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에 마눌님 대학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었습니다.
저는 연애시절부터 와이프가 다니던 대학에 자주 놀러갔었고
그 대학동아리 친구들과도 자주 얼굴 봤기에 다들
친하게 지내는 중이죠. 와이프의 친구나 선후배들도
종종 우리집에 놀러오고는 합니다. 자기 남편이나 남친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꽤 많죠. 저도 부부동반으로 와이프
선후배네 집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누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벌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술하고 안주거리나 먹을거 살돈은
여자들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남자들이 내고,
그거 가지고 요리하거나 장만해 내오거나 치우는거는
여자들이 다 하더군요.
몇주 전에는 명절증후군 얘기를 했습니다.
남자들은, 명절증후군이란게 어딨냐... 돈벌어오는 여자가
그런얘기한다면 이해가 가겠다. 가사일 하는 여자가 그런거
호소하는건 솔직히 뻔뻔스러운거 아니냐... 시댁식구들 제사를
일년에 몇번 치르는게 뭐 힘느냐고 얘기했죠.
와이프와 그 선후배들이 즉각 단결(?)해서 얘기했습니다.
"에~~ 그런게 어딨어. 남녀평등 사회에서 당연히 가사일도
나눠서 해야지~~ 그리고 사실 우리 조상님 아니잖어~~"
그러자, 남자들이 평소에 궁금했던 거를 얘기하더군요.
여자들이 명절때문에 그렇게 힘들고 고생한다면
역할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여자들이 돈벌어오고, 남자들이 집에서 가사노동해야
하지 않겠느냐... 군대도 여자가 가라... 남자들이
아이는 못낳아주더라도 육아는 전담해야 한다...
여자들이 그렇게 고생한다는데, 남자들이 당연히 그 힘든
몫을 떠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들의 생활이 그렇게 편하다니까 그 편한것을 여자들에게
주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뭐 대략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와이프 친구들이 까르르 웃더군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뭐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왜 싫다는거냐?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
남자들이 편하고 여자들이 고생한다면,
그 역할을 남녀가 바꾸어야 여자들에게 더 유리한게 아니냐?"
라는 남자들의 질문에 대해, 마눌님 친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폭소"였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반응은 꽤나 특이했습니다. 그 반응들을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죠.
"TV가 참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는게 맞긴 맞나 보네....
명절증후군 명절증후군 하니까, 진짜로 그게 그렇게
고생 극심한건줄 알았나본데, 정말로 믿었어요?"
"여자들이 사실 불이익을 당한다고 느끼면서 사는건 맞죠.
근데 가만 보면, 그냥 속이 상해서 하는 얘기를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담론이란 것은 여론의 반영일수도 있지만
장사의 한 아이템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세상에는 너무 많죠."
"남자들은 정말 눈치들이 없어....
여자들이 계속 죽는소리 하면서도,
자기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는 목소리를 내면서
전통적 남녀역할을 서로 뒤집는 주장만은 끝내 안하고
버티더라면, 이미 분위기를 파악을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사람이면 누구나, 앉으면 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은 심리가
있는거지... 그런 심리로 하는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들으셨나봐...
정말로 남자들의 생활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면,
여자들이 지금처럼 있었을거 같애요? 당장 어떤수단을
다 써서라도 여자들이 군대가고 사회일선에 나가고 남편들을
집에다가 묶어놨지."
기억나는거 또 하나 추가하죠.
"시집 안간 나조차도, 명절때 힘들것같은 일들 나열하라고 하면
두시간 이상 떠들 거리 만들어낼 자신 있어요."
"명절의 미풍양속을 살리면서 남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낸다면 그거야 환영할 일이겠지요...
그런데, 명절 외의 다른때나 군복무기간 중에
남자의 부담을 줄이고 남녀모두가 공평히 부담을 나눌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 주장이 만약 나온다면,
지금 명절증후군때문에 큰일났다고 소리높이는 사람들 중
몇명이나 호응하고 나설지 생각해봤어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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