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시작을해야될지 모르겠어요.
오늘 20년을 저희 가족곁에 있어준 작은 강아지 해돌이가 가족곁을 떠났습니다.
20년 노령견으로 엉덩이엔 종양 하체마비로 힘겨워하던 해돌이가 어제부터 밥을 먹지 못했고,
결국 오늘 아침 저희 가족곁을 떠났네요
종양과 하체마비가 8개월전부터 서서히 진행됐고, 20살이라는 나이라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안락사를 권하셨어요. 더 힘들어지기전에 편하게 보내주는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는데,
머리는 그게 맞는건가 싶은데 해돌이가 식욕은 왕성했어요. 누워있어도 밥 시간이되면 낑낑거리고 밥도 아주 잘먹구요.
그것 하나때문에 도저히 안락사 결정을 못했었습니다. 살고싶다고 살아보겠다고 하는것 같아서요.
가족들이 돌아가며 기저귀를 갈아주고 엉덩이를 힛겨주고 약을바르고, 한번씩 불안한듯이 아픈듯이 울면 자다가 새벽이라도 벌떡일어나 온몸을 주물러주며, 그렇게 8개월을 버텨줬어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8개월전까진 정말건강하고 뛰어다니던 작은강아지가 8개월동안 급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졌어요.
동생, 엄마와 거의 매일 얘기를 나눴어요.
우리 이기심으로 붙잡고 있는건 아닌가 정말 아프고 괴로운데 표현을 못하는건 아닌가.. 안락사를 하는게 맞는것인가.. 그런데 도저히 답이 안났습니다.
해돌이가 살고 싶어해서요. 아픈 8개월동안도 밥을 정말 잘먹고 간식도 먹고 싶어서 달라고 끙끙댔었거든요, 그모습을 보면.. 정말 안락사는 못하겠더라구요.. 딱 이번년도 까지만. 딱 이번 봄 까지만. 딱 한달만.. 더버텨주라. 하고 바라게 되더라구요.
그런 해돌이가 어제부터 밥을 거부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해줄수있는거 없대요. 엉덩이 수술도 시도는 할수있지만 의사로써 해줄수는 있지만.
안 권하고 싶으시데요 .. 수술하는도중 작별 인사도 없이 죽을가능성이 크데요. 해줄수 있으신게 없냐고 여쭤봤더니. 노령견이라 항생제도 진통제도 듣지 않을꺼래요. 여태까지 버텨준게 대견하다 하십니다.
오늘아침 엄마가 출근하시기전 해돌이 씻겨주고 기저귀를 채우려는데 해돌이가 힘없이 축늘어져서 이상한 마음에 해돌아. 부르셨대요. 그러니 깊은한숨을 길게 쉬더래요 그런다음 눈도 다시 깜빡이지 않더래요 더이상 움직이지도 않더래요. 엄마가 부랴부랴 울면서 저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죽은것 같다고.
그얘기듣고 지방에있던 저는 바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빨리 들려줘야 할얘기가 있어서요.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고생했다고
끝까지 우리가족 곁에 있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사랑한다.
먼저가서 기다리고 있어.
누나가 나중에 거기가게 되면 꼭 마중나와
그때는 뛰어서 와줘 건강한 모습으로.
나중에 누나 꼭 데리러와..
말해줬어요. 온기가 완전히 사라지기전에 말해주고 싶어서 허겁지겁 달려가서 말해줬어요.
옛날에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나서요.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전에 한두시간은 주인이 걱정이되서 곁에 머무른다는 얘기가 잊혀지지 않아서요.
동물장례식장에 동생과 함께가서 마지막 모습을 함께 지켜봐주고, 유골을 받아왔습니다.
한동안은 아침에 눈을 뜨거나 잠들기전 오늘 하루를 정리할때, 오늘처럼 또 펑펑울지도 모르겠어요.
기억속에서 항상 해돌이는
저희가족 곁에 처음 왔던 그모습으로 항상 저 멀리서 뛰어 오는것 같아서요. 반갑다고 왕왕 짖으면서요.
해돌이가 말을 할수있었으면 참 좋았을것 같아요.
그럼 묻고 싶은게 있어서요.
해돌아.. 우리가족 곁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
아플때 우리가 놓아주지 못해서 원망스러웠어?
혼자 무지개다리 잘건너갈수 있겠어?
넌 아주아주 똑똑한 우리강아지였으니까 길 잘찾을수 있겠지?
잘가.. 이제아프지말고
아주아주 예쁜 우리막내 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