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나경원 안티’였다
경찰은 ‘나경원 안티’라고 결론 내렸다.
최근 2~3일 돌아가는 판세가 딱 그 모양이어서다. 도대체 경찰은 왜! 어쩌자고 이런 시기에 ’1억 피부과’ 수사 중간결과 발표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지적했듯 “나경원 중구 출마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저 나경원 전 후보의 국회의원 출마를 돕고자 했던 것일까. 나 전 후보가 10.26 서울시장 보권 선거에서 낙마한 주요 원인으로 손꼽혔던 ‘VVIP 피부과 출입 정치인’이라는 대중 인식을 서둘러 지워주기 위해, 누가 감히 대한민국 경찰에게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도 했던 것인가.
이해불가한 중간 브리핑 배경
서울지방경찰청은 1월 30일’ 나경원 고액 피부과’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해불가한 경찰의 이번 발표 배경을 아무리 뒤집어 따져봐도 해석은 한결같다. 도움 주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았을 테지만 나 전 후보에게 요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을 벌인 셈이다.
해를 넘기고도 뒤끝이 아주 질긴 ’1억 피부과’ 의혹. 사건은 나 전 후보가 고발로 불을 먼저 지폈다. 이 사실을 지난해 10월 단독 보도한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으나 여러 사건에 파묻혀 국민이 이를 잊어갈 즈음 경찰이 다시 희미한 기억을 환기시킨 것이다.
그런데 되살린 의혹의 불씨는 불길이 더 거셀 전망이다. 경찰의 발표 내용을 2월 1일 시사IN이 경찰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피부과를 조사해보니 가장 많은 돈을 낸 경우는 3000만원 선이고,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0여 차례 이곳에 출입하며 딸과 자신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55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표했다.
또 경찰은 이 피부과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 “피부 관리는 1회에 25~30만원” “연 회원은 안 받는 병원”이라는 내용도 발표했다.
시사IN, 경찰 발표 정면 반박
시사IN의 주장은 경찰의 발표와 완전히 다르다. 시사IN은 최근호에 지난해 10월 기사에 싣지 않았던 구체적인 면담내용을 추가 보도했다. 시사IN 취재팀은 작년 10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ㄷ클리닉’을 방문해 김 모 원장과 면담 후 ‘나경원 후보 1억 피부과 출입’ 기사를 작성하며, 원장과의 면담 과정 또한 동영상과 녹음파일로 확보해둔 상태다.
추가보도와 시사IN이 올린 동영상은 지난해 첫 보도 때만큼 충격파가 크다. 동영상에서 피부과 김 원장이 하고 있는 말이 우리나라 ‘강남귀족 고소영’의 현실을 입증해주는 것 같아 심경이 어지럽다. 김 원장은 고객 신분으로 병원을 방문, 원장 상담을 신청한 20대의 여기자에게 일반 피부과라면 고객에게 절대 요구할 수 없는 여러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얜 젊으니 5천만 받을 께”
동영상에서 김 원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기는 돈 많이 드는 곳이다. 나는 원래 상담을 안받는데 (추천을 받고 왔다니) 돈을 댈 스폰서나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라”.
“(이곳은) 새로 오는 사람들이 TO가 거의 없다. 다 10년 이상 다닌 고객들이다”.
“나는 1년씩 관리한다. 오든 안오든 100번을 오든 2번을 오든 똑같다. 그러니 자주 오는 게 유리할 것”.
“얘(기자)는 젊으니까 그럴 필요 없다. 반(5천) 정도면 된다”.
“난 젊은 애들은 잘 안받는다”(그렇지만 얘는 받아줄께)“.
그외에도 김 원장은 나경원 전 후보와 다수의 유명 연예인 등 자신의 피부과에서 관리받고 있는 유명인을 거론하며 토탈케어 과정을 추가 설명했다고 한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중순 해당 녹취록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요한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그와 반대의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니 경찰의 진의가 의심을 사는 것이다.
경찰 발표를 못 믿는 이유
나 전 후보가 출입한 고액 피부과에대해 보통 사람이 보는 시각은 이렇다.
해당 피부과의 평상시 의료수가는 5천~1억이다. 경찰 발표대로 많이 받아 봐야 연간 550~3000만원 받는 병원이 고객을 쫓으려고 1억 제시하며 진상짓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시사IN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의 수사와 발표 시기도 문제다. 고발이 있고 즉시 병원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어야 하지만 경찰은 40여 일 이후 수사에 착수, 피부과로 하여금 장부조작 및 증거를 인멸할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준 셈이다.
경찰은 또한 병원회계장부와 진료기록부를 토대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경찰만 모르는 것 같다. 한국 병원 과목 중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피부과, 성형외과란 데가 ‘현금’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병원은 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성실 매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높은 급여를 주고 병원 상담 실장을 영입, 환자에게 현금납입시 병원 몫을 남기고 탈세이익 부분을 병원비를 깎아준다는 식으로 할인을 제시해 고객을 낚는다.
이번 발표는 여러 각도에서 경찰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은 꼴이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한 척이라도 보이고 싶었다면 병원회계장부와 진료기록부 외에 피부과 원장의 금융 거래 조사까지 했어야 옳았다. 피부과 출입 환자 수와 김 원장 수입만 대조해봐도 결과는 바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허위사실 유포 vs 포괄적 뇌물죄, 진실은?
다시 이번 일을 점검해 보자.
경찰이 중간 발표를 했다. 불충분한 증거를 근거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나경원 명예훼손이었다 “며 시사인과 주진우 기자의 의혹 제기를 허위사실로 못박았는데 이런 게 바로 권력 남용이다. 해석의 남용이고 공권력의 남용이다.
만약 경찰 발표가 맞다면 이번에는 동영상에서 김 원장이 일반 환자에게는 1억을 부르면서 나 전 후보에게만 550만원을 받았다는 게 문제가 된다. 이는 현 정권 이후 남발해온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하기 때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자 장차 서울시장이 될지 모를 유명 정치인에게 1억 대신 그 돈만 받았다면 깎아준 9450만원은 곧 뇌물이다.
나경원 전 후보가 550만원을 진료비로 지불했다고 해도 해당 피부과가 평소 연 5천~1억을 받는 병원이란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대중 인식은 ‘나경원=친서민이 아니라 VVIP’인데 경찰은 이를 헛 짚은 것이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가며 애를 써서 도와주는데 나경원 전 후보는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돌아가는 양상은 그러지 못할듯 싶다. 피부과 논란에 경찰이 섶을 지고 뛰어 든 꼴이 되었다. 이러니 경찰이 ‘덤앤더머’라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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