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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15815
    작성자 : 문명탐구자
    추천 : 2
    조회수 : 849
    IP : 121.173.***.24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9/08 16:07:37
    http://todayhumor.com/?phil_15815 모바일
    고 마광수 선생 장례식장에 다녀와서.1.
    옵션
    • 창작글
    1. Mission impossible in part, Mission partially completed but Mission will continue
     
     
    2004년 소설 인간 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 선생이 운영하는 한 사이트에서 조국과 민족이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여쭤본 적이 있다. 당신께선 대발해 집필로 바쁘다며 김 선생이 소개해 준 인물이 바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으로, 선생 자신은 천주교 신자이나 종교를 초월해 정신적 의지처로 스승으로 삼고 계시다며 나에게도 한번 만나볼 것을 권유함과 동시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깨달음의 장을 직접 체험해 볼 것을 권유한 바 있다. 나는 김 선생 이름을 팔아 2006년 1월 경 서울 정토 법당에서 법륜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 그 때도 마찬가지로 법륜이 내게 직접 깨달음의 장에 참여해 볼 것을 권유했으나, 나는 지금까지도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지 않고 있다. 당시 스스로 일가를 이미 이뤘다는 자만심과 교만, 아집 등에 푹 빠져있던 나는 남에게 배웠다. 남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누구 누구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는 소리를 정말 끔찍하게도 듣기가 싫을 정도로 콧대가 높았고 기준이 하늘 끝에 닿아있었다. 다만, "유수 스님이라고 제자 스님이 한 분 계시는데, 인터넷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다가 되려 병에 걸리셨답니다. 그러니 조건과 상황에 연연하지 마시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해 큰 뜻을 품고 사회 운동을 하는 그 자체로 이미 보살이니, 그 과정을 즐기시라."는 조언은 내 평생의 금과옥조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 가운데 유물론를 대표하는 이가 바로 고 마광수 선생이다. 10대 시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나르찌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싯타르타, 페터 카멘진트 등에 흠뻑 빠진 적 있던 극단적 정신주의자였던 내가 마광수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12월이었고, 당시 소개자는 이외수 선생이었다. 그 때 소개받은 인사로는 고 가수 이남이 선생, 개그맨 전유성 선생, 이목일 화백, 마광수 선생,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 등이었고 이 중에서 실제로 만나본 문화예술계 인사는 마광수 선생과 이목일 화백이다. 
     
     
    문화예술계 인사 중 대표적 의리파, 행동파로 통하는 이목일 화백이 함양 출신이고 또, 이외수 선생도 함양 출신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동생 형 하는 사이다. 마광수 선생이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 되었을 때 이목일 화백이 주도하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항의시위도 하고 탄원도 했었다고 한다. 이 때의 인연으로 이목일 화백과  마광수 선생, 마광수 선생과 이외수 선생이 서로 연결된 게 아닌가 한다. 참고로 마광수 선생은 화천 출신이다.
     
     
    2005년 12월 대학로 민들레 영토에서 내가 위원장으로 있던 어느 모임에 마선생께서 몸소 직접 참여해 주셨다. "대학로에 도착했어요. 어디 계세요?" 라는 마 선생의 가냘픈 목소리를 휴대폰 너머로 듣고는 나는 마 선생을 마중나갔다. 그리고 그 때 내가 목격한 광경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지나다니는 대학로 한 켠에서 마 선생은 길 잃은 영혼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그렇다. 상처 입은 영혼!!! 이것이야  말로 그 때 그 찰라에 마광수 선생에 관해 내 뇌리에 떠오른 그 무엇이다. 이렇게나 정신적으로도 허약하고 문약한 사람이 대체 어떻게 그러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나는 내심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는 마 선생에 대해 한 인간된 자로서 깊은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당시 그 순간에 발견한 것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인물이 가진 엄청난 용기 그 자체였다. 이 의외성에 나는 반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2년간 집중적으로 지속된 <가상 현실>과 <이혼> 등을 겪고 만신창이가 되어 거의 죽다 살아난 나는 이미 가문의 골치거리 내지 역적이 되어 있었고, 마광수 선생은 차디찬 주검이 되어 있었다. 
     
