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않은 나이에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고 한동안 패닉에 빠졌던 나.
그래도 꾸역꾸역 출근은 했다.
집중한다고 했는데 내 속은 그게 아니었는지 업무하다가 실수하기를 몇번.
슬퍼 죽겠는데 자괴감까지 들었다. 일은 일이고 개인사는 개인사인데 . 난 왜 냉철하지 못하게 이러고 있을까 ..
도저히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못나보이고 .. 답답했고 .. 수만가지의 감정과 생각이 나를 꾹꾹 눌렀다.
4시에 급작스럽게 조퇴를 하고, 다음날 월차를 내고 . 아침에 출근했던 복장 그대로 바로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32년 평생 처음해보는 혼자 여행..
6시 반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놓고, 서점에가서 책을 한권 샀다.
9시반 좀 넘어서 강릉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급하게 알아본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처음 가보는 게스트하우스라 긴장됐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6인실에 의외로 4명이 차있었다.
나까지 5명..
짐을 내려두고 너무 보고싶었던 바닷가로 갔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한참동안 제자리에 서서 바다를 구경했다.
바다구경 실컷 한후에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니 다들 잘준비다.
무거운 침묵만 감도는 방안. 조용히 씻고 자리에 누우니 12시다. 잠이 안올줄 알았는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조용히 나와서 또 해변으로 갔다.
정문해변에서 경포대해수욕장까지 천천히 산책했다.
오글거리지만 이런것도 써보고..
한두시간 걸었으려나.. 배는 고파져 오는데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바다는 참 좋아하는데 바다에서 나는것들은 거의 내가 못먹는것들이다.
검색해보니 강문해변에 유명한 수제버거집이 있었다.
역시나 맛집이라 대기줄이 길다.
작은 매장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
주문후에 번호표를 받아 내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차례.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맛은 그럭저럭. 얼른 해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버거를 먹고 나와선 강문해변을 조금 더 걷다가, 안목해변커피거리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검색해보니 강문해변서 얼마 멀지 않았지만 걷기엔 추웠고, 체력도 남아있질 않았다.
2km도 안되는 거리였는데 택시비는 4700원이 나왔다.
도착해보니 커피숍이 참 많았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좋아보이는 자리에 앉아 책도 읽고, 끄적끄적 일기도 쓰고 음악도 들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도 많이 정리하고 뭔가 싹 해결될 것 같았는데 그런것도 아니었다.
내 속은 계속 시끄러웠고 해결 되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참 좋았다. 그냥 좋았다.
안목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교보생명으로 갔다. 고속버스터미널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배차 시간이 길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교보생명으로 가면 거기에서도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많다고 해서 교보생명 가는 버스를 탔다.
이래 저래 혼자 낯선곳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보니 재미도 있었다.
고속버스터미널 반대편에 있는 편의점 앞, 테이블위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등을 쓰다듬어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 고양이 ㅎㅎ
발이 시려운가보다. 꼬리로 예쁘게도 감싸고 있는다.
한참을 고양이한테 말도 걸어보고 쓰다듬어도 보다가 버스 타러 갔다.
막상 써놓고 보니 참 별게 없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대단해보였는데 해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여행을 참 좋아하는 나인데.. 이제 자주 혼자 다니겠지.
막상 여행 할땐 아무것도 해결이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여행다녀 온지 일주일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것들을 정리한것같다.
오글거리지만, 나름 나 자신과 대화하기에 성공하고 온것같아 기분이 좋다.
마..마무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