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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무리를 해서인지 고산병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얕은잠을 잘때 꾸는 꿈(꿈인지 인지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꿈)을 몇번이나 꾸니 몸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잠을 자는게 불가능했습니다.
한시간 이상을 잠을 못자고 자다깨다를 계속 반복하다 핸드폰 알람을 듣고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녹내장약인 다이나막스를 바로 챙겨먹었습니다.
고산병엔 녹내장약과 비아그라가 효과적입니다만
젊은 총각이 비아그라를 처방받으려면 꽤나 용기가 필요해서 녹내장약을 처방받아서 가져왔습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다보니 오른쪽 등산화의 신발끈 구멍이 끊어져버렸습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에게 바늘과 실을 달라해 꼬맸는데 딱 두바늘 꼬매고 바늘이 부러져버렸습니다..ㅜㅜ
다행히 아주머니가 더 튼튼한 바늘을 가지고 계서서 신발은 대충대충 수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신발을 대충 마무리를하고 아침으로 볶음 국수와 블랙티를 주문하였습니다.
곳곳에 눈이 쌓였던 흔적을 볼수 있었습니다.
고산병도 앓기 시작했고, 슬슬 높은곳에 올라온게 체감이 되기 시작합니다 ㅎㅎ
위 사진은 진짜 야크를 박제해놓은것이라 하더군요..ㅎㅎ
다음 롯지로 가는도중에 이상하게 얼굴이 저리는 느낌이 왔습니다;;
셀카를 찍거나 거울을 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마 이때부터 얼굴이 붓지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네요..ㅎㅎ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얼굴이 2배 가까이 부어있었습니다 ^^;;)
인사를 하고 일어나서 몇분간 같이 산행을 했는데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힘이 없어 그들을 먼저 보냈습니다.
평소 체력같았으면 30분이면 갈 쉬운 언덕을 겨우겨우 올라가 오후 1시 20분에야 마낭에 도착했습니다.
세이프티 워터를 구매하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야크 스테이크가 보여서 가격을 보니 700루피(약 만삼천원)나 하였습니다..;;
산에서 하루 사용하는금액이 그정도인데 너무 비싼거같아 고민을 하다가
400루피(7천원)짜리 야크 버거를 시켰는데 진짜 큰 버거가 감자튀김과 같이 나왔습니다.
행복한 기분으로 햄버거를 먹고있는데 갑자기 식당이 분주해지더니 어떤 커플이 짐을 챙겨 나갔습니다.
어디가냐 물어보니 울버린처럼 생긴 튼튼해보이는 남성이 고산병이 심해 헬기를 불렀다 하더군요;;
고산병은 남녀노소 건강을 떠나 아무에게나 오는듯 했습니다.
점심을 다 먹고 다음 롯지인 '구상'으로 향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이정표가 마낭으로 되어있었는데 드디어 쏘롱-라 로 바뀌였습니다.
(마낭은 헬기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롯지로 다른 롯지들에 비해서 월등히 규모가 큰편입니다.)
진정한 라운딩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라 할수 있죠..ㅎㅎ
산에는 곳곳에 위와같이 작은 못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대부분이 눈이 녹아 만들어진 못이라 합니다..ㅎㅎ
안그래도 고산병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오르막이 계속 이어져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지러움은 점점 심해지고 길이 좁아져 혹시나 발을 잘못 디딜까봐 타이레놀을 두알 꺼내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다른 상인의 경우에는 그냥 지나치면 되지만 오늘은 여기서 자야하니 둘중 한명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고민을 하다 먼저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가 있는 숙소로 발길을 옮기니
다른 숙소의 아주머니가 괜히 지나가는 야크에게 돌을 던지며 짜증을 부리고는 들어갔습니다ㅎㅎ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업?다운? 이라며 어느층에 묵고싶냐 물어봤는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다운다운다운다운' 이라고 외쳤습니다.
계단을 올라갈 힘조차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죠...ㅠㅠ
입맛이 너무 없어서 스프 하나만 먹으려 했는데 근육을 위해서, 체력을 위해 오믈렛도 하나 시켰습니다.
허기지지도 않았던 배에 따뜻한 음식을 넣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니 불과 30분만에 밖이 깜깜해졌습니다.
정신을 차려 여기저기 둘러보니 맞은편 숙소와 제가 묵고있는 숙소를 통틀어 손님은 저밖에 없었고,
맞은편 숙소의 아주머니와 제가 묵은 숙소의 아주머니는 당나귀를 타고 마낭으로 내려가셔서
구상에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뭐라 안해 신나게 불렀는데 한곡을 부르니 머리가 아파 관뒀습니다ㅎㅎ
혼자 무서워하다 신나하다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여태 꾸었던 꿈중 가장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그누구에게도 말한적 없었고 말할 수 없는 꿈인데 몇년이 지난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날정도로 무서웠었죠.
하산하고 안 사실이지만, 이것 또한 고산병의 증상이라고 합니다.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는데
꿈의 배경이 제가 잠을 자고있던 방이여서 꿈에서 깬건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아 한시간정도 멍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겨우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바람을 쐬러 마당으로 나갔는데 세상에서 두번다신 볼 수 없을만큼의 별을 봤습니다.
동내에 저밖에 없는 상황에서 쏱아질것만 같은 별을 바라보고있으니 한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면서도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꼇습니다.
침낭을 가지고 나와 마당에 누워 한시간정도 별을 처다보고있다가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 했지만
고산병 때문이 아닌 별들이 가져다준 흥분때문에 쉽게 잠에들지 못했습니다.
트래킹 4일차
로어피상(3200m, 8:30) - 수면장애
훔데(3280m, 10:10~11:00)
브라카(3439m, 12:40)
마낭(3540m, 1:20~2:30)
구상(3950m, 4:20)
최대 고도차 : 약 750m
최대 고도 : 약 3950m
걸은시간 : 약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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