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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파워포인트를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린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화면구성에서 내가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조차 몰랐던 어리둥절함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아래아 한글이나 워드패드 따위 정도나 겪어봤던 본인에게는 생전 처음보는 인터페이스, 로터스1-2-3나 엑셀 만큼의 기괴함은 아니었지만, 대체 파워포인트가 무엇이며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번 만져보곤 나는 파워포인트가 세상에 몰고 올 소소한 혁명에 대해서 조금은 예측 할 수 있었다.
PPT는 액티비티한 화면 구성이 가능했으며, 약간의 프로그래밍을 통하여 다양한 화면 연출이 가능했다.
마음만 먹으면 애니메이션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중학교 시절 PPT로 애니메이션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펜티엄2 셀러론200Mhz, 128MB RAM, 리바 128 글픽을 가지고 수천장의 방대하고 복잡한 화면 연출의 애니메이션을 돌리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다.
그런데 불과 20년 만에 드디어 우리는 신의 영역이라 불리우는 파워포인트-애니메이션-레벨에 도달한 <KIMCHIMAN WARRIOR>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나게 된다.
56.6Kbps 모뎀에서 기가급 랜카드 인프라로, 그 당시 즐겼던 피파99, 거기서 능력치가 가장 좋았던 레전드 선수들이 모조리 은퇴해버린 오늘날.
5,000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김치민족의 혼이 담긴 김치를 의인화 하여, 최첨단 애니메이트 작업환경을 외면하고 오로지 순수 ppt 장인정신과 김치 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우국충정의 애국심으로 완전무장한 그 위대한 걸작이 월드-와이드로 김치의 위상을 드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순간 최대 8fps의 경제적이고 절제된 영상미 만으로, 모든 내용을 이해 할 수 있을 만큼 이 만화영화는 세계속에서 위대한 한민족의 혼과 정, 그 아름다움을 간결한 멋으로 표현해 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쾌하게 가능한 것을, 왜 디즈니는 24fps를 고집하며 어리석게도 리소스를 낭비해 왔고, 만화 왕국이라 자부하는 일본인들 조차도 고작 15fps 가지고 자신들의 경제성과 양산력에 대해 오만방자 했는가 말이다. 그들이 종이 100장으로 하는 일을, <김치 워리어>는 평균 10장 정도로 실현했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거의 노벨 경제학상과 더불어 나무 소비, 에너지 낭비, 탄소 배출을 줄인 공로를 인정하여, 환경영웅상까지도 노려볼만하다는 견해이다.
단순함과 직진성, 굽히지 않음, 라이브-앵글에서 우리는 가정식 백반스런 반찬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 한민족의 굽히지 않는 잡초같은 오뚜기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역동적인 오브제들의 현란한 움직임들과 미학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디자인된 KIMCHI-MAN과 GOCHU-GIRL, 마치 파피에 콜레 스타일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각종 실사 이미지들, FRACTAL STRUCKTURE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김치의 유구한 역사와 그 역사를 함께 해온 한반도인들의 김치에 대한 GLUTTONY, OBSESS, PRIDE가 그 자체로 단순 2D의 한정된 영역을 넘어서 공간의 한계를 두드리며 화려함의 멋으로 표현된다.
<김치전사>는 과거 인터넷을 풍미했던 인디 애니메이션 문화였던 <졸라맨>이나 <오인용>시리즈물과의 단순비교는 조금 곤란하다.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구현케 해주었던 플래시 기술을 사용했던 과거의 인터넷 만화와는 다르게, 순수한 ppt의 느낌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첫째 장인요소이고.
김치의 식품영양학적 위대함을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그릇이 남다른 대의명분이 바로 그 두번째이다.
그리고 작품 총체적으로 사용된 예술적인 기법과 미학적, 기하학적, 공간적 연출등에서의 월등함이 세번째이며.
이 작품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만드는 단단한 프로페셔널 정신으로 무장한 헐리우드 특급 배우들의 성우 열연까지 꽊꽊 채워져 있다.
그들이 녹음을 하면서 이 만화에 대해서 어떠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을리가 없지만, 이내 그들은 위대한 김치, 그리고 연출가의 예술적인 파워 역량에 매료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 모든 컴퓨터에서 ppt파일 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한 낮은 접근 수준으로 저부하를 일으키며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
본인은 맹목적으로 이 만화영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사우스 파크>같은 종이짝 애니메이션 처럼 이 만화 또한 위대하다.
모든 오브제의 애니메이트 디렉션이 단순하게도 8개의 방위로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명백히 치밀하게 구성된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김치맨의 로마자 표기법 조차도 철저하게 완벽한 고증을 통하여 작명되었다는 것에서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강영만 같은 세기의 아티스트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에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며, 오늘 저녁 밥상, 그리고 내일 아침 밥상에도 오를 원산지 모를 김치들에게 한 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 어떤 질병이라도 모조리 힐링 할 것 같은 위대한 김치!
어릴적, 아버지는 항상 끼니마다 내게 말하셨었다.
"김치 쳐먹어!!"
"김치!!! 김치!!!! 김치!!!!!!!!!!!!!!!"
'김칫 국물은 비타민!!, 유산균 10억마리!!"
나는 얼이 빠진듯이 뭔 맛인지도 모를 쉰 김치를 입에 우걱우걱 쑤셔넣고 있었는데, 그 무아지경에도 나는 건강함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괜히 엄한 아버지만 원망했던 철 없는 시절이 있었다.
본가에 가면 김치 냉장고 3대가 풀가동되며, 다 먹어버리지도 못할 김장 김치를 사시사철 최적의 온도로 보존시키고 있다.
그 곳에는 정부의 지침 따위나 누진세, 심지어 블랙아웃 조차 안중에도 없다.
오직, 반만년 한반도 김치일족의 숭고한 '얼', 누진세나 에너지 부족은 결코 5,000만 김치워리어, 고추걸들의 매콤한 열정을 희석 시킬 수 없을 것이다.
김치의 과학적 위대함이 밝혀지기 수십년 전에도 어떻게 우리 슬기로운 조상님들은 김치를 담궈 먹을 생각을 다 했는지 정말 놀라울 뿐이다.
구식의 유산균 발효과학이 오늘날에도 전세계인들에게 그 위대함을 칭송 받는것은, 김치 그것은 전세계인들의 보물이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김치테마파크를 전국8도에 설치하여, 김치를 찾아오는 전세계인들의 입에 김치를 쑤셔넣은채로...
THIS IS KIMCHI!!! DO YOU KNOW 깍뚜기?!! 하면서, 자매품 깍뚜기까지 세계화 하여야 할 것이다.
김치찌개, 김치국, 물김치, 짠지, 김치전, 오이 김치...
오직 김치만으로 이루어진 파워 김치 식단, 한달 중 90끼니를 김치로 채우는 것은 단순히 김치 매니아, 김치 프로페셔널 이라는 칭호만으론 부족하다.
식문화적인 김치 강행군으로 파김치가 될 때까지 김치만을 고수하는 것, 마치 김치교라도 되는 것처럼, 갓김치님과 신김치님을 향한 토테미즘.
위대한 김치를 숭배하라!!
장독대에 계신 김치 님이시여! 그 이름이 매콤새콤 빛나시며!!
김치국이 오시며! 김치의 뜻이 딤채에서와 같이 지펠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레시피를 주시고!!
우리가 양놈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정크푸드에서 구하소서!!
AS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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