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 중에 잠도 안 오고 속도 타서 글을 씁니다.
현재 서울 거주 중인 전라도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경상도 사람들한테 온갖 차별과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왔습니다.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 제가 이렇게 상처받을 거란 걸 알고나 있을까요?
저희 부모님은 경상도 사람에 대해 나쁜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세요.
그러니 차별받는 것이나 그들이 저에게 가하는 인신공격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이렇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거겠죠..
처음은 아는 경상도 오빠한테 별 얘기 안 했다가 갑자기 전라디언 년들은 다 그모양이냐? 소리를 들었는데 그 때는 지금처럼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아서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일베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모욕적인 언사더군요.
전라디언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제 출신 지역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억양임을 알아 들었어요.
그 때 일 이후로 그 인간 얼굴도 안 봤지만 그 때 그 기억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네요.
그래도 그 때 까지는 그냥 그 경상도 놈(...)이 좀 정신병자 같은 놈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경상도 사람들을 접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경상도 사람들의 전라도 차별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나는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다니던 모임에서 다른 사람(전라도 분이십니다)이 실수한 일로 제가 듣는 데서 이래서 전라도 사람들을 안 돼.
이건희도 그래서 삼성에 전라도 사람들 안 쓰는 거다 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경상도 아저씨와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제가 졸업한 대학(지방 대학입니다)을 얘기하자 전라도 대학은
모두 똥통 대학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구요.
학원을 다니면서 같이 스터디를 하게 되었었는데 경상도 사람인 조장이 가끔 제가 얘기할 때마다 전라도 사람들은 다 그러냐?
라고 깐죽대면서 얘기하길래 말대꾸를 하려 했더니 금새 다른 주제로 돌려버리더군요.
사실 이런 건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당한 일과 그 인간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얼마 안 가 그 스터디도 그만 뒀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비참한 기분이 들어요.
내가 이 사람들한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는데 이 사람들은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면서 상처를 줄까.
제가 저 사람들한테 욕을 하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그냥 제가 전라도 사람이고 그들은 경상도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저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에 비수를 꽂습니다.
오유 글을 읽다보면 나이드신 분들이 그런다. 젊은 사람들은 많이 깨어있다. 이러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주 접하는 대상이 젊은 층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한테 상처받을 때가 더 많아요.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맞아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가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같은 나라 사람에게 차별받는데 그 이유가 내가 한 잘못이 아니라 나의 출신지역에 있습니다. 이게 인종차별과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요.
당하는 사람은 정말 어이가 없고 무기력하고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제 잘못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요.
물론 안 그런 경상도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지만 요즘은 길 가다가 경상도 사투리만 들어도 울렁거려요.
그동안 당했던 기억들이 스물스물 올라와서요.
누군가는 제게 무슨 저런 걸로 그러냐 신경쓰지 말아라 라고 하실 테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잘 안 되네요..
안 좋은 일만 생각하게 되고 안 좋은 기억들만 곱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