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보이니 닫아요", 챙겨줘도 성희롱? 
성희롱 기준, `그때그때 달라요` / 여성에게 "가슴 보이니 닫으라"고 말하면 성희롱에 해당 된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에게 "가슴 보이니 닫으라"고 말하면 성희롱에 해당 된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한국외대 A교수가 파업 중인 여성 노조원 B씨를 성희롱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A교수는 지난해 6월 26일 교수회관 내 식당에서 노사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B교직원에게 "가슴이 앞에 사람에게 보이니까 닫아요"라고 말했다.


B교직원은 이를 성적 발언이라며 같은 해 8월 진정을 제기 했고, 인권위는 `성희롱이 맞다`며 B씨의 손을 들어 줬다. 인권위는 한국외대 총장에게 A교수를 경고 조치하고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행위는 언동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이나 당시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된다"며 "A교수는 단지 객관적인 사실을 B씨에게 알리거나 주의를 주고자 한 언동으로 볼 수 없고 일반 여성이라면 당시 상황에서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A교수는 이에 대해 "직장 상사로서 옷 매무시를 잘 하라고 지도하는 입장에서 한 말을 B씨가 악의적 의도를 갖고 성희롱으로 몰고 간 것인데 인권위가 충분한 조사 없이 이를 받아들여 유감"이라며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법적인 대응수단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 여자가 불쾌했다면 무조건 `성희롱`?


인권위의 이번 판결은 명확하지 않은 성희롱 기준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화장 진하게 하지 말고, 향수 좀 작작 뿌려", "스커트가 너무 짧은 거 아니니?"... 대학 선후배 사이, 또는 사제 지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대화의 한 토막이지만 여성부는 이런 말도 성희롱으로 간주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대방의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 또는 모욕감으로 느꼈느냐 여부에 따라 성희롱이냐 아니냐가 구분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지난 해 7월 19일 교육인적자원부 발표에 다르면 성희롱을 의도하지 않았고 상습성·반복성·집요성이 없는 행위지만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대학들에 설치된 성희롱 고충상담소 상담원, 심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대학내 성희롱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사례들을 공개했다.


사례에 따르면 여대생들이 손에 꼽는 성희롱 발언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도 여자들 시집가면 쓸데 없지",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 "외모도 수준 이상인데 한번 발표해봐" 등이다.


피해자의 주관적인 느낌을 중심에 두고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 입장이었다면 문제가 되는 언행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했는지 고려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문제가 되는 언행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이었는가도 성희롱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 남성 네티즌, "여자들 입맛에 맞게 말해야 하나"


모호한 성희롱 기준에 대해 남성 네티즌들은 "여자 기분에 하나하나 맞춰가며 말해야 하냐"고 한탄했다.


`푸른X`이란 네티즌은 "교수로서 아래 사람에게 복장을 단정히 하라는 것이 성희롱이고, 콩나물 지하철 내에서 답답해 어깨 한번만 잘못 움직여도 바로 성희롱범으로 각인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하철도 여성, 남성의 별도 객량을 만들라"고 말했다.


아이디 `사노XX`는 "여자가 벗는 걸 보면 성희롱이고, 이제는 벗고 다니는 거 그러지 말라고 지적해 줘도 성희롱이냐"면서 "남자들은 죄다 눈깔을 뽑고 다녀야 하냐"고 한탄했다.



`뚜껑찾아XXX`라는 네티즌은 "요즘 여자들을 보면 남녀평등이 아니라 여성우월이 느껴진다"면서 "여자 뿐 아니라 남자도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성폭력 법이 적용돼야 한다. 왜 여자 위주로 말도 안 되는 여성부나 이상한 법을 만들어 놓고 남자들한테 강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까X`sms "학교에 가슴 파인 옷을 입고 다니는 거에 대해 교수가 회의 도중 눈에 거슬리면 얼마든지 경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걸 문제 거리로 만들어 교수를 처분하면 옷 매무새가 단정치 못한 그 여자에게는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거냐"고 반박했다.


힌편, 여성 네티즌 `skywaXXX`는 "15년 전 첫 직장생활 시작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심심치 않은 성희롱도 참고 지냈는데, 요즘 여직원을 보면 수위가 그때의 절반이 채 안 되도 일단 걸고 넘어지자는 식"이라며 "어디 까지 걸어야 하는 지도 모르고 기분 나쁘면 무조건 걸고 본다”고 지적했다.




성희롱 관련 법률 기준이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느끼는 네티즌이 다수다. 남성 네티즌들은 "성희롱 관련 법률 중 상당부분을 이해한다"면서도 "언어 폭력 부분에 있어서는 그 기준이 지극히 애매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네티즌들은 또 "여성을 위한 성희롱 법이 아닌 남, 녀 모두를 위한 법이 될 수 있도록 개선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채질 / 우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