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6살의 여자이고 10년전 미국에 이민을 와서 가족들이랑 지내고 있어요.
지난 12월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보는데 생각만큼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미국에 와서 영어도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학년을 2년 정도 늦게 가는 바람에 17-8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을 하고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니 느낌이 이상했어요.
17년동안 정해진 시간에 학교를 가고 하라는 과제를 하고 때맞춰 시험을 보고 딱딱 맞춰진 삶을 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불안하고 허전하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제가 살고있는 곳은 작은 도시라 한국인도 많이 없고 그렇다고 미국인 친구도 없어서 그냥 제일 친한 동생 한 명이랑 보는데 그 친구도 다른 지역에 학교를 다녀서 가끔 가다 한 번 보는 사이고요.
대학교 막바지쯤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커피 한 잔 하면서 수다 떨고 싶을 때 같이 가자고 할 친구가 없으니 점점 내가 뭘 하고 살았나 싶었고요.
티비를 보면 한국의 번쩍번쩍한 번화가를 보며 나는 언제 저런 곳을 가서 재미있게 놀아볼까 하는 생각도 수 없이 했어요.
지루한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건 휴대폰 보기였고 때문에 틈만 나면 인터넷 쇼핑에 중독되다시피 사들였어요. 화장품 특히요...
그러디 자꾸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틈만 나면 기분이 안좋아지고 울고 싶어지고.
드립 좋아해서 항상 유쾌한 성격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질 수도 있구나라고 처음 느꼈어요.
어떤 정도였냐면 성당에 가는 길에 차안에서 뱃살 어떡할 거냐고 또 살 쪘다고 또 나에게 화를 내는 엄마에게 제발 가만히 좀 놔두라고 같이 싸우다가 울어버렸어요. 엄마는 성당으로 들어가고 15분 정도 세상 서럽게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아 이러다 정말 우울증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한국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두 달 정도 다녀오겠다고 하니, 한 달을 갔다오라는 엄마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짧은 마음에 고집을 부렸고 결국 또 대판 싸워서 결국 한 달을 가기로 했어요.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요.
무조건 갔다오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한국은 너무 좋았어요. 만날 친구들도 많았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거의 잠 잘 시간을 제외하고는 바쁘게 즐겁게 움직이면서 살았어요.
미국에서 살았던 10년보다 이 한달이 제일 바빴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갔다오기만 하면 괜찮아질 것 같았던 판단이 틀렸나봐요.
괜히 아쉬운 마음에 미련만 더 크게 남고 지금의 지루하고 슬로우한 생활과 너무 비교가 돼서 축 쳐져있고 의지도 전부 사라졌어요.
오늘도 출처 모를 우울함 때문에 눈물을 쏟네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취업이 안 되서 그런 건지 열등감이라도 생긴 건지 한국이 그리운 건지.
정말 9년동안 친구 없어도 집순이라 자칭하며 미드 보고 즐겁게 학교생활했는데 최근 이렇게 인생이 재미가 없어져서 힘들어요.
어느 정도냐면 내 인생이 너무 하찮아진 느낌이고 차라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 느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모든것이 무덤덤해져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고, 그냥 이렇게 살지 않아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무덤덤한 기분?
하루에도 이 집을 나가서 큰 도시로 자취하고 싶다는 환상만 몇 번을 꿈꾸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 집을 나가는 것만이 답이겠다는 생각도 자꾸 들어요.
요 몇달간의 넋두리를 풀어놓느라 글이 무지 길어졌네요...
혹시라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