     
    2017년 9월 6일 저녁 순천향병원 장례식 장에 도착한 나는 나를 소개할 다른 말이 없어 이목일 화백이 도착했는지 여부를 마선생의 가족분께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잘 모르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봉투를 달라고 청하고는 건네주신 봉투에 이름 석자를 악필로 적고는 준비해간 현금을 넣었다. 본래는 전재산 282 만원 중 100만원을 인출하려다가 어머니께 걸려서 후원금 자체도 일절 끊겠다는 엄포를 듣고서야 10만원만 내게 되었던 거다.
     
     
    조문을 하고 유족분들께 예를 드리고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접객실 안에 들어서 주변을 대충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속으로 욕지기가 터져나왔다. 정말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발 동동 구르며,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라는 원성, 원망까지 들으며 가족들 눈 밖에 나지 않게끔 조심 조심해서 또,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겨우 도착했건만 내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많은 분들이 이미 그곳에 계셨던 거다. 
     
     
    "아니, 늘 외롭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시더니?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뭐람?"
     
     
    속으로 투덜거리며 아무도 앉지 않은 탁자에 앉은 나는 식사는 되었고 맥주를 달라고 부탁드렸다. 얼마나 맥주를 들이켰을까?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니 끊었던 담배가 몹시 땡겼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년 여간의 금연이 성공하려고 그랬는지, 마 선생과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도 끝내 담배는 태우지 않을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성 두 분이 내가 앉은 탁자로 와서 자리했다. 내 앞에 앉은 분은 마 선생의 대학원 제자라고 하였기에 내 옆에 앉은 여성 또한 그러려니 하고 지극히 내 기준에서 마음 편히 지레짐작하였다.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옆에 앉은 여성이 명함과 수첩을 꺼내는게 아닌가? 대개 이런 경우 내 경험상 기자일 확률이 높았다. 뉴스라는 것 까지만 보고 뉴시스인가? 하고 내심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나를 알아준 분 가운데는 실미도 기획 취재로 유명한 김명수 선생이 계시기 때문이요, 김 선생께서 뉴시스에 편집위원으로 계시기 때문이다. 옆 좌석에 앉은 기자를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과정에서 기자의 소속이 결국 밝혀졌다. 뉴스1 소속이었다. 이름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유족 분들이 귀가하시는 것을 본 후, 뒷풀이에는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뉴스1 기사를 찾아보았다. 앞에 앉은 여성은 내 고향에서 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한 누님과 인상, 관상, 아우라, 친화력 등이 비슷해 어쩐지 호감이 갔고 옆에 앉은 기자는 조신해 보이는데다 말도 조용조용, 조단조단 하는 터라 내 친누님과 같아 보여 또 호감이 갔다.
     
    "마 선생님과는 어떤 사이세요? 연대 출신 제자이신가요?"
     
    앞에 앉은 여성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회적 관계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 좌석 여성이 물었다.
     
    "뭐 하는 분이세요?"
     
    솔직하게 대답했다.
     
    "백수입니다."
     
    마 선생, 신석균 선배 등 선견 지명 있는 인사들과 함께 준비하던 프로젝트나 내 일에 관해 섣불리 곧이곧대로 대답했다가는 끝도 없는 질문 공세에 처하기가 십상인지라 나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 솔직하게 (몸이 좋지 않아) 현재로서는 백수.라는 기준에서 백수라고 대답했다.
     
    제자는 아니지만 고인과 가깝게 지냈다는 한 조문객은 "2005년에 처음 뵈었는데 너무 순수하셨다.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마음 속으로 지지했다"면서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사회가 본보기 삼아 마 교수를 핍박한 것 아니냐"고 했다.
     
    라고 권영미 기자가 쓴 뉴스1 기사에 "백수" 아닌 "조문객"으로 나 및 내 발언이 기록되어 있었다. 비로소 나는 옆좌석 여성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좌석 여성은
     
    한 대학원 제자는 "'즐거운 사라' 때문에 선생님이 한복 입고 줄에 묶여 재판받으시는 모습을 참관했었다"면서 "화가 날법한데도 분노나 조롱의 느낌이 전혀 없이 시종일관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라고 깍듯이 했다. '정말 선비같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마광수 선생의 장례식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7/09/08 17:31:40  117.111.***.78  미도리  757535
    [2] 2017/09/09 02:15:08  175.208.***.195  Phil  560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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