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관해 간단히 글을 올릴까 합니다.
인구경제학은 인구동향을 통해 경제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과거의 멜서스 트랩 - 급격한 인구증가로 자원이 고갈되어 멸망하는 시나리오 - 같은 것도 인구경제학의 이론입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완벽하게 실패한 학문입니다. 왜냐면 자원은 기술수준의 향상에 따라 재활용성과 소비효율, 그리고 채굴효율이 높아지며 고갈시기는 끊임없이 후퇴하기 때문입니다.
인구절벽은 멜서스 트랩 이후로 사장되다시피 했던 인구경제학의 비교적 새로운 이론입니다. 고전적인 경제학은 수요를 중심으로 한 학문입니다. 따라서 수요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인구절벽이론은, 그동안의 경제학 이론과 꽤 다른 주장을 내놓습니다.
이 인구절벽이론은 인간의 생애주기별 소비패턴을 선진국으로부터 분석하고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따라서 현대인의 소비패턴이 바뀐다면 가정이 무너져 현실과 맞지 않는 이론이 될 수 있습니다만, 소비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 이론은 유효한 이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의 소비패턴
10대 - 교육
20대 - 대학, 입사, 직업교육, 연애
30대 - 결혼,출산,주택,보육,차량
40대 - 자녀교육, 자녀성장에 따른 주택/차량 확장
50대 - 자녀의 독립자금, 은퇴자금
60대 - 가정 축소 및 소비 감축
즉, 인구경제학 이론에서는 일반적인 선진국에서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가장 큰 소비가 몰려 있게 됩니다. 이 이론이 설명하는 대로라면 소비의 파도는 인구파도와 정확히 맞물려, 불황과 호황을 맞이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는 경제호황주기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40년이라고 알려졌던 이 주기는 지금 60년으로 재조정되었습니다. 아이의 출산 -> 성장 -> 다음 세대의 출산까지의 시간이 과거에는 대략 20년이었으나 현재에는 30년 전후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비의 총량은 항상 소비인구와 동일하므로 인위적으로 부풀려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지구 규모의 큰 파도를 만들고 해류가 좀 더 작은 파도를 만들고 그 위로 바람이 만든 파랑이 작은 규모의 파도를 만들듯이, 파랑이 일렁여 봐야 밀물과 썰물이 만드는 해수면을 좌우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구절벽이 경제절벽을 만드는 이유는 절대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구가 늘어나다가 정체하고 감소하는 기간 동안, 경제주체들은 거의 모두 수요예측에 실패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수십년의 규모의 경제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자신이 겪은 수십년의 경험 말고 다른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3%로 잡았다가 2.6%로 낮춰잡고, 이명박이 7% 경제성장을 장담했다가 실패했습니다.
한국은 전쟁 후 10년간 이전세대보다 이후세대가 적게 태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58년에 인구의 산을 맞고, 70년에 2차 인구의 산을 맞이했습니다. 이들이 50세가 되는 2008년과 2020년 사이에 소비는 산을 이루게 됩니다. 그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즉, 한국의 절대수요는 이제 최고점에 이르렀고, 감소할 일만이 남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단카이(덩어리) 세대라는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에코붐 세대가 20년 후에 찾아와 소비정점을 한번 더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한국은 58년과 70년 사이에 평평한 고원 형태로 인구가 분산되어 있고 이후 급감이 시작됩니다. 즉, 2008년 정체가 시작된 소비는 2020년 이후에는 급감합니다. 해리 덴트라는 경제학자는 소비정점을 47세라고 계산하고 구체적으로 이 소비절벽이 한국에는 2017년말~2018년 중으로 찾아온다고 예측합니다.
한국의 보수지들이 소비절벽을 이용하는 패턴은 몇가지가 있어요.
1. 이 문제로 세대간 전쟁을 부추깁니다. "고령층에 집중된 경제력을 저연령층에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바로 임금 피크제, 쉬운 해고와 같은 소위 "경제 활성화법" 이야기입니다. 이건 명백히 잘못 짚은 이야기입니다. 고령층에 집중된 경제력을 저연령층에 분산시킨다 한들, 소비의 총량이 늘어나진 않지요. 이들의 주장대로 장년층 소비총량이 그만큼 감소하면 소비정점인 세대가 위축되어 불황의 늪은 더 일찍 찾아오고 말 겁니다. 특히 많은 기업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대비해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굴 속에 음식을 잔뜩 비축하고 잠에 들 준비를 하겠지요. 절대 음식을 꺼내놓지 않을 겁니다.
2. 이 문제가 생산의 문제라고 호도하는 것입니다. 생산의 문제라는 것은 사람이 감소하므로 노동단가가 비싸진다는 말이겠지요. 즉, 외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들여오자는 소위 "이민장려정책"입니다. 즉, 더 싼 인력을 들여와 인구간 노동단가경쟁에 불을 당겨 값을 낮춰 기업을 키우자는 전략인데, 문제는 이렇게 생산한 물건은 해결되지 않는 소비절벽에 부딪혀 디플레를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입니다.
3. 이 문제로 위기론을 들먹입니다. 마치 누군가 희생하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처럼 호도하겠지요. 인구절벽에 의한 경제위기는 다음 소비상승이 있을 때까지, 즉 출산율이 올라갈 때까지 무한정 계속됩니다. 한국은 이미 40년간 출산이 감소해왔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출산율이 2를 넘고 3이 되어봐야 그건 40년 후의 미래에 반영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경제지는 누군가를 땔감으로 삼으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주장을 계속하겠지요. 어디 지역의 주민을 몰아내고 개발지역으로 만든다던지, 어느 계층을 집단해고하고 노동단가를 절약해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주장할 겁니다. 누군가를 웰빙, 귀족, 기득권으로 몰아대고 그들에게서 유휴자원을 회수해 가려 할 것입니다. 세대, 지역, 계층, 이념으로 사람을 찢어, 작은 집단을 땔감쓰듯 잡아먹고 버리겠지요.
이 이론에 따르면, 인구절벽은 위협이나 위기가 아니에요. 시대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단기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