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간 돈 값읍시다를 읽다가 후배 한 명이 생각 났습니다.
잠깐 이 후배에 대해서 소개하면 고향은 포항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2때 서울로 올라와 이불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종학력이 중학 중퇴..
아는 고향 분이 노원구에서 이불 공장을 하셨는데 여기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스무살 초반까지 강북 쪽에서만 놀았다고..
그러다가 강남에 갈 일이 있어서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그렇게 큰 강을 처음봤다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강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사람들 보는 눈이 있어서 소리는 못 지르고 속으로 우와~ 우와~ 그랬다는군요 ㅋㅋ
제가 이 친구를 만난 게 그 무렵인데 1990년 대 말.. 거의 20년 됐네요. 이 친구랑 같이 어딜 가면 자신이 처음 본 물건이나 건물을 보면 창피할 정도로 탄성을 지르면서
"형 형 이거 뭐야? "
"와~ 뭐 이런 게 다 있노?"
마치 옛날에 시골 사람이 서울 구경하면서 놀란 듯한 딱 그런 식으로 놀라곤 해서 옆에 같이 있는 사람이 주변 눈치를 보면서 그만 하라고 말릴 정도 였습니다.다른 한편으론 그 친구의 그런 반응이 재밌기도 했구요.
한번은 강남 지하상가에 갔는데 이 친구가 와~ 이러면서 또 막 놀라는 겁니다. 제가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지하에 이렇게 큰 시장이 있는 거 첨 봤다고..ㅋㅋ
맹세코 거짓말 아님..
첨엔 저도 장난인 줄 알았는데 8년 동안 이불공장에서 일만 하고 가끔 술한잔 하러 노원이나 미아리 쪽에 갔던 게 서울 구경의 전부였다고 하더군요ㅋㅋ
아무튼 그런 친구였는데 몇 년 후 이 친구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느날 제가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는데 이 친구가 자전거도 검색할 수 있냐고 해서 당연히 된다고 직접 찾아보라며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한참을 검색 하더니 자전거가 안나온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검색을 했더니 자전거가 잘 나오니까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더군요.
그리고 나서 나중에 다시 만났는데 자기가 자전거를 검색하면 인터넷 검색이 안된다고 이상하다고 투덜거리길래
직접 해보라고 하면서 옆에서 지켜봤더니
자정거
이렇게 썼더군요 ㅠ.ㅠ
이 친구 지금은 전혀 놀라질 않아서 예전의 그 순수했던 모습이 그립기도 해요. 지금은 완전 깍쟁이 다 됐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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