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겨울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어느 수의학도인 분이 올려주신 동물실험 이야기입니다.
저는 전공을 3개 했습니다. 제일 먼저 생명과학, 그 다음에 심리학, 마지막으로 수의학을 전공했어요. 자랑하는게 아니라 무지할수록 동물이 더 고통당한다는 걸 알려드리려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는 마취에 관해 기본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르쳐 주지도 않죠.. 대학원생들도 생물학과 출신인데 마취에 대해 알까요. 무턱대고 마취약 넣고 안 움직이면 실험하는 식이었지요. 황소 개구리 같은 경우는 뾰족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내려쳐서 기절시킨후 척수를 파괴시켜야 되는데
그게 됩니까. 운동신경 실험이라 마취를 하면 안됐거든요.. 아무리 내려쳐도 등이나 다리같은데가 맞아서 부러지기나 하지.. 그 작은 부위인 머리는 좀처럼 안맞더군요... ㅜ,.ㅜ 피만 흘리구요... 실험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남자애들이 결국 그냥 입을 열고 가위로 윗입을 자르는데 황소개구리가 힘없는 앞발로 가위를 밀쳐내는 장면이 9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마우스는... 흔히 경추탈골로 죽이는데요.. 잘 못하는 애들이 하면 정말 생쥐들이 고통스럽지요..
마우스가 입을 벌리고 괴로워하던 장면땜에 처음 실험하고 나서 1주일동안 잠 못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좀 무뎌지긴 했는데... 곤충들도 산채로 냉장고에서 며칠씩이나 있답니다.. 곤충들도 참 불쌍하지요... 쓰잘데기 없이 표본 만들어오라고 그래서 수천마리씩 죽어갑니다.
마지막 수의학; 수의학에서는 솔직히 어쩔 수 없이 실습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나중에 수술하려면 내부장기, 근육 등등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정상일땐 어떤 색깔인지.. 촉감은 어떤지.. 경도는 어떤지..
아플때는 또 어떤지... 네.. 알아야 되죠. 그러나 불필요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독성학 시간엔 포르말린을 생쥐 발바닥에 주사해놓고 붓는 정도 아파하는 정도를 보구요.. 임신한 쥐들도 실험대상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안락사를 시키는데 몇몇 아이들이 경추탈골을 해본답시고
(전 이미 해본지라 안했지만) 하는데.. 안해본 애들이라 쥐들이 너무 아파하더군요; 생리학 시간엔 제노퍼스라는 외국산 개구리를 과배란시켜서 실험했구요... 병리학 시간이 대박이었지요 농장에서 병든 새끼돼지가 무료로 옵니다 --; 걔네를 상대로 피뽑는 연습을 하지요 --; 한마리가 수 백 번 피를 뽑힙니다. 주사바늘 몸에 몇 백 번 꼽혀보라고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습니다 ㅠㅠ 마취도 안해요. 그냥 시멘트 바닥에 눕혀놓고 목에서 피를 뽑는데.. 솔직히 잘 안됩니다.. 그러다가 새끼돼지들은 지쳐서 죽어갑니다. 나중에 보니 등이 다 까져있더라구요... 진짜 불쌍하죠..
채혈연습용이 아니고 부검용인 새끼 돼지들은 전기로 기절시킨 다음에 앞다리 안쪽을 깊게 잘라 방혈시켜 죽입니다. 간혹 깨어나는 애들도 있어요... 엄청나게 큰 돼지가 한마리 들어왔는데..
전류가 약해서 기절은 안하고 움직이진 못하는 상태였는데 그냥 생으로 방혈시키더라구요.... 조류질병학 시간엔 병아리를 대상으로 피뽑는 연습과 안락사 연습을 합니다. 척수를 끊어버리거나 연수를 칼로 그어 죽이는건데요.. . 전 척수 끊어보고는 나머지 방법으론 하기가 싫던데... ㅉㅉ
실험이 끝나고 남은 수십마리의 병아리들도 이유없이 그냥 죽입니다.. 관리할 사람이 부족하고 사료값이 들고 얘네들이 커지면 사체처리비가 엄청나기 때문이겠지요....
