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 어느 조용한 교실
중간고사를 치루고 있는 학생들은 머리를 싸메고서 시험지와 씨름중이다.
담당교수는 책상과 책상 사이를 휘휘 걸어다니며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이따금씩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낸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학생들을 볼때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한다.
이윽고, 교수의 눈에는 뒤쪽 구석의 한 학생에게 눈이 갔다.
기억상으론 이번에 군대를 제대하고서 복학을 한 학생이었다.
분명, 수업 진도를 따라오기 힘들어 보였고 자주 수업을 빠지거나 지각을 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생은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피며 시험지가 아닌 책상 밑을 향하여 시선을 두곤했다.
교수는 컨닝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여겼고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종이를 한 손에 숨기고 훔쳐보고 있었다.
"자네."
교수의 부름에 학생은 흠칫 놀라며 대답하였다. 교실내의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알다시피 나는 정직함을 좋아한다네. 수업에 늦어도, 결석하여도 수업 중 딴 짓을 해도 정직히 말하면 다 이해해준다네.
시험에서 반백지... 아니 백지 상태를 내더라도 정직히 하면 나는 이해한다네.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않는가.
이미 시험전에 말했다시피 컨닝같은 경우에는 내 믿음을 져버린 것으로 F를 줄 수밖에 없다네."
교수는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시험지를 걷어갔다. 교수는 믿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교수님!"
교수가 돌아서자마자 학생이 교수를 불렀다. 교수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저는 컨닝이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교실의 학생들은 일제히 소리없는 경악을 질렀다.
그 학생을 아는 사람들은 일제히 '역시 또라이답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제가 경험해보기론 사회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거기엔 정직한 사람도 올바른 사람도 무지한 사람도 그리고 남을 속이거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모든 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정직한 사람은 언제나 남에게 속고
올바른 사람은 고지식하다는 비난을 받아 무너지며, 무지한 사람은 다른 악한 사람들에게 이용을 당해버렸습니다.
그에 반해 남을 속이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숨기고 라이벌을 속여 이득을 얻고
이득을 위한 사람은 어떠한 갖은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냈습니다."
".....그래서 자네의 의견은 무엇인가?"
"저는 시험에서 컨닝을 하는 것도 하나의 자신의 기술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공부만 하거나 올바르게 모르면 모른다고하거나
무지하게 날밤새며 공부만해서는 절대 이상적이고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 교수님을 속였지만 저는 저의 이익을 위해서 컨닝을 하였고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어떤 학생이 그런 결과를 안 좋아하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겟습니까?"
교실은 고요함에 쌓였다.
이번 시험을 위해 코피흘리며 밤샌 어느 여학생도, 장학금을 타려고 미친듯이 공부한 신입생도
그외 많은 학생들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도 점수를 위해서라면 저러지 않았을까?
교수는 멍하니 학생을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자네의 말은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수를 쓴 것이므로 잘못이 없거니와 부끄럽지 않다 이건가?"
"예"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잇네"
교실의 학생들이 놀랐다. 말을 하던 학생도 비난을 들을까 여겼는데 다른 반응이 나오자 당황스러웠다.
"사회에 나가면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예절에서 배운 것은.... 어느 순간 하나도 쓸모 없어지네.
내가 잘 되기 위해선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을 짓밟을 때가 올 것이고, 남을 속이며 비난을 하고...
또한 내가 하나도 모르는 것을 미친 듯이 공부하며 이전의 알던 것을 다 버릴수도 있다네.
그런 걸 생각한다면... 어느 때나 컨닝이라도 해서 더 알아내고 하는 수밖에 없지."
학생들은 침묵과 함께 작은 슬픔에 빠졌다.
곧 다가올 사회란 이제 피어나는 새싹들에겐 너무도 크고 무서운 것이었다.
"자네의 용기가 대단하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대놓고 표현할 수 있다니 말일세. 기특하군"
"아....감사합니다."
교수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학생분들에게 말하고 싶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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