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녁때였고 저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두 분이 절 잡더군요.
한 여자분께서 길 묻기에 대답해드리고 제 갈 길 가려는데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냐며.. 자기가 이런 얘긴 아무한테나 안 하는데 정말 아까워서 말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비유하자면 전 굉장히 좋은 자동차인데 기름이 없어서 안 되는 상태라고. 그리고 그 기름은 조상님 공덕이라고.
조상을 위해 제를 올려보는게 어떻겠느냐.. 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굉장히 큰 그릇인데 그래서 조상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그분들이 좋은 곳에 못 가셔서 제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라고 그러더군요.
저는 행시 떨어지고 9급에 붙은 케이스입니다. 부모님 건강도 걱정되고 언니와 동생은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미처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조카와 오빠도 있고요. 그래서 그 권유대로 했습니다. 상 차리고 이름 태우고 절을 하고 기도하는 게 전부였지만 마음은 확실히 안정되더군요. 그냥 이건 속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일기도를 드리는게 어떻겠느냐 하는 권유를 받으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비유하자면 조상님들이 좋은 집에는 갔는데 세간살이가 없는 상태라, 기도를 들려서 세간살이를 차려드리는 거라고 하더군요.
거리가 있고 평일에는 출퇴근으로 바쁜터라 주말에 잠깐잠깐 들르기로 했습니다.
기도하고 몇 번 얘기 듣고.. 그런 식으로요.
그런데 요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불교는 인과와 고통에서 벗어나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처는 네 마음 속에 있는 거다.. 는 얘기도요. 그래서 누구나 해탈할 수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그분들은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집 근처 절 다니면 안 되냐니까 연등불, 석가불, 미륵불이 있는데 저는 미륵불에게 빌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미륵불 모시는 곳은 별로 안 된다. 그러니 여기 와야 한다고.
쌀이며 치약, 비누, 이런 걸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 그만큼 가족들의 인과가 씻긴다고요.
절 옮기는 공사를 한다.(그 때 그분들이 머무는 곳을 옮기는 공사를 했습니다.) 자주 없는 큰 기회다. 와서 도와라. 얼마라도 내면 큰 복이 될 거다. (돈이 없으니까 과일 같은 거 사드리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그것보다는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좋다.
돈이 없다. 이만큼밖에 못 한다...고 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번 주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불교 고사를 얘기해주는데 누가 하라는 거 안 했더니 벌을 받았다. 는 얘기였어요.
제가 섬뜩해서 그 분 눈을 보니까 새까맣더군요.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호의와 선의를 의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의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도심의 절이래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일반 건축물 2층입니다. 겉보기에는 절인 걸 모르고요.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고 절 사진, 미륵불 사진만 몇 장 걸려 있습니다.) 왜 다른 말을 하는 거죠?
미륵불을 모신다면서 왜 조상님을 잘 모셔라, 고만 하죠?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가 없네요. 기분이 점점 찜찜해지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틀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