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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올릴 생각을 못해서 사진이 음스므로(ㅠㅠ) 음슴체
2014.03월 초
발단
원룸 옥상에 말벌집을 발견. 말벌집은 문 바로 앞에 처마 아래에 있었음. 크기는 약 1.5센티 정도. 원래 빨래 널 때 빼고는 옥상에 가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별로 신경 안 씀.
2014.04월 말
전개
말벌집이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크기로 성장. 말벌 2마리로 늘어남. 낮에는 거의 없고, 밤에는 있으나 움직임이 없음. 옥상에 갈 일이 자주 없으므로 신경 안 씀. 그러나, 내 마음 속에 말벌에 대한 근심은 말벌집의 크기가 자라는 만큼 서서히 엄습해옴.
2014.05.03
First Contact
아침에 또 빨래를 널러 옥상에 갔다가 말벌이 옥상에서 여기 저기 날아 다니는 모습을 목격함.
안 되겠다 싶어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로 결정. 참고로 내 진공청소기는 거미, 모기, 파리 등을 빨아들인 혁혁한 전공을 세운 적이 있는 베테랑임. 오후까지 기다렸다 옥상에 가서 보니 화창한 날이라 그런지 말벌들이 출타중이라 말벌집만 덜렁 있음. 기회다 싶어서 진공청소기를 켜고 터보에 손가락을 댄 채, 말벌집을 향해 진공청소기를 향함. 순간. 뭔가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즈읍-
말벌들이 귀환한 것으로 알고 놀라 내 무한의 검, 아니 진공청소기를 떨어트림. 아, 파리였을 뿐. 하지만 내 진공청소기는 고장나 버렸다... 전우의 시신을 수습해서 집으로 귀환. 전우를 위한 소리 없는 흐느낌.
2014.05월
교감
마음의 근심이 점점 커짐. 꿈에 모든 것이 흰 세상에서 사람 크기 만한 말벌이 웅웅 울리는 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음.
-넌 누구냐-
-난 사람이다-
-넌... *즈읍* 왜 날 죽이려 하는 것이냐-
-죽이려 한다니... 넌 항상 날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내 가족을 보호할 뿐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즈읍* 나도 널 해칠 이유가 없다-
-넌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꿀벌들을 죽이며 사람을 위협하는 해충일 뿐이야!-
-(체념한 듯) 네 의견을 잘 알겠다. 그렇다면 *즈읍* 우리 다음에 또 만나게 되지 않게 바랄 뿐이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난 난, 다시는 그 옥상에 올라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014.05.24
End
없다. 양말도, 속옷도, 티셔츠도. 빨래통에 쑤셔넣고 미루어 온 빨래 때문에 입을 옷이 없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지만. 훗. 월요일에 회사는 가야 하니... 빨래를 해버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빨랫대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 이게 웬걸. 말벌은 세 마리다. 말벌집도 어른 엄지손가락 두배 정도의 크기로 자랐다.
오래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보니 말벌은 119에 전화하라고 해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긴급 상황은 아니구요. 집 옥상에 말벌집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주소가 어디신가요?-
-00구 00동 000입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긴급상황은 아니에요. 작은 말벌집이에요.-
-네, 네 알겠습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설마... 벌집 떼러 사이렌을 울리고 오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측은 틀리고 말았다. 전화 걸고 2분 안에 도착한 소방차는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동네사람들 다 나와서 소방차 구경(아마 불 났다 싶었을 것이다.) 소방차에서 나온 건 풀 기어를 장착하신 소방대원 3분. 한분은 어릴 때 곤충채집할 때 쓰던 잠자리채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촘촘하고 큰 망을, 한 분은 말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캔 두 통을, 한번은 지휘관인 듯 서류철을 들고 계셨다. 세 분은 도착하자 마자 막 뛰어서 옥상으로 감. (저기요... 긴급상황 아닌데 천천히 가셔도...)
옥상에 가서 내가 말벌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습니다.-
-치이이이익(스프레이를 뿌림과 동시에) 네-
그러자 말벌과 말벌집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수 개월동안 내 마음의 한 켠에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괴롭혀왔던 말벌과 벌집이 순식간에 죽었다. 상황 5초만에 종료.
-제가 저만한 말벌집 때문에 세 분이나 오시게 해서 죄송하네요.-
-아니요. 잘하셨습니다. 저거 그대로 두시면 더 커지니까요. 문제를 일찍 막아 주신거에요.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소방대원들 또 뛰어서 돌아가심.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꿈인가 싶었지만, 여기 저기 죽어 있는 말벌의 시체들을 보니 현실인 듯 싶었다.
결론
1. 말벌은 119에 맡기세요. 신속하고 정확합니다. 제가 전화를 건지 5분 안에 상황 종료.
2. 소방대원 간지 철철 흐릅니다.
3. 소방대원 엄청 친절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