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겨우 겨우 어떻게 회사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밥 벌어 먹고 살았어요.
월급 받으면 적은 돈이지만 저축도 하고, 부모님 선물을 사드리거나 외식을 시켜드리거나.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거든요. 저 한창 공부하고 그럴 때,
"나도 친구들 만나 자식 자랑하고 싶은데, 내 딸은 아직도 직장 없이 공부한다하기 뭐하니까 안 만나게 되고.
딸한테 밥 한번 얻어먹고 싶은데 비싼 거 아니더라도. 근데 그런 거 하나도 못하니까 얼마나 서운하던지... 괜찮다 해도 좀 서운하더라."
가끔씩 그런 소리하셔서요. 그래서 정말 그런 거 보상 많이 해 드리려고 애썼는데... 이놈의 경기 어렵단 게 뭔지.
회사에서 월급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빨간 딱지 붙기 시작하고 새로 들어온 저부터 시작해서 이래저래 인원감축한답시고
...결과적으로 해고 당했네요. 월요일에요.
그리고 이번 주 아침 내내...
회사 출근 하던 시간 맞춰서 로뜨로 머리를 감고 스킨 톡톡 바르고. 믹서기에 가족들 먹을 분량 토마토를 척척 잘라 넣어서 위잉 하고 돌리고 있었어요. 원래 제가 여덟시 반까지 출근하거든요. 아홉시 출근인데 그냥... 좀 일찍 가는 게 좋으니까. 그럼 집에서 그 정도 준비하는 시간은 새벽 여섯시 반쯤 되거든요. 새벽 여섯시 반에 롯뜨로 머리 말고... 가족들 마실 토마토 주스 만들면서 믹서기 소리에 제 우는 소리가 좀 파묻히지 않을까 해서 주방에서 쪼그려 앉아 울었네요.
차마 짤렸단 소릴 못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안방에서 어머니 아버지께서 일어나셨는지 부스럭 부스럭하며 텔레비전 켜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금방 세수한 척 다시 얼굴에 물 묻혀 닦아내고... 아침인사를 드렸어요.
피곤에 절은 엄마 아부지 얼굴 보는데 괜히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목소리가 맹맹해지니까, 감기걸린 것 같다고. 오늘 잠깐 병원도 가봐야겠네~하고 너스레 떨면서 재빨리 화장하고 로뜨 풀고. 옷 갈아입고.
갈 곳도 없는데 출근하는 것 처럼 옷을 떨쳐입고 회사 다녀오겠다고. 딸래미 돈 벌어오겠다고 그러고 나왔는데 도저히 갈곳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너무 막막해서 버스 타고 하루 종일 정류장에서 정류장으로, 종점에서 종점으로 돌아다녔어요. 며칠동안 미친사람처럼 그러고 다녔네요.
그러다 어젠가요.
날이 좀 어둑어둑해질 무렵, 제 모교 근처에 큰 산이 있거든요?
차라리 거길 들어가서 ... 어떻게... 인생을 .... 어떻게 그렇게 마감해버릴까. 거긴 산도 험하고, 자살사건도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서 *기에 적당한 그런 곳인 거 같은데...
아마 내 보험 약관에 *살 했을 때도 보험금 얼마 나온다는 이야기 있었던 거 같은데...하면서요.
한참 창밖만 쳐다보면서 손톱을 깨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카톡으로 제가 아는 어떤 언니가 엄청 희고 귀여운 토끼사진 보내주면서, 제 생각나서 보냈다고 잘 지내냐고 그러더라구요. 진짜 한동안 연락 안했던 언니가 갑자기 그런 문자 보내니까 너무 반갑고 너무 고맙더라구요.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언니가 카톡 안 보내줬으면 전 계속 그런 나쁜 생각 못 끊고 있다가 한발 한발 거길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거.
그래서 아직까진 살아있어요. ...헤헤. 사실 천국이 너무 가고싶어서 자살은 못하겠고. 또 어젠가 엊그젠가 뉴스에 *살을 시도한 젊은이 때문에 정말 얼떨결에 같이 돌아가신 분에 대한 기사를 봐서 아파트에선 절대 죽으면 안되겠네. 산에서 죽으면 산짐승들이 날 파먹을텐데 가족들이 그런 내 시신을 보고 놀라면 어쩌지..아빠는 산타는 거 좋아하는데 나때문에 산도 못 타면 어쩌지 그런 생각했어서... 사실 안 죽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래도 정말 어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살아있어요.
근데 참 걱정이네요. 지난 회사도 아무런 경력도 없고 나이는 많고 그래서 어찌어찌 들어갔는데... 이젠 또 어떻게 취업을 해야할지 참 막막하네요.
빨리 다른 자릴 찾아야 사실 나 해고되서 다른 자릴 알아놨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소리도 해드릴텐데. 고민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