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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68232
    작성자 : dfo
    추천 : 12
    조회수 : 581
    IP : 119.69.***.14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02/08 00:56:52
    http://todayhumor.com/?sisa_168232 모바일
    그래도 주진우
    저는 긴 글을 잘 못써서 보시기 불편하실 수도 있겠네요. 

    저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나꼼수 비키니 사건으로 다들 말들이 많은데 그것에 대해서 생각한걸 말해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특히 베오베간 글 중에 여성단체이던가 큰 카페에서 나꼼수 지지철회입장을 밝힌 걸 보고 '속 좁은 계집' 운운한 글을 캡쳐해 온것이 있던데, 그 글과 댓글들을 보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막상 처음에 사건이 터졌을 때, 그러니까 공지영 작가가 본격적으로 나꼼수에 사과를 요구하고 '보수나 진보나 여성의식은 거기서 거기' 라는 말들이 나올 때 저는 그저 뭐가 그렇게 새삼스러워서 -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꼼수를 좋아하고 즐겨 들었던 청취자로서, 그들이 처음부터 페미니즘이나, 혹은 여성에 대한 어떤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수 있었으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여성에 대한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다룰 의식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 남성 표준'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남성적인 것 = 중성적, 혹은 중립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한 상황이니까요.

    댓글 중에 나꼼수 패널들이 '포경 수술'이나 남성의 성기, 혹은 심지어 비방 대상인 mb의 성생활(?)을 언급하는 농담들에서는 가만히 있던 여성단체가 이제 비키니사건에서만 발을 벗고 나섰다며 그들의 이중성을 비난하는 말이 있던데, 제가 해당 여성단체의 일원이 아니라 확실히는 말 못하겠지만, 아마도 앞의 것들 또한 여성단체나 여성인 누군가에게 언제나 편한 이야기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남성들의 술자리 토크나 진한만큼 가감없는 대화라는 나꼼수의 컨셉은 굉장히 중요한 이점이자 특색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 스스로를 페미니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일종의 한계일 것이라는 생각이 항상 있어왔습니다. 아마도 오유에 계신 남성분이나, 혹은 여성분들 조차도 이런 생각은 좀 공감하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나꼼수의 팬입니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말해서 애초에 한국의 주류적인 공간에서 이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때문에 나꼼수를 들을때 그들의 공감할 수 없는 농담이나 자칫 남성중심적으로 흐를 수 있는 태도의 위험성과 같은 것은 언제나 적절히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비키니 사건 또한 그런 정도의 것으로 여겨집니다. 

    총수의 '생물학적 완성도' 운운은 좀 웃겼지만, 역시 그들의 발언이나 행동이 고루한 성역학을 강화시킬만한 에너지를 가졌다고 생각하긴 어려운것 같습니다. 나꼼수나 보수꼴통이나, 기분 좋고 술이 있으면 옆에 예쁜 여자를 앉혀두고 놀고 싶어할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저는 주진우 기자가 한 농담보다, 그가 전 방송에서 고 장자연씨의 사건에 대해 말했을 때, 그 어조와 태도에서 보인 열정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페미니즘에 대해 뭐 이것저것 보고 들은게 많은 사람들이라면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서 더 거창하게 할 수 있는 말이 많았을 것입니다. 주진우 기자는 그런 태도를 익히지는 못한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좋고, 놀랍기도 하지만) 제게는, 정말로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인간으로 보였고, 실제로 어떤 괴로움을 당한 여성에게 그만큼 감정이입을 하고, 그만큼 문제를 느낄 수 있는 그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그런 사람은 정말 흔치 않거든요. 특히 그와같은 직업, 역할,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서는요. 그 방송에서 주진우 기자의 그런 태도는 나꼼수를 어떤 '한계' 내에서 바라보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기도 했구요.

    워낙에 온라인 공간에 여성 단체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서 저는 이렇게 대놓고 글을 길게 써본적도 없는데, 그나마 페미니스트라도 그리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본다고 해도, 나꼼수의 정체성에 대해 완전히 신뢰를 잃을 수는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게된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어떤 단체의 대표도 아니고 페미니스트의 전형도 아니니까(사실 진짜 여성운동단체의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절 비웃을수도 있지요) 모두가 다 개인적인 말들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여성단체가 나꼼수에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질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게 기쁩니다. 저는 그게 민주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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