내과 시간엔.. 참 아이러니하게도 보신탕용 개를 빌려다가 실습했습니다. 피좀 많이 뽑고 주사 여러대 맞고 뼈를 뚫어 골수를 채취하는것도 견딜만큼 크고 사람들 무서워하고 순하고 그래서요.. 하루종일 온갖 실습 다 당하죠.... 약 먹이는 것부터 경정맥 채혈, 앞다리에서 채혈, 일부러 피 내놓고 지혈시간 측정, 요도카테터 삽입, 관장까지.. 결막에다가도 주사기를 찌릅니다.. 그 순한 것들은 깽깽거리지도 않네요... 얼마나 맞았었는지 원....
외과 시간... 실습은 무조건 수술입니다. 외과 실험실의 개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실습할 학생은 많죠..
제가 데려다가 안락사시킨 겨울이는... (예.. 그래서 제 대화명은 겨울이입니다. 죽을때까지 잊지 않을꺼에요..) 누가 학교 병원에 실험용으로 기증한 믹스견이었습니다. 2달동안 수술을 5번 받았더라구요..
제가 수술하고 1주일 뒤에 또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있는 애였습니다.. 아주 미쳐버리겠더라구요...
어떻게 그렇게 이쁘고 영리한 애를 병원에 기증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 기증이지 그건 버린거죠! 망할...) 수술을 하도 해서 몸의 털이 반쯤 없고 아직도 여기저기 실이 삐져나와 있던데요.. 화장실 갈때도 너무 너무 아파하는 애였습니다.. 애가 커서 아파트에서는 못키우고 수술하도 해서 여기저기 칼 자국에 실밥까지 있는 애를 누가 입양할리도 만무하고..
안구 적출술을 받고 평생 어두컴컴하게 사는 개.. 일부러 각막을 칼로 긁어 손상시키고 회복 정도를 보는 개.. 파보를 일부러 감염시키고 비글 새끼들을 다 죽여버리는 일... 이건.. 새끼를 처리하기가 곤란해서 그랬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방사선 시간도 좀 그렇습니다... 방사선 실습견들은 다른 수술도 받은 애들이에요.. 방사선 시간엔 무조건 굶깁니다.. 그래야 잘 보이니까요.. 1주일에 거의 2일을 굶는거에요.. 1년 내내.. 비참하죠... 실습 전날 굶기고.. 실습 하루종일 하니깐 이틀 굶는거죠... 쓸모없어진 군견들도 옵니다. 경찰견인지 군견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셰퍼드 였어요. 그 늠름하고 용맹한 군견들이 우리 앞에서 무서워서 꼬리를 내리고... 온갖 수술을 받은 후.. 안락사 당하지요.. 수술하기 전날은 무조건 굶깁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준 군견들은... 배고픔을 겪은 후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죽어요.. 얘네들은 노년에 호강시켜줘야 되는거 아닐까요... 어떻게 실험하라고 대학병원에 보내버리는지...
저는 실험동물들이 단 한번의 실습만 받고 안락사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사체처리비가 엄청나서 아마.. 꿈같은 얘기겠지요..) 실제로 유기견도 입양이 이렇게 안되는데 실험견은 더 힘들테니까요.. 게다가 얘네는 평생 목욕도 안해봐서 온갖 기생충에 곰팡이에 감염되어 있고.. 사람이 발톱도 못깎게 합니다. 사람 손이 닿으면 무조건 아팠던 애들이니까요.. 이런 불쌍한 실험동물들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평생 살다가 갑니다. 침대나 따뜻한 방바닥에서 大자로 뻗어자는 우리들의 애완견과 달리 몸을 쭉 펴고 잘 수도, 서있을 수도 없는 공간에서.. 살다가 죽어갑니다. 케이지에서 나오면 아픈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는걸 뻔히 알텐데도 케이지에서 나오면 너무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실험실이며 복도를 돌아다닙니다. 진짜 불쌍합니다.... 실험동물들의 복지도 생각해주세요.. 실험동물들은 유기견보다 더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복사하셔서 많이 뿌려주세요 ㅠㅠ.....흑 사진이 굉장히 많았지만 다른 건 너무 무서워서 차마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휴...... 정말 가엾네요.ㅜㅜㅠㅠ (비글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많이 버려지는데 사람을 굉장히 좋아해서 누구라도 믿고 따르는 순한 성품, 순수도가 높아서 개견차가 적다는 이유 때문에 실험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생물 중에 사람들이 가장 무섭습니다.. 인간이 동물보다 지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을 뺏고, 그들을 고통 속에서 죽게 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닌가요? 사람을 위해서 동물실험을 하는 거라면 적어도 그 죽음만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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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실험실에 들어서자 마자 실험대 위에 있는 비글 두 마리가 눈에 띤다.
