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아무나 손쉽게 약을 사고 팔고, 가격도 올라가고, 복지부에서 약의 단속도 안되고, 의약품 광고를 할 여력이 없는 제약사들이나 동네약국들은 죽어나가고….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법 개정을 해야합니까?
국민편의를 위한 특수장소 확대나 심야약국, 공공약국은 안되고, 왜 오직 청와대 뜻대로 약을 약국외로만 풀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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