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모델이라고 아시나요
그 일 해서 밥 벌어먹고 삽니다
작년 늦가을 쯤인가요
행사장서 열심히 일하는데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말을 걸더군요
그게 인연이 되어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졌고 오늘 첫 잠자리를 가질 뻔 했었습니다
아토피로 오래 고생한거 다 밝혔고
때문에 자잘한 흉터가 많다는것도 미리 말했고
여자로써 자신감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일에도 제약이 많아요)
그럴때마다 날 달랬던 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상처에 대한 이해는 커녕
그저 어떻게든 침대한번 데려가 보려고
쇼한거였네요
이해해달라고 칭얼댄적 없었고
자신없음 다른 여자 만나라고도 수차례 말했지만
먼저 옆에 붙어있겠다 한건 항상 그놈이었습니다
그래놓고 오늘 기어코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네요
피부질환은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요
전 피부가 접히는 부분 (팔꿈치안쪽,무릎뒤쪽)
보다는 속옷 이 닿는 부분이 예민합니다
그나마 이젠 성인이고 관리를 하니
목욕탕에 가도 별소리 안들을 정도로
괜찮아졌지만 흉터는 아직 남아있어요
그걸 보더니 표정이 순간 싹 변하면서
"나 못하겠다 미안" 이러더군요
제가 어리둥절해 있는데 거기다 대고
2연타로 날리는 말이..
"네 피부, 너무 더러워서 하기가 싫어졌어.
봐봐 죽었잖아 "
귀를 의심했어요
제게 있어서 피부만큼 민감하고 아픈 부분은 또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간이
'더럽다'는 표현을 쓰면서 제 모습 때문에
지 거기가 죽었답니다
너무 놀라 어버버 하고 있는 제게
3연타로 "얼굴 반반해서 공들였는데..짜증나게"
라는 말을 뱉더니 마치 진짜 더러운것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절 위아래로 몇번 훑더라구요
순간 눈이 뒤집어졌어요
그렇지만 욕은 안나오더군요
사람이 너무 화가나면 오히려 냉정해진다는
말이 진짜였나봐요
그대로 일어나 옷입고 그놈 화장실서 씻고있는
사이 옷가지랑 가방 핸드폰 싹다 한곳에 모아놓고
냉장고에서 각종 음료수들 꺼내서 위에
부었습니다
피자시켜먹어서 콜라 페트로도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부었네요
그러고 바로 나와 모텔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방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구요
하지만 나오진 않더라구요
입고 나올게 없으니 못나온거겠죠
당당하게 혼자 모텔 나와서 택시잡으려고
큰 길가를 걷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내 상처에 대해 저딴식으로 밖에 말 못하고
내 아픔에 대해 그딴식으로 밖에 생각 못한
저딴 놈을 단 한순간이나마 좋아해서
모든걸 주려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고
경멸스러워요
피부가 좋은여자 좋아하는거 당연해요
피부나쁜 여자 싫어할수도 있죠
근데 저렇게 밖에 말 못할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제 욕심인건가요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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