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우주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공간 전체를 말한다. 현대 물리학을 통해서 우리는 우주가 언제, 어떤 식으로 발생 되었는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다. 이를테면 우주는 대략 138억년 전쯤에 빅뱅이라는 태초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주를 채우고 있는 에너지와 각종 입자, 물질들도 그때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왜 발생되었으며, 우주가 왜 이런 식으로 작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위의 주제와는 상당히 다른 수준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것이라면 현대 물리학으로 조차도 “그냥” 이상의 적절한 답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 어쩌다 “그냥”이라는 가안(假案)이 정답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일단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왜 그렇게 시작되었고, 왜 그렇게 작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라면 여기에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그냥 덮어 두고자 한다. 이것은 대단히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지만 어쩔 수가 없다.
우주를 차지하고 있는 모든 공간에서의 모든 구성물질들은 태초에 결정되어졌을 “자연원리”에 따라 지금까지 작동되어 왔다. 그러니까 우주는 어느 한 공간도 같은 곳 없이 다 다르겠지만 모든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 물질들은 모두 동일한 자연원리에 따라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또한 우주의 환경 자체는 단 한순간이라도 같은 적 없이 시시각각 변해왔을 테지만, 자연원리 그 자체는 처음과 조금도 변함없이 일관되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 것이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이런 공리 같은 전제적 믿음을 기반하여 인류는 이런 우주의 각종 자연원리들 중 일부를 경험적으로 파악하여 알고 있다. “자연법칙”이 그것인데 자연법칙은 “반복-객관-논리-정량적인 (또는, 과학적인) 실험과 측정, 해석을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는 자연원리를 일반화 형태로 정리한 결론” 정도로 정의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자연법칙으로부터 지구가 태양을 돌고, 물이 얼음이 되는 과정과 같이 과거에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에 대한 의문점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설명). 또한, 지구가 내일은 어디쯤에 있게 될지, 물이 얼음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같은 미래 상황에 대한 의문점 역시 우리는 자연법칙으로부터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예측). 자연법칙이 확고하면 확고할 수록 우리는 관련된 의문점 들에 대한 좀더 진실에 가까운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세상에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자연법칙들만으로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자연현상들도 있다. 고대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현상들을(예컨대, 그들 관점에서의 일식이나 천둥) 설명하기 위해서 아마도 '신'같은 다른 무언가를 도입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것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자연의 법칙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따라서 저런 현상에는 분명 신 같이 자연원리를 초월한 어떤 다른 특별한 존재가 개입을 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자연과학이 점점 더 발달해 가고, 급기야 자연과학이 거의 모든 자연현상들을 설명해 가고 있는 지금쯤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의 정상과학(定常科學)을 충분히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자연법칙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자연현상일지라도 그것을 당장 자연원리의 테두리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난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것 역시 결국에는 다른 특정한 법칙이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주에 물질이 있고, 물질들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들이 작용하여 왔었다는 사실만큼이나 명백한 사실은 우주에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복잡성으로 보건대, 생명체라는 결합체는 물질과 동시에 발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생명체는 물질이 발생한 태초에는 없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발생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 세상에 없던 생명체는 세상에 있던 물질들의 자연원리에 따른 작용만으로 발생한 것인가? 적합한 조건하에 시간과 물질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어느 순간 없던 생명체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다. 생명체의 정교함과 복잡성으로 보건대 그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자연상태에서라면 인간이 만든 로켓도 그냥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하물며 인간조차도 만들 수 없는 정교하고 복잡한 생명체가 자연상태에서 그냥 우연한 작용으로 생긴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럼 생명체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사실 생명체의 자연발생을 더욱 비관적이게 만드는 것은 단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이런 구조적인 복잡성 때문만은 아니다. 복잡성에 대한 문제해결만으로 생명체의 탄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정 안되면 생명체의 탄생을 그냥 터무니 없는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식의 억지라도 부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주사위를 100번 던졌는데, 정말이지 놀랍게도 100번 전부 1이 나왔다고 해도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그윽히 희박 하겠지만), 주사위를 던진 시행 횟수에 따라 그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예컨대 주사위를 무한 번 반복해서 던진다면 1인 주사위 눈이 연달아 100번 나오는 상황이 1번이라도 발생할 가능성은 1이다.). 그러나 물질에서 생명체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는듯 하다.
객관: 측정방식에서 개인적인 판단이 배제되었으며 측정대상이 대상 전체에서 무작위로 선택됨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관찰한다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성질
결합체: 물질, 입자들이 결합하여 형성된 하나의 독립된 덩어리 체
관념: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관한 정보나 견해나 판단
본질: 다른 모든 대상들 에는 없고 해당 대상 전체에는 존재하는 성질
설명: 과거에 일어 났거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의문점 해결
속성: 대상의 특징적 성질
예측: 미래에 일어날 상황에 대한 의문점 해결
입자(물질): 우주를 채우고 있는 대상들의 기본 구성 단위체
자연과학: 반복-객관-논리-정량적인 실험-측정-해석을 통해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자연원리를 발견하는 과정, 또는 결과물
자연법칙: 자연원리를 과학적인 방식을 통해 확인하여 일반화 형태로 정리한 결론
자연원리: 우주에 존재하는 구성 물질들 간에 일관되게 작용하는 특정한 규칙
진실: 지금도, 앞으로도 틀릴 가능성이 없는 확고하게 안정적인 관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