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때는 별로 공부하지 않고도 전교 1등, 대학때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살았습니다.
머리가 좋은 편이라 노력해서 열심히 뭘 한 적도 없이 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어요.
학교에서는 친구도 많고 성격도 원만하고, 딱히 부족함이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이런 저런 문제로 계속 다니던 곳을 그만두기를 반복.
지금도 다시 쉬게 된지 한달정도 되었는데 다시 사회에 나가 도저히 남들처럼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자신이 전혀 없네요.
힘내라, 적응할 수 있을거란 말은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마치 저한테 100미터를 10초내로 뛰라면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불가능한 것처럼,
저에게는 사회생활, 보다 구체적으로는 회사를 다니는 생활이 상상도 되지 않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만큼 싫습니다.
흔히들 헬조선이라고 하는 시스템의 희망 없는 미래, 과도한 노동에 비해 터무니없는 대가(대비 물가!), 경직된 문화, 각종 비합리성.. 그리고 개저씨들!
저만 힘든거 아닌 건 너무 잘 알지만 전 정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딱히 다른 살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가정환경은 흙수저라고 까지는 못해도 엇비슷하네요.
(수년 전 집이 제일 힘들때는 실제로 차상위계층이었어요..)
어릴땐 과장해서 천재소리까지 들어가며 밝고 똘똘했는데, 사회에 나온 지 몇 년만에 아무 생각 없는 좀비가 되었네요.
간헐적이지만 신경정신과에서 약도 몇번 타먹어 봤는데 별 도움은 안됐네요.
늘 좋아하던 책, 영화, 게임, 음악.. 이제 그 아무 것에도 흥미를 못느껴요.
심지어 올해들어서는 말할 때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날때가 날 때보다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머리가 나빠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한때 멘사 가입가능한 아이큐로 진단받은적도 있었고, 특히 어휘력은 늘 뛰어났었는데..
지금은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전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자만하거나 "왜 이렇게 잘난 나를 알아주지 않는거야.." 수준의 유아적인 푸념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스스로 생각해봐도 제가 무엇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속된 말로 "노오오오오오오력" 이라고 하듯이, 과도하게 노력하는 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필수조건인 것이 정상은 아니지 않나요?
저 많이 노력 안 했다고는 했지만, 회사에서 일을 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거나 규칙을 어기거나, 시간을 못지키거나, 불성실했던 적은 없어요.
실제로 제가 그만둔 뒤 실무를 같이했던 사람들로부터 너만한 애 없더라는 얘기도 두 번 이상 들었구요.
그런데 저는 뭐가 이렇게 괴로운 걸까요?
제가 하는 노력과 이 사회가 원하는 노력의 방향이 다른건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갑니다만,
멍청해지고 있으니 스쳐가고만 있네요.
혼자 매일같이 이런 시간에 괴로워 하기만 할 뿐, 능동적으로 대처할만한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네요.
솔직히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부모님(도 한 분밖에 없지만) 아니면 죽어도(제가 사라져도) 저는 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절대 그런일은 하지 않겠지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리한 위로는 하지 않으셔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