정말 얌전하다. 꼼짝도 안한다. 마네킹인듯..
첨엔 주사놓는 실습이다.
피하주사 근육주사 다들 돌아가면서 한번씩 놓는다.
근데 이녀석 여러사람이 바늘로 찔러대도
찍소리 한번도 안하고 움찔하지도 않는다.
정말 신기하다. 20번은 더 찔렸을텐데,
그 다음엔 혈관찾아 피뽑는거,
털이 있어서 혈관찾기가 정말 어렵다.
발에서 찾아본다.
혈관을 찾아도 혈관이 도망가서 제대로 찌르기가 어렵다.
계속 찌른다.
결국 찾았다... 피가 뚝뚝흐른다.
다른 개는 찾다 찾다 못해서 목에서 찾는다.
정말 계속 찔린다.
사람들 말로는 비글이 아픔을 덜 느껴서 실험견으로 쓴다고 한다.
하지만 아픔을 못느끼는 생물도 있을까? 저렇게 바늘로 질러대는데?
찍소리 한번 안하는게 정말 용하다.
우리강아지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거다.
연습을 할수록 앞발이 피투성이가 되간다.
이 녀석 물끄러미 자기 발을 응시하더니 피범벅이된 발을 무심히 핥는다.
그 모습이 지금껏 잊쳐지지 않는다.
그게 끝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개들은 이미 수술을 많이 받아서 안락사 시킬 애들..
결국.. 죽을 애들..
안락사 전에 실습을 하려고 했던 거라고...
좀 이따 다른 개 한마리가 더 왔다
그 개는 수술대에 올려 놓자 부들부들 떨다가 실험대 위에서 뛰어 내리곤
실험실 구석에 앉아 벌벌 떤다..
자기가 죽을껄 아는걸까?
혈관에 마취약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녀석은 마취약이 들어가면서 슬슬 쓰러져 가는데도
앞에 서있는 사람한테 마지막까지 꼬리를 흔든다.
멀쩡한 위 찢어서 꼬매고..
가지가지 안받아본 수술이 없는데도..
왜 마지막까지 꼬리를 흔드는지....
개의 앞발이랑 뒷발을 묶어서 배가 위로 오게 보정하고
배가 열렸다.
수술을 많이 받아서 배가 협착이 되어서 잘 열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에서 개가 마취에서 깨어났는지 울기 시작했다.
그냥 개가 우는 소리가 아닌
사람들이 정말 아파 내는 신음소리 같은 비명
"아~아~"
주사마취는 약이 충분히 들어가도 깰수 있다고...
개는 계속 그렇게 울더니 자기 앞발을 묶은 줄을 씹었다.
배가 열린채로.
의식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내눈에선 마구 눈물이 쏟아졌다.
안락사 시키는 것까지는 보지 못하고 나왔다.
들어올 때 동물실험에 대해 각오는 했지만
실제로 봤을때의 충격이란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을 방황했다.
계속 그 개 우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다.
제사상 같이 사료 담아 놓고 촛불 켜놓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든 생각은
"난 정말 이 과정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멀쩡한 개한테 상처를 내고 수술을 하고
마취에서 깨서 멍한 눈으로 날 응시할 개를 볼 자신이 없다.
아무리 나중에 수의사가 되어서 동물을 고친다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많은 동물을 살리면 된다지만
상황을 바꿔보면..
사람을 많이 죽인 다음 명의가 되었다면 괜찮다는말?
차라리 나중에 돈많이 벌어서
유기견 센터 후원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