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대응 때문에 20대 여성 집단 성폭행 한밤중에 갑자기 사라진 딸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아버지가 애타게 경찰서 문을 두드렸지만 경찰의 늑장대응 때문에 결국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새벽 1시쯤. 한 40대 남성과 20대 초반의 여성 2명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울 동작경찰서로 달려왔다.
실종 신고를 하러왔다는 이들의 말에 폭력팀 경찰관은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4층 소년계로 가세요. 아니, 3층. 3층"이라고 말하며 다른 부서로 가보라고 말했다.
가보라는 부서를 겨우 찾은 40대 남성은 굳게 문이 잠긴 채 불이 꺼진 사무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른 지 10여 분 만에야 여성청소년계의 경찰관을 만났다.
막 잠에서 깬 이 경찰관은 "이 밤에 대체 누구야. 누가 자꾸 전화를 걸었느냐"며 호통을 쳤다.
이 40대 남성은 자신의 20살 난 딸 최모양(가명)이 조금 전 귀가하다 집 앞에서 실종됐는데 딸의 뒤를 쫓아오던 대여섯 명의 남성들이 납치한 것 같다며 어서 찾아달라고 사정했다.
최양의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은 최양의 친구는 최양의 휴대전화를 "낯선 남자가 전화를 받아 데려다 주는 길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어서 신고를 받아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종합상황실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다. 경찰의 늑장 대처에 아버지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최양의 아버지는 "한마디로 뭐 받아주지도 않는 그런 눈치였다. 24시간 안 들어와야 신고가 되는데 왜 왔냐 그런 거였다. 납치당한 게 확실한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실종자를 찾아 나서기까지는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러는 사이 실종된 최양은 두세명의 20대 남성들에게 끌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15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늑장대응을 했을 뿐 아니라 성폭행 용의자들의 휴대전화번호와 사는 곳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검거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이 있은지 이틀 뒤인 지난 16일 최양은 성폭행 용의자들로부터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최양의 아버지는 즉시 메시지의 발신번호를 동작경찰서에 신고했다.
뿐만 아니라 최양의 아버지는 최양이 납치된 장소로부터 500미터쯤 떨어진 한 고시원에서 성폭행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고시원의 주소도 경찰에 알렸다.
성폭행 용의자들이 고시원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의자들이 곧 검거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경찰은 며칠 뒤에 수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최양의 아버지는 "형사들이 지방에 내려갔다고 월요일부터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최양의 아버지와 함께 동작경찰서를 찾았던 최양의 친구도 사라진 최양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낯선 남자가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같은 말을 듣고서도 30분이 지나서야 최양의 휴대전화번호를 물어봤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최양의 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지 50분이 지나서야 경찰관 대여섯명을 보내 납치장소를 수색했다.
당시 최양이 납치된 장소는 동작경찰서로부터 불과 200미터 가량 떨어진 노량진 학원가였다.
최양이 납치 장소 인근의 고시원에서 집단 성폭행당했음을 감안할 때 경찰이 구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었다.
CBS사회부 조기호/심훈 기자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http://news.nate.com/Service/natenews/ShellView.asp?ArticleID=2007031906512110158&LinkID=7&showLayer=1&lsection=GEN&NC=NO_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